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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기업가 정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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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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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2014’로 본 스타트업 생태계] 인재들이 가슴 뛰게할 성공 스토리 만들자

바보야, 문제는 기업가 정신이야!
사람은 가끔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저지를 때가 있다. 1년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내가 그랬다. 당시 그 곳에서는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SNS) 2013’이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는 각 국 대표들이 글로벌 현안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창업 생태계의 정상회담 격이다. 내가 몸담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또한 ‘스타트업 코리아’의 이름으로 참가했다. 그리고는 덜컥 ‘SNS 2014’를 서울로 유치해 버렸다. 나는 각국 대표들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 “서밋뿐 아니라 글로벌 컨퍼런스, 글로벌 경진대회까지 열겠다. 각국 스타트업들이 서로를 배우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

1년 뒤인 2014년 11월 23일부터 25일까지 재단은 약속대로 서울에서 ‘SNS 2014’를 개최했다. 재단이 운영하는 한국 최초 창업 생태계 허브 ‘디캠프(D.CAMP)’와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이 주무대였다. 컨퍼런스와 경진대회도 물론 진행했다.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내가 왜 그런 약속을 했을까 몇 번이고 후회했다. 한데 이는 역설적으로 행사가 기대 이상의 주목을 받고 성황을 이룬 덕이기도 했다.

SNS 2014서 스타트업 열정 느껴
말레이시아 행사 당시 27개던 참가국이 45개로 크게 늘었다. 각국에서 선발된 ‘국가대표 스타트업’ 또한 45개 팀이 참가했다. 더하여 국내·외 27개 스타트업의 전시가 이어졌다. 컨퍼런스에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브랜든 이리브 오큘러스 창업자 등 국내·외를 대표하는 창업자, 투자자, 지원기관 리더 45명이 무대에 섰다. ‘올해 최대 글로벌 창업 생태계 축제’라는 위상에 걸맞게, 연인원 2000여 명이 마음껏 배우고 토론하며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행사를 준비하고 또 진행하며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가 2~3년 새 놀랄 만큼 성장했음을 실감했다. 각국 대표들은 한국 창업 생태계의 에너지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몹시 부러워했다. 특히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등 정책자금을 근간으로 한 투자 활성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디캠프 같은 민관 지원시설들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에겐 놀라운 소식이었다.

컨퍼런스 무대에 선 국내 창업자, 투자자들의 발표와 태도 또한 세계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거듭된 성공과 실패로 담금질 된 연쇄창업자들의 담대한 비전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우리 생태계도 이제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일반 청중으로 참가한 스타트업들의 적극적인 자세도 돋보였다. 세계 각지에서 온 창업자, 투자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며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친분을 쌓았다. 한마디로 시스템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더불어 사람들의 태도 또한 크게 달라진 것이다.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된 ‘SNS 2014’는 스타트업 문화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br />
사진은 SNS 2014의 월드 스타트업 컴피티션 시상식 모습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된 ‘SNS 2014’는 스타트업 문화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사진은 SNS 2014의 월드 스타트업 컴피티션 시상식 모습
1~2년 새 창업 환경 크게 개선
사실 재단이 디캠프를 개관했던 2013년 봄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네트워킹 파티, 데모데이, 코워킹 스페이스, 액셀러레이터 같은 것들은 참 낯선 용어였다. 디캠프에 국내 최초의 무료 코워킹 스페이스를 마련한다니 “노숙자들이 몰려오면 어쩔거냐”는 우려부터 나왔다. 네트워킹 파티를 한다고 하자 “창업 지원 하랬더니 술 마시고 놀겠다는 거냐”는 비아냥이 이어졌다. 이제는 국내 최대 정기 데모데이 행사가 된 ‘디데이(D.day,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또한 초창기에는 “그런 거 한다고 사람들이 오겠냐. 돈 낭비 말라”는 냉소적 반응 일색이었다.

그럼에도 꿋꿋이 밀어붙인 건, 정말 창업 ‘생태계’라는 걸 발전시키고 싶다면 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사람’이요 ‘문화’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리 정부가 꽤 오랫동안 창업 지원에 적잖은 돈을 써왔음에도 근본적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건 ‘숫자’와 ‘보고서’에 매몰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몇 개 회사를 입주시켰고, 몇 명을 교육했고, 얼마를 지원했고…. 하지만 성공한 창업자들은 안다. 관건은 결국 기업가정신과 역동적 네트워크라는 것을.

다행히 민간의 몇몇 노력과 혁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창업하기 좋은 시절을 맞았다.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산 외국 투자자들이 속속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스타트업 옥죄는 규제 많아
여전히 수많은 규제들이 스타트업을 옥죄고 있다. 금융, 투자, 대출, 인수합병(M&A), 고용, 세금, 해외법인 설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는 더 많아서,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들로서는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개방, 공유, 협업이라는 21세기적 산업 가치에 입각해 낡은 법과 관행을 허물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제공해야 한다.

엑시트(exit) 시장이 협소한 것도 문제다. 대다수 대기업들은 국내 스타트업을 그저 사회공헌활동 상의 지원 대상 정도로 생각할 뿐, 협업과 혁신의 파트너로 대우하지 않는다. 어디서 누가 뭘 하는 지도 잘 모른다. 스타트업들로서는 결국 해외로 눈 돌릴 수밖에 없다. 정부 자금이 들어간 펀드에서도 몇몇 조건이 맞을 경우 해외법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전방위로 펼치고 있는 각종 창업 활성화 정책도 중간점검이 필요한 때다. 전국 17개 지역에 설치키로 한 창조경제혁신센터만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보고서 상의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각 지역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아울러 각 센터들 간의 자율적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고 끝없이 독려해야 한다. 결국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 스스로 기업가정신 충만한 공무원, 센터장, 활동가들이다. 그들이 보람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은 인재 유입이다. 지금 대기업, 연구소, 대학, 공공기관에 웅크리고 있는 수많은 인재들이 창업계로 쏟아져 들어와야 한다.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할 롤 모델, 절로 주먹을 불끈 쥐게 할 성공 스토리가 간절하다. ‘범생이’의 길을 걸어온 이일수록 기업가정신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만큼 강력한 자극, 든든한 지원이 필요하다.

길게 보면 결국 답은 교육에 있다. 기업가정신이란 ‘남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해, 역경과 난관을 뚫고, 혁신적 사고와 행동으로, 시장에 새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마치 이런 기업가정신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목적인듯 하다. 코딩 교육 좀 시키고, 창업자 한두 명 불러 성공 스토리를 듣는 것만으론 학생들의 창업가 기질을 북돋울 수 없다.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그로부터 자신감을 얻어 더 큰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 국민이 창업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을 가질 필요는 있다. 그 때에야 비로소 실패를 용인 않는, 권위와 관행에 기대 변화를 거부하는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D.CAMP) 기업가정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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