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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女검사의 '지침' 어긴 무죄구형, 법원은 "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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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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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0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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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37>]법원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 부당하다" 판결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내부 지침을 어기고 독자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다가 징계를 받은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가 징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임 검사가 맡았던 사건은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에 대한 재심 사건이었습니다. 윤 전간사장은 1961년 5월 반정부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204일간 불법으로 구금됐고 이듬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인물입니다.

군사정권에 의한 불법구금은 재심을 통해 대체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임 검사의 구형이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임 검사는 내부 지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게 됩니다.

◇무죄구형, 왜 징계받았나

검찰 조직은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합니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사들이 이 막강한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임 검사는 무죄를 구형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통상 검찰은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고 백지구형을 합니다.

사건은 임 검사에게서 다른 공판검사에게 재배당됐으나 임 검사는 재판 당일 검사 출입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상부의 지시를 어긴 검사를 검찰은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임 검사에게 검사의 품위손상 등을 이유로 임 검사에 대해 정직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2월 정직 4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징계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임 검사가 상부를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면 지시에 따랐어야 함에도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징계받을것 알면서도 "무죄를 선고해달라"

임 검사는 무죄를 구형할 당시 자신이 징계를 받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임 검사는 구형을 하러 가기 전 검찰 내부통신망에 '절차 위반과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며 어떤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임 검사는 왜 징계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죄를 구형했을까요. 임 검사의 논고문을 보면 그 이유를 얼핏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구형 전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논고문 전문입니다.

"땅을 뜨겁게 사랑하여 권력의 채찍에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몸을 불살라 그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그 분들의 가슴에 날인하였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모진 비바람 속에서 온몸으로 민주주의의 싹을 지켜낸 우리 시대의 거인에게서 그 어두웠던 시대의 상흔을 씻어내며 역사의 한 장을 함께 넘기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위반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와 제4호는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인 법령이므로 무죄이고, 내란선동죄는 관련 사건들에서 이미 밝혀진 바와 같이 관련 증거는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정권교체를 넘어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한 폭동을 선동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임 검사의 징계취소소송, 결과는…

임 검사는 징계가 확정되자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이 소송에서 그는 자신의 무죄구형이 정당한 것이었음을 강조합니다. 법정에서 임 검사는 "무죄가 선고될 것을 다 알고 있는 사건이라면 무죄를 구형하는 것이 검사의 의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백지 구형은 전국 검찰이 현재 겪고 있는, 그리고 내일의 문제이고 앞으로 불행한 구형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백지 구형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보고 싶어 무죄 구형 당시 검찰 내부게시판에 징계청원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검사는 징계취소소송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징계가 부당해서'가 아닌 '징계가 지나쳐서'였습니다. 당시 법원은 내부지침을 어기고 무죄를 구형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봤습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사의 의무를 우선해 무죄의견을 진술한 것을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임 검사는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의견 진술 의무와 검찰 조직원으로서 절차에 따라야 할 의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의무를 우선하여 무죄의견을 진술한 것"이라며 "구형 지침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죄의견을 진술했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검사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따라 공소사실에 관한 유무죄 여부, 무죄일 경우에는 무죄를 선고해 달라는 의견, 유죄일 경우 그 죄에 상응하는 형에 관한 의견 등을 진술할 법적인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법과 원칙에 의한 판단'을 구하는 백지구형은 사실과 법률 적용에 관해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의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불과해 적법한 의견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임 검사의 무죄구형은 적법했고 검찰이 관례적으로 해오던 백지구형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항소심은 완전히 임 검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소하게 된다면 대법원의 판단이 남은 셈입니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임 검사가 내부지침을 어겼다고 판단할지, 아니면 무죄구형이 정당했다고 판단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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