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도, 실험실 아닌 세상에서 시작해야

/캐리커쳐=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여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에서 쟁쟁한 벤처기업 부스 사이에 예비창업자 대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포스텍(POSTECH) 학생들이었다.


'아이디어마켓플레이스'는 벤처 아이디어를 공모해 투자자를 연결해 주거나 직접 투자 지원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청년 벤처 창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다.

포스텍 소속 재학생으로 구성된 예비창업 3사는 시제품 전시회를 통해 바이오 3D 프린터를 이용해 동맥경화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생분해성 스텐트, 전기자동차용 대용량 배터리 관리 시스템, 민들레 홀씨를 본뜬 감성 전달 위치기반 SNS 앱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일반 대중에게 소개했다. 특히 기업 임원진과 벤처케피탈리스트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연구 중심의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분야를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가지고 실제 창업시장에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대학 학과별로 특성을 반영한 기업가정신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스텍은 '인류가 직면한 위대한 문제에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미래 글로벌리더 양성'이란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가정신 수업을 전공과목으로 개설해 교육을 진행했다. 이 과목은 세계적인 기업가정신 교육기관인 카우프만(Kauffman) 재단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인 PEV 교육을 기반으로 이공계 학생들 맞춤으로 개발됐다.


기업가정신 수업을 통해 스타트업을 위한 경영분야별 핵심역량을 배양하고 실제 사업계획을 작성하여 서울대, 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과 공동발표 하고 벤처캐피탈리스트 평가를 실시해 실질적인 교육이 되도록 했다. 또 벤처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상시 멘토링 및 인큐베이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포스텍뿐 아니라 최근 ICT(정보기술) 공학 분야의 대표적인 이공계 인력양성사업인 '대학 ITRC'와 'ICT융합센터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 중심의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이를 통해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고 창업 및 벤처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 37개 대학 ITRC·ICT융합센터는 미래부 지원 하에 사업을 시작한 이후 ICT 전문인력을 1만명 이상 배출했다.

필자도 교안 개발과 강의에 직접 참여했는데 학생들이 우수한 연구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실제 작성된 사업계획의 수준이 높았고 참여 학생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기업가정신교육 프로그램이 향후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ITRC·ICT융합센터 공학도들의 도전정신과 기술사업화 추진 역량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공학도들은 기존 공학교육에서 부족했던 사회의 니즈를 반영한 연구와 솔루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실험실 아닌 세상에서 시작해야 한다. 즉 세상에 나아가 사람들의 니즈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공학적, 사회과학적, 인문적인 방법론을 융합하여 문제 해결방안을 연습하고 연구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공학도를 대상으로 한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서 사회가치를 바꾸어주는 인재를 양성해 나가지만 모두 창업할 필요는 없다. 어떤 부분은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서 발현될 수 있도록 인풋(input·투입)을 주는 단계로 갈수 있고 어떤 부분은 창업하여 직접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대학에서 청년에게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목표는 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사회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즉,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이 지향하는 것은 사업계획을 잘 짜서 투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읽고 시장 니즈를 발굴해서 다양한 접근방식을 융합하여 솔루션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다음 학기 기업가정신수업에서는 우리 공대생들과 함께 세상을 읽기 위해 어디로 나갈지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