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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문화⑧] "창의성 발휘할 기회 주고 연구몰입 환경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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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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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승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편집자주] 모두 기술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술을 통한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와 기업의 문화는 기술이 꽃필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을까.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문화와 환경을 만들고 있을까. 사람들의 삶을 즐겁게 만들고 더욱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만들어내려면 지금 우리의 생각과 생활의 스타일부터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기술문화⑧] "창의성 발휘할 기회 주고 연구몰입 환경 만들자"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미래사회를 주도하게 될 과학기술을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시키고 창의와 열정이 가득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설립됐다. 최근 재단의 사령탑을 맡은 김승환 이사장은 포항공대 교수로 복잡계 분야 전문가다. 물리학자이면서 생명공학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뇌 연구 분야에 눈을 돌려 폭넓은 활동과 다양한 성과를 낸 이력을 갖고 있다. 남보다 한 발 앞서 융합에 눈을 돌린 김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혁신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이사장의 기술문화에 대한 생각과 과학창의재단의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커피 타임입니다. 커피 먼저 드세요.”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김 이사장의 시간을 고려해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마자 본격적인 질문을 쏟아놓으니 오히려 김 이사장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권한다. “저는 함께 모여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각자의 공간에 틀어박혀 혼자 고민하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코쿤(cocoon, 고치)에서 나오니까요. 커피 머신 주위에서 커피를 한 잔 들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도 하지요.”


정색을 하고 토론을 하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데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머신은 융합과 소통을 위한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크고 화려한 행사보다 자연스러운 소통을 중요시하는 김 이사장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창의재단은 창의문화를 확산시켜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기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승환 이사장이 생각하는 창의력 있는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창의력을 가진 인재란 창의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인재를 말합니다. 어릴 때부터 과학관, 도서관 등과 같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창의적 공간을 자주 이용하고, 창의적 활동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험을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협업하는 등의 경험도 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지요. 창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환경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인재를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량 있는 인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이 태어났다면 제대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제대로 된 혁신을 이끌어내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학교에서의 창의교육이 중요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창의적인 근무환경, 창의적인 사회문화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의 창의성, 독창성을 존중하고 발산적 사고를 장려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회사는 회사 내에 휴식공간, 문화공간 등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해주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근무환경은 직원들의 창의성 발휘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펼쳐 위기의 애플을 구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우리 사회에 특히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규격화 된 틀에 넣으려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사회의 주류 생각과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 거죠. 그런 분위기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힘듭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다르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도 다르게 생각하고 용기 있게 도전하되, 그 과정에서 실패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섰으면 합니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며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문화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실패자에게 관대하지 않은 문화 속에서 벤처기업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지요.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고 연구현장에서도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개인의 혁신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연구현장에서 이 같은 역량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줘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말이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나 실패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술문화⑧] "창의성 발휘할 기회 주고 연구몰입 환경 만들자"
혁신 속도 빨라지고 불확실성 높아져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학이 기초과학 분야라면 엔지니어링 분야는 실용과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넓게 보면 기술문화도 과학문화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지요, 두 분야 모두 과학적 탐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이고요. 그런데 정말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기존 틀을 깨는 파괴적 기술은, 기술이 등장한 초기에는 그 영향과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IT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는 반도체 기술이나 모든 산업의 룰을 바꿔놓고 있는 인터넷의 모태인 월드와이드웹이 그 대표적인 예지요.

처음에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활용범위나 영역이 실용분야로 옮겨가면서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혁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불확실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구요. 그만큼 미래기술의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만큼 연구개발에 대한 어떤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규제를 완화하고 연구자의 자율성을 높여 사회전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통해 활력을 얻는 방향으로 문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김 이사장은 예전처럼 국가가 큰 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온 자원을 쏟아 붓는 것보다 사회에 창의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모두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창의재단은 국민들이 직접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2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간 ‘2014 대한민국과학기술창작대전’이란 행사를 개최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중앙과학관, ETRI와 함께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연 이 행사는 세계적으로 메이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데 발맞춰 숨어 있는 국내의 숨은 창작자(Hidden Maker)들을 발굴하고, 오픈소스 HW/SW 및 3D 프린터를 활용한 창작의 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재단은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무한상상실의 시설과 장비를 이용해 창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단계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는 프로젝트 수행형 창작대회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픈소스 활용 창작, △IOT 창작, △드론, △사이언스 웹/앱 게임, △과학기술ICT 생활정보 앱 등 5개의 분야별로 과제를 지원하고 창작 대결을 펼친다. 재단은 이 같은 창작대회와 메이커 지원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건강한 기술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또 내년에도 메이커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해 상상, 도전, 창업 문화를 확산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무한상상실 역시 과학문화재단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민의 아이디어를 개발,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제작하고 스토리 등을 창작해보는 창의공간인 무한상상실은 전국 광역시도에 13개의 거점을, 시·구·군에 29개 소규모 무한상상실을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생활권 내에서 누구나 아이디어 활동을 하고 상상하고 제작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국민의 창의·상상 활동의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무한상상실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창의성증진교육 프로그램(DHA : Develping Human CreAtivity)이나 아두이노 등 초소형 PC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창의재단 차원에서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이뤄내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화는 단순히 한 기관이 노력한다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구성원 모두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과학기술을 단순히 경제발전의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거나 인간의 삶과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문화⑧] "창의성 발휘할 기회 주고 연구몰입 환경 만들자"
기술, 경제발전의 도구로만 봐선 안 돼
“과학기술은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다양한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을 단순히 경제발전의 도구 정도로만 보는 편협한 관점이 있고, 과학기술인들 만의 전유물, 연구실에서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관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까지 우리 생활은 휴대폰, 자동차, 지하철, PC, 인터넷 등 하루 종일 과학기술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인 것이지요. 과학기술이 이러한 존재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바로 과학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것중 하나가 바로 엔지니어나 과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고 김 이사장은 강조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00년부터 격년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이해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항목 중 과학자에 대한 처우나 인식 관련 항목에 대한 2012년 결과를 보면 사회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업으로 ‘과학기술인’이 36.3%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기업인(24.3%), 교육자(10.5%) 순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는 한중일 3개국의 인식에 대해 비교 조사를 병행했는데, 중국은 ‘과학자’라는 응답이 55.6%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고 일본의 경우는 교육자가 29.2%로 가장 높았다. 지금 중국이 ICT나 과학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점은 이같은 국민적 인식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자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직업 선호도로 가면 순위가 달라진다. 공무원, 교육자, 의사 등에 비해 순위가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낮은 선호도는 과학기술인이 중요한 일을 한다고 인식하기는 하지만 처우는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엔지니어나 과학자가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문가 하나를 배출하려면 오랜 기간을 투입해 경험과 지식을 쌓아야하는 데, 역량을 인정받고 경험을 쌓을 직업의 기회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어떻게 우수한 과학기술자를 길러내고 어떻게 이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국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죠.”


김 이사장은 또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융합기술 개발을 촉진하려면 우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인내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행정 등에 시간을 낭비하게 하면 안됩니다. 기업이든, 국가기관이든 연구개발은 축적효과가 작용하는 분야입니다. 계량적이고 단기적인 성과평가를 지양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죠. 제가 연구한 뇌 분야도 대표적 학제간 연구 분야입니다. 연구를 수행하려면 물리학, 신경생물학, 인지과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해야 하죠. 바벨탑을 쌓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호 인식의 폭을 넓혀나가는 데 많은 시간이 들고 인내가 필요해 학문 분야내 칸막이를 허물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인정받기까지 큰 도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칸막이 문화를 걷어내기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영지를 찾으려는 프론티어적 속성이 있어요. 이같은 속성을 발굴해 격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실패가능성이나 불확실성 때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평가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죠. 융합의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고 이를 알리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대담=장윤옥 테크앤비욘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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