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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대부 "시장의 교훈 알리려 책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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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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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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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빙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신과 증권업계의 역사를 담은 자서전 '증권 반세기 강성진 회고록' 출판기념 및 미수연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빙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신과 증권업계의 역사를 담은 자서전 '증권 반세기 강성진 회고록' 출판기념 및 미수연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80여생을 거치면서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증권사를 경영도 해보고 증권업협회 회장을 하면서 증권시장에 관해서만 직간접적으로 일을 해봤을 뿐입니다. 그러는 동안 88세 미수라는 고개를 넘게 됐습니다. 여러분의 힘찬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앞으로도 건강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격동의 증권 반세기를 보낸 증권업계의 '산 역사'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이 88세 미수를 맞이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강 회장의 '증권 반세기' 회고록 출판 기념 및 미수연에는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정영의 전 재무부 장관, 이종찬 전 국정원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 김한 JB금융 회장,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등 각계각층 인사 600여명이 참석해 강 회장을 축하했다.

강 회장은 혼란스럽고 미숙하던 한국 증권시장에서 1위 증권사의 사장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으로 업계의 기틀을 다지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특히 '남들이 먼저 간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하자'는 삼보 DNA를 내세우며 선구자의 면모를 발휘했다.

강 회장이 증권업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것은 1964년 삼보증권을 인수해 국내 1위 증권회사로 키워내면서다. 강 회장은 "인수 전에는 중위권이었던 삼보증권의 영업실적이 인수 1년 만에 1위로 올라왔다"며 "예전부터 나와 거래해왔던 고객들의 믿음 덕분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강 회장은 영업실적 1위에 그치지 않고 삼보증권에서 새롭고 혁명적인 기업문화를 심어 삼보증권에 늘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게 만들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증권사의 △기업 리서치 △전국 지점망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국내 증시에 대한 영어 리포트 등은 모두 강 회장이 증권업계 처음으로 시도한 것들이었다. 1973년에는 증권회사로서는 처음으로 기업공개(IPO) 주선 업무에 뛰어들었다. 당시 신규 상장 기업의 구주 매출과 신주 공모 업무는 한국투자개발공사가 전담해오고 있었는데 삼보증권이 참여하게 된 것.

다만 회사 이윤보다 업계 선두 유지와 외형 확장에 경영 목표를 둔 것이 예기치 못한 화를 불러일으켰다. 삼보증권은 1982년에 시재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검찰과 증권감독원의 조사를 받게 됐다. 강 회장은 "당시 부족한 시재금 규모는 20억원 정도라 회사 내부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정치권에서 '삼보증권 사태'로 부를 정도로 문제가 부풀려지자 수습하기가 불가능해졌다"고 회상했다.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을 느낀 강 회장은 강경식 당시 재무부 장관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만나 먼저 합병 이야기를 꺼냈다. 부족한 시재금은 갖고 있는 전 재산을 팔아 메우기로 했다. 삼보증권은 그렇게 1983년에 대우증권에 흡수합병됐다.

하지만 고난의 시기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1989년 말부터 증시가 폭락하자 증권업계는 다시 강 회장의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 1989년 3월에는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지만 IPO,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이 남발하면서 증시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1990년 9월17일 종합주가지수는 566.27을 기록해 1년 반 사이에 지수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가운데)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증권 반세기 강성진 회고록' 출판기념 및 미수연에서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위), 강성대 전 삼보증권 부사장(강 전회장의 동생), 강신애  따뜻한재단이사장(장녀), 강 전회장, 강완구 일동여행사 회장(장남), 강흥구 (사)태평양시대 이사장(차남) 부부. <br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강성진 전 증권업협회장(가운데)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증권 반세기 강성진 회고록' 출판기념 및 미수연에서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를 커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위), 강성대 전 삼보증권 부사장(강 전회장의 동생), 강신애 따뜻한재단이사장(장녀), 강 전회장, 강완구 일동여행사 회장(장남), 강흥구 (사)태평양시대 이사장(차남) 부부.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강 회장은 1990년 3월 증권업협회장으로 선출돼 '증시 안정'을 위한 구원투수로 나섰다. 강 회장은 주가 하락세를 막기 위해서는 증권시장 안정기금(이하 증안기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25개 증권사가 2조원을 출연하고 업계 밖에서도 도움을 얻기 위해 주요 상장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정부도 적극 지원하기로 해 기금을 4조원으로 크게 늘렸다.

강 회장은 증안기금 조성에 그치지 않고 정부에 깡통계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건의했다. 증권회사는 고객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주식 매입결제대금을 빌려줄 수 있는데 이 때 담보로 잡은 주식의 평가액은 융자금의 13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담보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다 팔아도 증권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소위 '깡통 계좌'가 된다. 당시엔 전산화 미흡으로 어느 계좌가 깡통계좌인지조차 수작업으로 일일이 찾아내야 했다.

강 회장은 '깡통계좌는 하루빨리 도려내야 할 '암 덩어리'라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깡통계좌를 정리하도록 했다. 또 이런 일을 재발하지 않도록 담보 평가액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에 증권업계의 중심에 있었던 강 회장은 증시가 안정을 되찾자 1993년 4월 협회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삼보증권 출신 사우가 설립에 참여했던 B&G증권 명예회장으로 재직하다 2013년 12년 물러나 반세기만에 증권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강 회장과 함께 증권업계를 일군 이들은 그를 '겸손하고도 강직한 증권인'이라고 기억한다. 1990년 당시 증안기금을 함께 만든 정영의 전 재무부장관은 "강 회장은 강인한 의지로 일을 열정적으로 밀어붙이는 한편 정책 당국 입장도 역지사지로 생각해주는 훌륭한 지도자"이라고 평가했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강 회장은 일찍이 우리나라에 증권업이 태동할 무렵부터 증권산업의 부침과 더불어 평생을 증권인으로 살아온 분"이라며 "그동안 간직해온 소중한 경험을 책으로 펴내 후배들에게 교훈을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백규 머니투데이 사장은 이날 축사 연사로 참석해 "강 회장은 회고록에서 자본시장의 상징과 같은 주식시장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 당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생생하게 전해준다"며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시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선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강 회장의 사위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자본 없이 사업이 이뤄질 수 없는데 그 자본시장을 이끄신 분을 장인으로 모시고 있어 개인적으로 영광"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의 회고록 '증권 반세기'는 우리나라 증권시장이 지나온 길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이자 솔직한 회고담이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일화들을 읽을 수 있는 보물창고 같은 책이다. 우리나라 증권업계 1세대로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한눈 팔지 않고 줄곧 증권시장에 몸담아온 강 회장은 지금 회고록을 발간한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잘 넘어간 것 같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을 기억하지 않으면 반드시 똑같은 시련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증권시장이 주는 교훈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굳이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내 그 과정과 전말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도 시장이 주는 교훈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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