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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 일자리?'…'시간선택제=정규직' 법적 근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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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호 이대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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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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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4 근로자 리포트-⑦시간제 일자리]

[편집자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에 관한 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 근로자에 관한 법은 많습니다. 이 법들은 근로자의 근무시간, 임금, 휴가 등 근로자들의 일상생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은 잘 갖춰져 있지만 근로자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합니다. 법과 동떨어진 현실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1) 근로자 관련 법과 현실의 괴리를 확인하고 2) 원인을 추적하고 3)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연재기간 동안 임금, 근로시간, 휴가, 정년 같은 직장인 이야기에서부터 알바생, 인턴, 비정규직, 파견근로자 등 다양한 근로 현실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양질 일자리?'…'시간선택제=정규직' 법적 근거 절실
#1. 두 아이의 엄마인 정은교(가명·34)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고객들이 몰리는 오전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출금, 계좌개설, 분실·재발급 등 일반 업무를 담당한다. 결혼 전 증권사 영업점에서 근무한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데다 시급도 센 편이라(연 1700만원) 정씨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그는 "복지도 정규직 은행원들처럼 다 받을 수 있고 풀타임 근무가 아니라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만족도가 높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 김영란씨(가명·40)는 그 누구보다 일을 하고 싶었다. 수년 전 출판사 사무직을 그만두고 낳은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자 소소하더라도 '나만의 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늘었다. 마침 한 대형마트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계산원)를 뽑는다기에 지원했지만 일주일도 안돼 그만뒀다. 근무시간만 짧을 뿐 정규직과 다를게 없다고 했는데 마트 측에서는 최저임금(현재 5210원)에 일한 시간을 곱한만큼만 수당을 줬다. 게다가 쉬는 시간까지도 철저히 통제당하는 등 일하는 환경은 쉽지 않았다. 김씨는 "편의점 알바랑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고용률 70%를 목표로 도입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출산과 자녀양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해 여성 인재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운다는 취지도 있었다.

특히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세계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가정 양립 지원, 고용률 증가, 장시간 근로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산업재해 증가 등의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제도로 꼽힌다.

그러나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임금이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차별이 없어야 하며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에 준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대부분은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나마 금융계 종사자인 정씨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형마트 계산원,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양질 일자리?'…'시간선택제=정규직' 법적 근거 절실
◇'시간선택제=정규직' 법적 근거 마련해야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학업이나 육아·퇴직과 같은 개인의 자발적인 수요에 의해 △풀타임 근로자와 임금·복리후생 등에 있어 균등한 대우를 받고 △풀타임·파트타임 등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특히 사회보험)을 말한다.

이처럼 '시간선택제=정규직' 공식이 성립하려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관련법이 없다보니, 시간제 근로에 대한 법적 정의도 모호한게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1년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법)'을 바탕으로 '시간제근로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만들어 입법 예고했다.

제정안은 시간제 근로자를 '근로기준법 제2조1항제8호에 따른 시간제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근로기준법 조항이 '단시간 근로자(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정의하고 있는 조항이라는 점이다.

즉, 단시간근로자와 시간제근로자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정안은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단시간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추친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자칫 비정규직만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607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13만1000명) 증가했다.

시간제 근로자 제도가 정착되려면 '근로시간단축 청구권'을 도입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시간단축 청구권은 정규직 근로자가 원할 경우, 근로시간을 주 15~30시간으로 줄여 시간제 근로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규직 근로자가 시간제근로자로 전환했다가 다시 정규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면 출산·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시간제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것 보다, 기존 정규직 근로자가 시간제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게 더 중요하다"며 "반대로 시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보장해줘야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질 일자리?'…'시간선택제=정규직' 법적 근거 절실
◇"시간제? 그냥 풀타임 계약직 쓸래" 기업들은 '냉랭'
하지만 시간제 근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나마 공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대기업과 같은 민간기업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시간제 근로자의 경우, 업무의 연속성과 숙련도가 떨어지다보니 중요한 업무를 맡기기 어렵고 그렇다 보니 정규직 수준의 복지와 임금을 제공하는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시간제 보다는 풀타임 계약직을 쓰는게 낫다"는 말도 나온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받아 공개한 '2014년 300대 기업 신규채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00대 기업 중 60.7%가 "올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고 채용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 이미 채용한 70개 기업 중 18곳(26%)은 시간선택제 신규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한국경영자총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제조업 같은 분야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렵지만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하지만 서비스업은 노동환경 자체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보니 정부에서 요구하는 고임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는 시간제 근로자 채용 기업에 임금의 절반(중소기업 80만원, 대기업 60만원 한도)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시적(1년간)이다.

이 팀장은 "현재 정부 지원은 단기간의 현금성 지원에 불과해 기업이 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4대보험이나 세제 혜택 등을 장기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기업들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도입돼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노·사·정 타협과 법·제도 개선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를 활성화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늘렸다.

지난 2012년 네덜란드 전체 고용 중 시간제근로 비중은 48.3%, 여성근로자 중 시간제 비중은 77%, 남성근로자 중 시간제는 22.5%라는 점에서 여성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0년 기준 전체 근로자 중 시간제 비율은 26.8%, 여성 근로자 중 42.3%, 남성근로자는 11.7%가 시간제 근로를 하고 있다. 영국의 시간제근로는 남녀를 불문하고 상대적으로 저임금 또는 하위직종에서 많다.

영국은 시간제근로자의 근여로조건 보호와 개선을 위해 차별대우를 금지하는 시간제근로자법(Part-time Workers Regulation)을 제정했다. 이 법안은 △전일제와 동등한 시간당 임금(초과근로 포함) △질병수당, 출산수당 시간 비례 동등 대우 △휴가, 출산휴가, 부모휴가, 경력휴가 등 부여 △기업훈련배제 금지 △기업연금 가입 차별 금지 등을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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