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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관피아 몫"···공공기관 직원들 "우린 해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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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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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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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위기'의 대한민국 공무원 ⑧] "기왕 낙하산 올 바엔 차라리 힘센 낙하산 와라"

# 정부 소유 대형 금융지주 자회사에서 대출심사역으로 근무하는 A씨(40)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윗선'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을 하나 던져줬는데, 심사해보니 부실 덩어리여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윗선'에선 "웬만하면 '승인'해주라"고 했지만 A씨의 직속 임원이 안 된다고 버텼다.


여기까진 으레 일이거니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느 날 직속 임원이 다른 본부로 옮겨가고 그 자리에 금융당국 출신 '낙하산'이 앉았다. 새로운 임원은 즉시 그 PF 건을 승인해줬다. A씨는 "말로만 듣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이런 거구나, 그때 느꼈다".

'관피아'의 위력 앞에 공공기관 또는 정부 출자기관 직원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금융업계처럼 '관피아'들 위세를 떨치는 분야는 특히 심하다. 사장 자리는 아예 '관피아'들의 몫이다. 내부 출신 사장이 가뭄에 콩나듯 하다보니 야심에 차 있던 젊은 직원들도 이내 사기가 꺾이고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38개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의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7명(44.7%)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부처를 보면 △기획재정부 5명 △산업통상자원부 5명 △국토교통부 2명 △안전행정부 1명 △해양수산부 1명 △농림축산식품부 1명 △문화체육관광부 1명 △감사원 1명이다.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나머지 공공기관과 협회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이승현 그래픽디자이너
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이승현 그래픽디자이너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여기서 열심히 일해 봐야 어차피 기관장까진 갈 수 없다"며 "모두들 기관장 자리에는 으레 낙하산이 오는 것으로 알고, 우린 임원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더 강한' 낙하산을 기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낙하산을 반대하지만, 기왕 낙하산이 올 바엔 어중간한 사람이 아니라 차라리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진짜 낙하산'이 오길 바라는 게 직원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요즘 공공기관에 취업한 젊은이들은 오랜 기간 공부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들인데, 처음부터 CEO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지 못하면 동기부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발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능동적 혁신과 발전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또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공공기관에 규제권자였던 전직 관료들이 계속 기관장으로 앉는 것은 문제"라며 "구성원 간 신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기관과 주무부처가 유착하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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