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오래 전에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노래한 시인은 이제 그 시구를 수정해야 한다. 인생 백세 시대인 지금엔 오십이 돼도 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오십이 되면 바다를 발견한다. 가족들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것, 완벽한(?) 해방을 맞이하는 것이다.


여자 나이 오십,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 권하고 싶지는 않다. 혼자서 가는 길은 외롭고 힘들다. 대신 여럿이 함께 가되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가자. 폐경이 아닌 완경을 맞이한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십의 여자는 ‘폐경’이란 부정의 단어로 우울해 할 것이 아니라 ‘완경’이란 긍정의 단어로 자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건 갱년기의 우울을 극복하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그 다음에 할 일이 오랫동안 쌓아왔던 자식, 남편과의 가슴 속 앙금을 말끔히 털어내고 화해하는 일이다. 이건 새 출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항상 든든한 의지처가 돼주던 남편이 어느 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아기’ 같은 남자로 변했을 때, 비상금 챙겨주며 친구들에게 밥이라도 사라고 힘을 불어넣어 주는, 그렇게 넉넉하고 푸짐한 아내가 나이 오십의 여자다. 오십 중반 남편의 입장에서 눈물이 나게 고마운 아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만 보고서 오십을 넘긴 여자들만 읽게 된다면 몹시도 아까울 책이다. 백만 년 만에 침대에서 껴안은 중년의 부부가 함께 읽어야 할 부부 행복 지침서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오순도순 다 읽고 나면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둘 만의 ‘버킷 리스트’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준비 없이 맞이한 해방이다. 통째로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향유해야 할 지 몰라 사거리에 서서 망연자실하기만 하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남들은 인생 이모작이라며 새로운 목표와 일을 찾아 즐겁고 분주하기만 한데 말이다. 24시간이 여유로운데 24시간 내 할 일이 없다. 우울증이 치고 들어오기 딱 좋은 안타까운 자유다. 바로 그럴 때 읽어주면 좋을 책이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이다.

8년 전 산문집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을 펴냈던 저자가 ‘여자 나이 육십’에 던질 메시지가 벌써 기다려진다. 그러니 저자여, 그때까지 일상이 무탈해 황토방 오두막의 아궁이에 보리밥 짓고, 군불에 고구마 구우며, 글 쓰는 꿈을 꼭 이루시길.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박경희 지음. 고려문화사 펴냄 . 260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