'9시 등교'가 뭐길래…경기도 '시끌시끌'

13일 오후 수원 경기도 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2014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경사회) 워크숍’에 참석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경사회 회원들과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경기 지역 초·중·고교에서 당장 다음달부터 '9시 등교'가 전면 시행되는 것을 두고 경기도 교육계가 찬반논쟁 등으로 시끌벅적하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인 만큼 시행 의지가 확고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에 대한 고민 부족" 등 각종 이유를 들어 학교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도교육청은 산하 25개 교육지원청에 9시 등교 시행에 관한 공문을 내려 보냈다.

현재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는 98%가 오전 8시 30분, 중학교는 96%가 8시~8시 30분, 고등학교는 55%가 7시 40분~8시 사이에 등교해 왔는데, 학생들에게 잠잘 시간을 좀 더 주고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등교 시간을 늦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당초 구상과 달리 시행하기도 전에 "등교 시간을 정하는 것은 학교장 권한인데 왜 교육감이 일률적으로 정하느냐", "교육감이 현실을 모르는 탓에 출근 시간이 이른 맞벌이 부부를 생각하지 않은 것", "가평 등 농촌지역 대중교통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등 학부모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13일 오후 수원 경기도 교육복지종합센터에서 열린 ‘2014 경기교육사랑학부모회(경사회) 워크숍’에 참석한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경사회 회원들과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교육감은 9시 등교를 일단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교육감은 지난 13일 수원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해 "학생들이 100% 이구동성으로 요구하는 것이 9시 등교"라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가 학교장 자율로 해달라고 요구하자 이 교육감은 "안된다"고 일축하면서 "맞벌이 부부도 9시 등교하는 게 왜 좋은지를 생각하며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좋은 취지의 정책임에는 확실하나 순차적, 탄력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의견에 대해서 이 교육감은 "전면 시행해 보고 나쁘면 그때 가서 점검하겠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교육감의 의지대로 9월부터 학생들이 9시에 등교하면 수업은 출석확인과 아침조회 등을 마치는 9시 30분정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 입장에서는 일과가 전반적으로 늦춰지나, 교육적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9시 등교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장은 "사실 '0교시'를 해도 학생들이 엎드려 자기만 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차라리 그 시간에 부모와 아침밥을 먹으며 말 한마디라도 나누면서 밥상머리 교육으로 인성을 기르고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다만, 이 교장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장시간 출근하는 학부모 자녀에 대한 배려와 관심, 밤샘 게임 우려, 고3 수능 대비 일정 등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