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男임원은 왜 신규 프로젝트에 안달일까

“또 새로운 신규사업을 검토하라는 거야?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아직 결론을 못 내고 있는데.. 왜 매년 임원인사만 끝나면 항상 똑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
“우리 부서로 온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왜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하라는 건지..”
“그러게, 그러다 또 조금 지나면 흐지부지 될 텐데..”
"내 말이.. 지금까지 신규사업을 검토해서 제대로 진행된 게 하나도 없잖아"

얼마 전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남자임원이 부임하고, 신규 프로젝트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여자과장들이 임원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짜증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스라엘 학자 마이클 바－엘리(Michael Bar-Eli)는 축구경기의 페널티 킥을 연구 하였다. 그 결과 페널티 킥을 하는 선수들의 1/3은 중앙, 1/3은 왼쪽, 나머지 1/3은 오른쪽으로 공을 찬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골키퍼들이 페널티 킥을 막아낼 확률을 높이려면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중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통계자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골키퍼들은 가운데를 지키지 않고 좌우로 몸을 날렸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미국 철학자 잭 보웬(Jack Bowen)은 멍청이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골을 허용하는 것보다, 틀린 방향이라도 몸을 날리는 편이 훨씬 심적으로 덜 괴롭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래도 최소한 노력은 했잖아’라고 말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게 비록 소용이 없어도 아무런 행동이라도 하려는 것을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고 한다.


이러한 행동편향은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강하게 나타나는데. 전문가들은 이것을 오랜 진화의 역사로 설명한다. 과거 수렵시대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것이 훨씬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상대가 사냥을 해야 하는 대상인지, 내가 상대할 수 없는 맹수인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야만 했다. 행동만이 가족들을 위한 양식을 구할 수도 있었고, 죽음의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동 편향은 생각보다 위력이 세다. 아무리 오늘날의 세계가 섣불리 행동하기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심사숙고 하는 쪽에 더 크고 장기적인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인간의 본능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장기보유 하지 못하고 수시로 거래하고, 새로운 부서를 맡게 되면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하게 신규사업을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새로 들어선 정권, 새로 바뀐 장관은 항상 새로운 대입제도,잦은 정부 조직개편 등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하게 된다.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는 뭔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나면 더 낫게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도 기분은 나아진다. 그러나 자기 기분만 빼면 실제 상황은 종종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자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인간이 행동하는 것을 선호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빨리 보상을 얻는 방법이라 해도, 상황이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도 있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그들이 방 안에 조용히 머물러 있지 못하는 데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또한 세계 최고의 투자자인 워런 버핏도 ‘투자에서 행동은 실적과는 무관하다’라는 말로 행동편향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충고하고 있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실패의 원인을 주로 자신과 내부에서 찾으려고 하는 여성과는 달리, 남자들은 좋지 못한 결과의 책임을 자신들보다는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이유로 행동편향이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에게서 흔하게 발생하며, 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여성들은 위험회피 성향이 너무나 강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한 수치심이나 자책감을 피하려는 본능 때문에 행동편향은 특별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조직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부작위 편향(Omission Bias)'에 빠지기 쉽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의미 있게 기다리기보다는 생각이 없더라도 행동하는 쪽을 더 선호해왔다. 성과가 없더라도 오히려 조직에 손해를 입히더라도, 근면 성실이라는 이름으로 단지 열심히 한다는 것을 미덕으로 평가 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남성위주의 조직사회에서 행동 편향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은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Think like a man of action and act like a man of thought)'고 했다.

우리는 실패하더라도 끝없이 도전하고, 도전해야 한다. 실패는 또 다른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미 있는 도전만이, 준비된 도전만이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남성들의 행동 편향과 여성들의 부작위 편향이 조직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행동 편향의 행동주의적 도전정신과 부작위 편향의 신중함과 책임의식이 시너지를 낸다면, 오히려 조직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커다란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도전정신을 지닌 신중함과 책임감, 남성들의 신중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이 글로벌 경쟁시대의 가장 큰 숙제가 되고 있다. 이 숙제의 해답은 오직 성별이해지능이 뛰어난 집단(Gender Intelligent Organization)만이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