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진 아프리카 '야생' 그 한가운데 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선시티 인근의 필란스버그 국립공원. 코끼리떼가 도로를 건너가고 있다. /사진=김유경기자

지난 6일 이른 아침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선시티 인근의 필란스버그 국립공원(Pilansberg National Park). 이 국립공원은 남아공에서 4번째로 큰 국립공원으로 서울과 비슷한 면적이다.

이곳에서 기자가 처음 만난 야생동물은 물을 마시러 나온 원숭이들이었다. 새끼 원숭이들이 장난치며 노니는 게 한눈에 봐도 앙증맞아 보인다.


바로 옆 호수에는 붉은 빛의 눈 2개만 번쩍이는 게 포착된다. 육중한 몸매를 물에 모두 숨기고 있는 하마였다. 수줍음이 많은지 한참을 기다려도 눈 외에는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길에서 마주친 것은 아침을 먹으러 나온 코끼리 떼다. 왼쪽 숲에서 나온 코끼리들은 우리가 방금 지나온 도로를 건너 오른쪽 숲으로 이동하며 풀을 뜯었다. 새끼 코끼리가 말을 안 들었는지 어미 코끼리가 소리를 꽥 지른다. 더 작은 새끼 코끼리는 걸으면서 어미젖을 빠느라 정신이 없다. 드라이버 겸 트래커(게임 드라이브의 가이드)가 "젖을 빨지 않아도 되는 새끼가 같이 젖을 먹으려고 해서 나무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수많은 코끼리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선시티 인근의 필란스버그 국립공원. 사자가 도로를 건너가고 있다. /사진=김유경기자

사자들이 서식하는 인근 도로엔 이미 다른 차들이 몰려있었다. 사자 수컷 한마리가 도로 쪽으로 나오자 관광객들은 난리가 났다. 사자는 사냥하러 나온 것은 아니었다. 어슬렁거리며 도로를 지나갈 뿐이었다.


기린은 그 긴 다리와 목이 아니었다면 너무 멀리 있어 알아채지 못했을 뻔했다. 얼룩말들도 길게 줄지어 지나간다. 버펄로와 산양들, 장난치는 새끼 하마들까지 필란스버그 국립공원은 인위적인 동물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야생 그 자체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빅5 사파리' 체험으로는 사자, 코끼리, 버펄로, 표범, 코뿔소가 꼽혔다. 이중 기자는 사자와 코끼리 떼를 가까이서 보고, 멀리 버펄로까지 봤으니 관광 운이 나쁘지 않았다.

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상징 '테이블마운틴' 정상 아래로 구름이 펼쳐져 있다./사진=김유경 기자

◇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에서 구름위 산책을 즐겼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자연경관과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이 크다. 국립공원과 개인이 소유한 야생동물 보호구역(게임 리저브) 등에서 즐기는 사파리 투어가 아니더라도 남아공은 곳곳에 타조와 거북이, 도마뱀 등 야생동물들과 마주치는 즐거움이 크다.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로 2시간 내려오면 '아프리카의 유럽'으로 불리는 '케이프타운'이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여행지 1위로 꼽힐 만큼 자연관광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백인들이 잘 개발해 놨다. 절벽 위에 지은 고급 주택단지와 최고급 자동차들, 해변에 아이와 산책 나온 여유로운 사람들. 모두 유럽에서나 익숙한 장면들이다.

케이프타운은 1652년 4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아시아 무역의 보급기지로 건설한 이후 영국계 식민활동의 기점이 된 곳이어서 유럽문화가 곳곳에 배어있다. 백인 거주 비율도 전체 인구의 35%에 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볼더스 해변 펭귄서식지/사진=김유경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헛 베이(Hout bay)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수천마리의 물개들로 뒤덮여 있는 물개섬이 나온다. /사진=김유경기자

케이프타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버킷리스트 5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테이블마운틴 △배를 타고 관광하는 물개섬 △볼더스비치의 펭귄서식지 △희망곶(희망봉) △케이프포인트다.

가장 먼저 간 곳은 희망곶(Cape of Good Hope). 옛 유럽 선원들이 인도를 찾아 항해 하던 중 대서양의 거친 파도에 밀려 어느 곳에 정박했는데, 이곳에서 인도로 가는 뱃길을 발견하고 희망을 찾았다하여 희망곶으로 불렀다고 한다.

케이프포인트 등대/사진=김유경기자

케이프포인트에서는 반드시 등대 꼭대기까지 올라가봐야 한다. 모노레일 또는 산책로를 통해 등대가 있는 곳으로 올라서면 인도양과 대서양 두 개의 대양을 한 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희망곶도 이곳에서 가장 잘 보인다.

케이프타운의 사이먼스 타운 인근 볼더스 해변(Boulders Beach)에서는 35㎝ 정도의 귀여운 아프리카 펭귄들을 만날 수 있다. 물놀이를 즐기는 펭귄보다는 선탠을 즐기는 펭귄들이 더 많다. 관광객들이 서있는 데크 바로 아래까지 다가오는 펭귄들도 있어서 관찰하기도 좋다. 펭귄은 대체로 조용하지만 가끔 남아공 축구경기의 응원 도구로 쓰이는 부부젤라 소리를 냈다.

아름다운 어장 헛 베이(Hout bay)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수천마리의 물개들로 뒤덮여 있는 바위섬이 나온다. 바로 물개섬이다.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바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케이프타운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테이블마운틴이다. 거대한 탁자 하나가 놓여있는 듯 정상이 평평해 붙여진 이름이다. 산의 높이는 해발 1086m. 정상부의 평평한 부분 길이는 반경이 3.2㎞에 달한다.

날씨에 따라 경관이 다르게 펼쳐지는데 구름 낀 경관도 환상적이다. 하늘위로 올라선 느낌까지 준다. 구름 위 산책이 여기서는 헛말이 아니다. 오전에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올라가봐야 아무 것도 볼 수 없다고 해서 오후 늦게 올라갔는데 한쪽만 구름으로 뒤덮여 있는 광경이 그만이었다.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 정상에는 360도 회전하며 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타야 올라갈 수 있다./사진=김유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