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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름·목소리…'퍼블리시티권', 법으로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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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빈 이미영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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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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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퍼블리시티권 입법 성공할까] (종합)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사진=뉴스1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사진=뉴스1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의 초상이나 이름, 목소리 등 인격적 요소에서 파생하는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도록 하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을 둘러싸고 수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근거와 이용 규정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회장 남형두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함께 '퍼블리시티권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제도 마련에 본격 돌입했다.

퍼블리시티권 입법 움직임이 처음은 아니다.

19대 국회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지난해 7월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계류중이다. 이 개정안은 초상이나 성명을 저작물에 준해 보호하고, 사용권을 저작재산권으로 인정해 통제할 수 있도록 권리를 갖게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외에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예인의 초상과 성명, 음성 등을 '콘텐츠'로 보아 입법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는기존 법률을 통한 규정 방안의 한계를 지적했다.

우선 저작권법 개정안의 경우 성명과 초상 등이 기존 법에 규정된 '지적 재산물'의 범주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한 방안도 기존 법에서 규정하는 콘텐츠가 '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의 자료 및 정보'를 뜻하거나 저작권법에서 정하는 저작물을 의미하고 있어 초상과 성명, 음성 등을 보호대상으로 명확히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과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퍼블리시티권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사진=박상빈 기자
지난달 29일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과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퍼블리시티권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사진=박상빈 기자


입법조사처는 이에 따라 별도의 법률 제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퍼블리시티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통해 재판 실무와 관련 산업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저작권법적 요소와 상표법적 요소, 인격권 관련 법리 등이 퍼블리시티권 논의에 혼재된 점도 제정안 추진의 이유다.

길 의원과 함께 제정안 마련을 추진하는 남형두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은 "퍼블리시티권은 일선 현장에서 이미 인정돼 사용하는 개념"이라며 "근거가 없어 재판 등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만큼 퍼블리시티권 보호에 대한 법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퍼블리시티권을 입법해야 한다는 주장은 '강력 보호'가 아니라 '안정화'에 핵심을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공청회를 통해 제정법안(인격표지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칭)을 공개했다. 총 21개 조항에 걸쳐 "인격표지권(퍼블리시티권)의 적정한 보호"라는 내용을 명시하고, 권리 주체와 이용자 간의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상속 및 보호기관, 범위 등에 대한 규정을 담았다. 법안명에는 생소한 외국어(퍼블리시티권)가 포함될 수 있다는 일부 지적을 수용해 '인격표지권'이라는 용어가 선택됐다.

'상속' 조항은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이 그의 사후나 은퇴 후에도 인정될 수 있는 점에서 상속이 가능하도록 규정됐다. '보호기간' 조항은 퍼블리시티권을 소유한 이가 사망한 후 30년까지 권리가 존속된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책 등의 저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해 사후에도 일정기간 보호 받는 것과 유사하다.

퍼블리시티권이 제외되는 경우도 강조됐다. 방송과 신문을 통한 시사보도와 적법하게 허락을 받은 제품 판매 및 여러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일부에 그친 사진 등이 규정으로 제안됐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이기 위한 내용이다. 그러나 패러디 등 판단이 엇갈릴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하는 만큼 더 구체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길 의원은 이르면 이달 중 퍼블리시티권 제정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퍼블리시티권', 남규리는 되고 제시카는 안 된다?

왼쪽 첫번째부터 연예인 민효린, 남규리, 손담비, 제시카
왼쪽 첫번째부터 연예인 민효린, 남규리, 손담비, 제시카


"민효린·남규리는 인정됐고, 손담비·제시카는 인정이 안 됐다."(지난달 8일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퍼블리시티권 판결이 일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이 자신의 초상이나 이름, 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 수년째 논란을 낳고 있다. 현행 법에 근거가 없는 상황에 대법원의 판례 또한 없어 하급심의 판단이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제는 만들 때"라며 제도 마련을 요구한다.


얼굴·이름·목소리…'퍼블리시티권', 법으로 명확히



◇'같은' 법원인데 '다른' 판결?…근거 없어 혼란 낳는 '퍼블리시티권'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오규희 판사는 배우 류승범과 공효진, 김민희가 자신들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 사용했다며 한 패션업체에 낸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업체는 45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고객흡인력'을 갖는 연예인의 성명과 사진이 담긴 게시물을 업체 블로그에 올려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발했다고 판단하며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같은 법원에서 유사한 소송을 다룬 다른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12월 배우 장동건, 송혜교, 김남길 등 연예인 35명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이름과 사진을 블로그에 사용했다"며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일연)는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실정법과 확립된 관습법이 없는 상황에서 '인정할 필요성'만으로 독점·배타적인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퍼블리시티권의 성립 요건이나 보호 대상, 존속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돼야만 비로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사한 소송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재판부 마저 법률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법안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관련 판결이 지난해에만 32건. 이 중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결(17건)과 인정하지 않은 판결(15건)은 크게 양분됐다. 올해도 '엎치락뒤치락' 판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수 유이의 소송건(아래 그래픽)은 항소에서 판결 결과가 뒤집혔다.

이처럼 논란의 핵심은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안팎으로 케이팝(K-POP) 등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비롯해 문화 산업이 나날이 발전돼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분쟁의 가능성은 커졌지만 어느 경우 인정되는지, 어떠할 때 인정되지 못하는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이들은 소송을 내고, 하급심은 기존 법에 의지해 제각각 판결하고, 일부는 다시 항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얼굴·이름·목소리…'퍼블리시티권', 법으로 명확히



◇'현장' 못 따라가는 '법'…업계 "퍼블리시티권 제도 마련돼야"

제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논의는 10여년이 거쳐진 만큼 성숙됐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에서만 해도 2005년 박찬숙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가수 보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대표를 초청해 퍼블리시티권 설명회를 열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퍼블리시티권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는 남형두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장(연세대 로스쿨 교수)은 제도 마련을 "몸이 커진 만큼 새 옷으로 바꿔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을 이미 인정해 관련 산업이 발전했고, 그 가치로 주식회사까지 상장되는 상황인데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제도 마련을 통해 음성적인 것을 양성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견해도 강조됐다. 이미 현장에서는 인정되고 있는데 근거가 없어 되레 불법이 조장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오영 판사는 여러 기획사와 대행 계약을 체결해 퍼블리시티권을 무단 사용한 업체를 찾아다니며 합의금을 받아 1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조모씨(51)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남 회장은 이 판결에 대해 "현행 법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근거가 없어 혐의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정해진 것으로 본다"며 "제도 마련을 통해 련 사업을 양성으로 이끌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 업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으로 수출되는 한류 문화도 고려 대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퍼블리시티권의 관리 등을 위해 설립된 에이전시 회사 UAM(Unite Asia Management)을 운영하는 정영범 대표는 "한류 사업이 해외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 다른 나라에서 우리의 권리를 인정 받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와 학계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있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점과 기존 법 체계에서 판결이 가능하다는 것, 빈익빈 부익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마련될 제도에 근거를 달아 예외를 두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고, 기존 법은 이미 판결에서 볼 수 있듯 한계가 있다는 반박 주장도 뒤따르는 상태다.

'국내 근거' 없는 퍼블리시티권, 중국서 먹힐 턱이…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의 초상과 목소리, 성명 등의 상업적 이용을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입법 주장이 국내에서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등으로 뻗어가는 한류(韓流) 문화를 위해서도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퍼블리시티권을 다른 나라가 앞장서 인정해주기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국서 침해받는 퍼블리시티권, "우리도 인정 안하는데 도리 있나…"


드라마 '겨울연가'./사진=KBS
드라마 '겨울연가'./사진=KBS
2002년 국내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2004년 일본으로 수출·방영되며 일약 '욘사마'로 떠오른 배우 배용준. 그를 향한 일본 팬들의 애정이 커서일까. 10여년전 일본 내에는 욘사마를 주제로 한 갖가지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계약을 맺은 상품도 있었지만 짝퉁도 상당했다. 소속사 측은 배용준의 얼굴 프린팅이 짝퉁 양말과 여성 속옷으로까지 넘어가자 일본 경찰의 협조를 얻어 단속에 나섰다.

10년이 지난 최근에는 우리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인기를 이용해 '짝퉁' 상품을 만들거나 도용하는 사례가 중국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한국 연예인들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키워드' 검색 광고가 넘쳐나는 실정. 정당한 초상 사용료 등이 전혀 지불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실태를 두고 양성화로 해소된다면 상품의 질이 보장돼 소비자의 만족이 높아질뿐 아니라 해외 매출 증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 관리와 관련된 회사를 운영하는 정영범 UAM(United Asia Managemet) 대표는 "국내에서도 인정 못 받는 것(퍼블리시티권)을 해외에서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의 경우 다른 세계 시장과 달리 지적 재산권 등에 대한 무단 사용이 관대한 편인데 국내에서도 근거가 없는 퍼블리시티권을 중국이 인정해주기란 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류 문화가 세계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은 최근 퍼블리시티권 입법 주장에 대해 이같은 이유를 말하는 목소리가 크다.

◇'퍼블리시티권' 인정, 다른 나라는 어떨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야 하느냐, 안 하느냐를 둔 논의는 이밖의 해외에서도 진행돼 왔다. 각 나라의 문화·사회적 규범이 다르므로 퍼블리시티권 제도의 마련 상태도 상이하지만 이를 인정하려는 분위기는 공통적으로 감지된다.


얼굴·이름·목소리…'퍼블리시티권', 법으로 명확히



미국은 퍼블리시티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대표 나라로 꼽힌다. 전 세계 중 문화콘텐츠 산업이 가장 발달한 점이 배경으로 보인다. 미국은 1953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들의 초상권을 두고 껌 제조회사 2곳이 소송을 벌인 이래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 개념을 인정해왔다. 현재는 30여개에 달하는 주에서 '주(state)법'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고, 근거가 없는 경우도 폭넓게 쌓인 판례를 통해 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도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모습. 관련 법이 없는 영국의 경우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오지 않다가 지난해 팝스타 리한나가 영국의 의류 기업에 낸 소송에서 이를 최초 인정하는 판례를 만들었다. 독일도 법 논리를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판례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유사하게 관련 법과 판례가 없어 하급심의 판단으로 나온 판결이 제각각이던 일본도 2012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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