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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소설이 갈수록 짧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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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2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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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책통]소설이 갈수록 짧아지는 이유
1980년대는 ‘대하소설’의 시대였다.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주영의 ‘객주’, 이병주의 ‘지리산’, 박경리의 ‘토지’, 홍명희의 ‘임꺽정’ 등이 모두 1980년대를 대하역사소설의 시대로 만든 작품들이다. 당시 독자들이 10권 내외의 대하소설에 빠져든 것은 독재 권력에 대한 민중의 집단적인 저항의식의 발로였다. 억눌린 울분을 대하소설로 풀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하소설의 열기는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식어갔다.

황석영은 2007년부터 ‘바리데기’, ‘개밥바라기별’, ‘강남몽’ 등 ‘캐릭터 소설 3부작’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 소설들에는 ‘장길산’이나 ‘무기의 그늘’ 등에서 보여주었던 그만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를 촬영하기 위한 스크립트에 가까울 정도로 간결하고 평이한 서술이 장점이었던 이 소설들은 문장이 짧아 읽기 쉽고 영화처럼 이야기 전개가 빨라지면서 캐릭터는 강화되는 특성이 있었다.

황석영은 이 소설들을 발표하기 직전에 오랜 유럽 생활을 했다. 그때 유럽에서는 200자 원고지 600매에서 800매의 경장편소설이 유행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황석영이 종이와 펜이 아닌 스크린과 마우스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의식하고 이 소설들을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나돌았다.

2013년 여름에 김영하는 400매에 불과한 ‘살인자의 기억법’을 내놓았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범 김병수의 길고 짧은 ‘메모’로 구성되어 있는 이 소설이 내게는 휴대전화의 메모장, 혹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의 글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보였다. 작가가 새로운 형식실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 동안에, 두 시간의 영화 한 편 보듯 간단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소설을 담아낸 300~400매의 분량의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가 출간되기 시작했다. 핵심 부품 조립 과정에서 엉뚱한 부품 하나가 섞여 들어가는 바람에 운명이 뒤바뀐 로봇 ‘가마틀’에 대한 이야기인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 발레를 하기에는 너무 좋은 조건의 몸을 가졌지만 제대로 날 수 없었던 20대 여성을 그린 김혜나의 ‘그랑 주떼’, 밖으로 드러난 흉터로 말미암아 가족과 불편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여인의 삶을 그린 김이설의 ‘선화’ 등이 이 시리즈에 포함됐다.

은행나무의 기획자는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라이트(light)’한 형식과 스타일이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글의 형식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문장은 짧아지고, 표현도 단순해지고, 글자 수도 줄어들면서 전체 분량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 시리즈가 ‘앱 세대’로부터 ‘좋아요’와 ‘공감’을 맘껏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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