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에볼라'는 남의 얘기…유럽보다도 안전"

머니투데이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남아공)=김유경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볼더스 비치의 펭귄들. 에볼라 바이러스를 만드는 숙주로 의심되는 과일박쥐 등은 남아공에 서식하지 않는다. /사진=김유경기자

단 1명의 에볼라 의심 환자조차 발생한 적이 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난데없이 에볼라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같은 아프리카라는 이유만으로 아시아 관광객들이 남아공마저 기피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아공은 에볼라 바이러스 청정국가이지만 최근 아시아 관광객들의 여행 취소가 잇따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남아프리카항공(SAA)에 따르면 남아공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매년 5~10%씩 연평균 8.3% 증가했다. 2010년 1만7489명에서 2013년 2만1836명으로 3년간 25% 늘었다.

하지만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지난 7~9월 관광객은 전년동기보다 20~30% 정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중국은 지난해 3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지만 올해는 에볼라 이슈로 85%나 줄었고, 일본은 50% 감소했다.

SAA 관계자는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남단에 위치해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가인 서아프리카 3국과는 6000㎞ 가까이 떨어져 있는데다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에볼라 의심환자도 나온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이 아프리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SAA에서 에볼라 의심환자를 돌보기 위한 특별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시연하고 있다. /사진= 김유경 기자

◇ 남아공에는 과일박쥐, 에볼라 의심환자 "전무"

SAA는 남아공이 에볼라 이슈로부터 안전한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우선 남아공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만드는 숙주로 의심받는 과일박쥐를 비롯해 침팬지, 고릴라 등이 살지 않는다.

게다가 SAA가 3020만㎢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26곳에 취항하고 있지만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에볼라 발생국으로는 운항하고 있지 않다. 서아프리카 3개국과의 거리도 5800㎞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남아공은 구토와 발열, 호흡곤란 등 에볼라 의심환자가 기내에서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특별 시스템을 갖췄다. 환자를 돌봐야하는 승무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특별한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 관련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예방키트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