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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내놓은 '선수들', 롯데는 거절했고 한화는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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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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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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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간의 삼성式 특급 구조조정… 삼성종합화학-테크윈-탈레스 빅딜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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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한화그룹과 이른바 '빅딜'에 관한 협상을 시작한 것은 9월 초다.

애초의 접근은 한화 경영기획실이 주도했다. 한화는 삼성이 내부적으로 이건희 회장 이후의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사업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먼저 다가섰다. 경영기획실이 주축이 되어 태스크포스가 꾸려졌고 방위사업 규모 확대에 관한 사전조사와 타당성 검증이 이뤄졌다.

삼성은 당시 비주력 사업 정리에 있어 방위사업 보다는 화학 계열 정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4월께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는 개편안을 내놓았고 상반기까지 이를 마무리했다. 당시엔 관련 사업을 합쳐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공식적인 합병의 이유였지만 삼성은 비밀리에 매각을 준비하고 있었다.

삼성이 삼성종합화학 매각을 처음으로 타진한 대상은 국내사 중 자금력이 풍부한 롯데였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주도 아래 지난해까지 옛 호남석유화학인 롯데케미칼과 KP케미칼의 사업 규모 확대에 주력하고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 1조 52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 회사인 타이탄을 인수했다. 한해 앞서 KP케미칼은 파키스탄의 PTA 독점기업을 인수했고 연이어 영국 아르테니우스 PTA 설비도 사들였다. 롯데의 석화 계열사는 2011년 초 시가총액이 12조원을 넘어 그룹의 주력인 롯데쇼핑을 앞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는 올해 갑자기 찾아온 삼성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화학제품에 대한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자신들의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롯데의 신동빈 회장은 화학 계열을 육성해 2018년까지 그룹 매출을 200조원까지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관련 시장 침체로 계획은 수정될 상황에 놓였다.

석유화학업계의 시황을 불안하게 여긴 롯데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화는 삼성에 방위사업 매각을 타진했다. 김승연 회장이 부재한 사이 태양광에 2조원을 퍼부은 한화는 최근 생명보험업까지 흔들리면서 주력 캐시카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뜬구름 잡는 신수종사업 보다는 확실한 현금이 창출되는 전통 사업이 다시 필요하다는 내부지적이 제기됐다.

김승연 회장이 사회봉사명령을 전제로 최근 자유의 몸이 되면서 한화는 사업확장에 기지개를 켰다. 조단위 규모의 해외 M&A를 추진하는가 하면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의 자본건전성을 회복하려 해외 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하는 등 재무적 노력을 기울였다. 한화L&C는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한 건자재사업을 모간스탠리 프라이빗에퀴티에 매각해 3000억원 가량의 부채개선 효과를 냈다.

이렇게 몸을 만들어 삼성테크윈 (41,600원 보합0 0.0%)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한화는 뜻밖의 기회를 잡게 됐다. 삼성이 방위사업 뿐만 아니라 화학계열사까지 패키지로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화학 계열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국내외 매물을 50개 이상 검토하고 미국 다우케미칼 가성소다 사업부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던 한화는 예상 밖의 제의에 재빠르게 반응했다.

한화 경영기획실은 김승연 회장에게 협상 개시를 재가 받아 90일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거래의 관건은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최대한 빠르고 확실하게 거래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는데 있었다. 삼성종합화학과 테크윈, 탈레스 등 관련 패키지 계열사의 직간접 임직원 수가 만 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양사의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협상이나 매각 사실이 외부로 유포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삼성은 과거 노비타 매각이나 아이마켓코리아 등을 떼어내 팔 때에도 이 같은 원칙을 분명히 했다. 삼성이라는 프리미엄을 잃게 되는 임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급히 결성하거나 단체행동으로 시위에 나설 경우 브랜드가 받는 타격이 커서다. 실리적으로도 매각 위로금 등을 크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안이 필요했다.

삼성과 한화의 협상은 극도의 보안이 유지된 가운데 90일 동안 진행됐다. 삼성은 관련 자문을 JP모간 임석정 대표에 위임해 박태진 지점장과 실무자들이 수뇌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거래를 진행했다. 한화는 재무 자문사를 두지 않고 법무법인 광장의 김상곤 파트너 변호사를 비롯한 실무자들에 책임을 맡겼고 경영기획실의 인원이 총동원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협상은 90일 동안 진행됐고 가격적 협의가 관건이었다. 김승연 회장은 삼성 임직원들의 동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인수 기업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라고 실무진에 지시했다. 삼성도 그런 한화의 정책에 화답해 비상장사인 삼성종합화학 뿐만 아니라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있는 삼성테크윈의 매각 가격을 최소로 조정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최대한 적게 받아 사실상 가격적 할인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삼성은 한화가 인수금 부담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금납부도 2~3회에 걸쳐 진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열어뒀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게 받는 대신 상장사로서 배임이슈가 불거질 것을 대비해 매각 지분을 남기고 대신 한화가 관련사를 인수한 이후 시너지가 생기면 그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1000억원 가량의 옵션 계약도 맺었다. 한화로선 당장 현금부담이 덜하면서도 매매상대방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호의적 합의를 얻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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