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스펙 쌓기'냐…나에겐 '목숨 건' 일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참 창업하기 좋은 시절인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다양한 창업 경진대회도 생기고 있고.

그래서인지 창업도 이제는 일종의 스펙이 되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말 창업을 스펙쌓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재산도 없고, 지켜야 될 가정도 없는 자기 자신만 챙기면 될 때 해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하지만 정말 성공을 열망하고 있고, 지켜야 될 가족과 돈을 벌거나, 세상의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고 싶은 열망이 있다면 소위 ‘목숨 걸고’ 해야 되는 게 스타트업이라 생각합니다.

NAVER의 이해진 의장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150KM 속도로 공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착각이다. 100KM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서 50KM로 공을 던지는 것이다. 이 열차를 떠나는 순간 너는 50KM의 속도밖에 던지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조직이 크든 작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 이통사에서 기술영업을 했었고, 최연소 전국 1등이라는 타이틀을 달성했을 만큼 영업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스타트업에 임원으로 합류했을 때 매일매일이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저 자신에 대해서 심각하게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에 합류했지만, 가슴 깊은 곳까지의 열정을 불 태우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합류한지 6개월 만에 회사의 자금이 바닥났습니다. 당연히 월급을 가져갈 수도 없었고, 아내 몰래 개인 신용대출을 받아 겨우겨우 버텼습니다. 그때 진정한 갈급함이 생겼습니다.

오늘 영업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당장 이번 달 월급도 못 가져가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박함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그 뒤 조금씩 영업이 풀리며 회사에 자금이 돌기 시작했고, 몇 개월 뒤에는 코스닥 상장기업에 M&A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현재 직장인 온누리DMC의 창업자는 2년 전부터 파트너십을 통해서 함께 일을 해오던 분들이었습니다. 14년간 모바일 SI를 해오신 부사장님, 12년간의 쇼핑 경력을 가지고 계시며 국내 온라인 쇼핑분야 최고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시던 대표님, 그리고 국내 최고의 모바일 개발자로 소문이 난 개발이사님 모두 각자의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잘 해오고 있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컨소시엄이 아닌, 우리가 힘을 모아서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고 3분이 뜻을 모았고, 그 때부터 3분의 파운더는 사재를 털었고, 심지어 대표님과 부사장님은 합숙을 하셨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코스닥 상장사의 계열사 임원으로 신규사업을 이끌고 있었고, 온누리DMC에 합류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목숨 걸고’ 일 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불가능 할 것 같았던 이슈를 정말 빠른 속도로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았고, 소위 좋은 집과 좋은 차를 가지셨던 분들이 모든 재산을 이 사업을 위해서 정리하고 집중하는 것을 보며 저도 저보다 나이 많은 3분의 파운더를 통해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결국 올해 3월 퇴사를 하고, 법인도 설립되지 않는 온누리DMC에 합류해 서비스 상용화 버전을 만들고, 심지어 이를 통해 영업을 먼저 진행하여 확보된 매출을 가지고 자본금 삼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온누리DMC는 커머스, 광고, 개발 분야에 오랬동안 검증된 실력과 업적을 쌓아온 팀이 모였습니다. 심지어 합숙을 하고 있고, 개발팀은 하루 16시간 코딩을 합니다. 영업팀은 전 직장에서 억대연봉을 받던 최고 영업사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도 전 직장과 비교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며, 우리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 모두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창업을 할까 고민하는 많은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저에겐 창업은 경험을 쌓는, 절박함이 없는 스펙쌓기용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깨닫지 못했지만 나중에 깨달은 후에야 창업이 얼마나 절박함이 필요한지 뼈 속까지 절박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업엔 학력과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만큼 창업팀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현재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순간의 실패가 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한계 임계치를 매일매일 넘을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보면 길을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창업가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꿈과 세상을 만드기실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