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밴드왜건과 소수의 다양성

1848년 미국 대선에서 휘그당 후보 재커리 테일러의 열성 지지자 가운데 댄 라이스라는 서커스단 광대가 있었다. 라이스는 테일러를 밴드왜건에 초대해 함께 선거 유세를 했다. 마차가 이끄는 악대차를 뜻하는 밴드왜건은 군중이 별 생각없이 덩달아 뒤를 따르게 하는 데 '만점의 효과'를 발휘했다.


테일러는 대선에 승리해 미국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대통령 당선이 '밴드왜건 효과'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정치인들은 앞 다퉈 악대차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은 1950년 이 같은 대중의 심리를 꼬집어 밴드 왜건 효과(Band Wagon Effect)라는 경제학 용어를 발표했다.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 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량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듯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 편승효과로도 부른다. 자신의 신념이나 소신과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향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행위를 말할 때면 '밴드왜건'이 반드시 오르내린다.

굳이 밴드왜건 효과를 끄집어 낸 이유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상 때문이다. 허니버터칩과 다이노포스, 크로아티아는 '신 3대 명품'으로 떠올랐다.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허니버터칩은 한번쯤 맛보지 못하면 '사회의 낙오자'가 되는 듯한 분위기다. 아동완구의 챔피언으로 떠오른 다이노포스 시리즈도 '득템'하지 못한 부모들에게 좌절을 안긴다.


크로아티아는 한 케이블 방송에서 소개된 이후 너도나도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CJ오쇼핑이 지난달 판매한 여행상품 중 '크로아티아와 아드리해 인근 발칸반도 5개국 7박9일 상품'은 당초 목표보다 20% 높은 매출을 올렸다. 그동안 크로아티아는 한국인의 선호 여행지와는 거리가 다소 멀었지만 TV 방영 이후 '급인기'를 모으면서 '필수여행지'로 떠올랐다.

오죽 소문이 났으면 국회의원들도 크로아티아행 비행기를 탈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9~26일까지 '한-이탈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 행사 및 전시' 참석차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이후 인근 '크로아티아'까지 다녀올 예정이다.

TV나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거기가 좋대. 그게 맛있대~"라는 식으로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한다. 남들이 다 먹어보고 가져보고 여행해봤는데 자신만 안 해봤다면 세상과 시대에 동 떨어진 느낌을 받는다.

역설적으로 남들이 하는 행동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생각을 가지면 '화성인'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학교에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는 교사부터 "이상한 아이"로 몰아 타박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이들도 덩달아 '엉뚱이'를 면박한다. 부모도 그렇게 배워왔고 사회적 틀에 갇혀 자신의 아이에게 "튀지 말라"고 혼을 낸다.

다양성은 다수의 밴드왜건 효과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튀어야 나오는' 창의성도 '튀지 못하게' 막는 분위기에서 어떤 기대를 할까. 최근 소비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밴드왜건 효과를 부추기는 데 안성맞춤이다. "거기가 좋대. 그게 맛있대~"보다는 "내가 좋아. 내가 먹어보니 이게 맛있어~"라는 자신만의 소신이 중요해 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