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숨겨진 섬…'세인트존스'와 '쿠수'

동남아 해상교통의 중심지인 싱가포르. 제주도의 70% 정도 크기인 이곳은 주어진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인공적인 시설물을 적절히 배치하고 가꿔, 아시아 최대 관광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

싱가포르는 센토사(Sentosa) 섬이 있는 남쪽을 중심으로 관광 자원이 발달했다. 동쪽의 창이 공항(Chang-i International Airport)에서 서쪽의 주롱 새 공원(Jurong Bird Park)까지의 거리가 차로 2~3시간이면 통과할 만큼 짧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로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니버설파크와 위락시설, 호텔 등이 즐비한 센토사 섬은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그리고 센토사 동남쪽 아래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섬이 있다. 바로 '세인트존스' 섬과 '쿠수' 섬이다.

↑ 사진출처 : 구글지도

이 두 섬으로 가기 위해선 마리나 베이(Marina Bay)에 위치한 마리나 사우스 피어(Marina South Pier)에서 운항하는 유람선을 타면 된다. 유람선이라고 하지만 거창한 배는 아니고 운송 기능만 있는 작은 상선 정도다.


배는 마리나 사우스 피어를 떠나서 세인트 존 섬과 쿠수 섬으로 이동한다. 편도 운행을 하니 간단하게 바닷바람을 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싱가폴 해협에서 바라보는 마리나 베이

싱가포르 해협을 30여 분 지나면 배는 'St. John’s Island'라는 글자가 각인된 해변을 옆으로 하고 선착장에 도착한다. 간소하게 지어진 선착장은 만(灣)처럼 움푹 들어간 곳에 있다.

섬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잔잔한 호수를 만나는 것처럼 조용해진다. 배에서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의 발소리와 웃음소리를 제외하면 새소리와 뜨거운 태양만이 섬을 지키고 있다. 보트와 왕복선이 드나드는 시간만 제외한다면 너무도 차분한 섬이다.

↑ 세인트존스 아일랜드

↑ 세인트존스 아일랜드

선착장 오른쪽으로는 작은 백사장과 캠프장이 있다. 왼쪽으로 향하면 방파제를 겸한 다리를 지나 라자루스 섬(Lazarus Island)까지 이어주는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는 한낮에는 더우니 될 수 있으면 오전에 가는 것이 좋다.
산책 하다가 더워지면 바다로 들어가도 되고, 울창한 나무 밑에서 달콤한 낮잠을 청해도 좋다. 캠프장에 위치한 화장실은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탈의실과 샤워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수건과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가면 좋다.

↑ 세인트존스 아일랜드

↑ 세인트존스 아일랜드

세인트존스 섬은 유람선이 섬의 ⅔를 돌아서 선착장에 정박하므로 섬의 전체 모습을 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섬을 옆에서 보고 들러볼 만한 곳을 정해서 이동하는 것도 추천한다. 선착장에 내리면 섬 전체의 지도가 있고 길도 하나라 찾아가기 어렵지 않다.

↑ 세인트존스 아일랜드

두 섬을 연결하는 관광코스는 세인트존스 섬에서 두 시간 정도 간단한 산책을 즐기고 이어서 쿠수 섬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외에 배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쿠수 섬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거북이 섬으로도 불리는 쿠수 섬은 사원도 있고, 세인트존스 섬에 비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섬 전체가 활기차다.

↑ 쿠수 아일랜드

세인트존스 섬과 쿠수 섬은 둘 다 멋진 해변을 가지고 있다. 세인트존스 섬은 선착장 옆의 아주 작은 해변을 제외하고는 라자루스 섬의 해변까지 배에서 내려 40여 분 이상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 오히려 작지만, 물이 얕고 조용한 쿠수 섬의 해변이 접근성도 좋고 이용하기도 편하다.

↑ 쿠수 아일랜드

쿠수 섬과 관련된 전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먼 옛날에 배를 타고 가던 가족이 폭풍우를 만나 곤경에 처하자 거북이가 이 섬으로 안전하게 데려다 주고 먹을 것도 풍족하게 전해줬다는 전설이 주된 내용이다. 이 때문에 섬 전반에는 거북이의 동상이 있다. 거북이를 키우는 곳도 있고 장수 생물인 거북이처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사원도 있다.

선착장을 나와 섬 안으로 이동하면 정원처럼 잘 관리되어온 사원 앞마당이 펼쳐진다. 한쪽으로는 거북이를 방생해서 관리하는 연못도 있다. 사원을 지나면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바비큐장이 있지만, 숙박을 할 수 없어 활용도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 쿠수 아일랜드 거북이 연못

↑ 쿠수 아일랜드

섬 한가운데의 작은 언덕에는 152계단을 올라가면 사원이 있다. 이곳은 부와 건강, 풍요, 결혼, 조화 등의 덕목을 기리고 있다. 위에 언급한 거북이가 구해준 가족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특히 아이를 갖기 원하는 부부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 쿠수 아일랜드

↑ 쿠수 아일랜드

두 섬을 가기 위해서는 싱가포르의 주요 교통수단인 MRT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MRT의 NW(North-West) 노선 마지막 역인 마리나 베이 역에서 내려 402번 버스를 타거나 택시로 마리나 사우스 피어로 이동한 후, 다시 배를 타고 섬을 가야 한다.

MRT 마리나 베이 역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1km 정도를 걸어야 하니 싱가포르의 더위와 거리를 고려한다면 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마리나 사우스 피어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주중 오전 10시와 오후 2시, 토요일은 오전9시, 오후 12시, 오후 3시의 세 편이 있다.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총 5회 운항한다.

주의할 점은 주중과 토요일은 세인트 존 섬과 쿠수 섬을 이어주는 배편의 시간 간격이 넓지만, 주말에는 편수가 많은 대신에 세인트 존 섬과 쿠수 섬을 바로바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보고 이동해야 한다. 맑은 날 늦은 오후에 섬을 나온다면 적도 옆으로 떨어지는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쿠수 아일랜드

한편 섬에는 매점이나 식당이 없으므로 물과 간단한 먹을거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오전 일찍 들어가서 해수욕이나 산책을 즐기다가 나올 목적이라면 도시락도 필수다. 쿠수 아일랜드에서는 사원 내부에서 현지 주민이 간단한 음료와 식사를 팔기도 하지만 정기적이지 않은 관계로 반드시 출발 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딱 TV (www.ddaktv.com) 에 12월 1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