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실직 대가로 보너스가 주어진다면…

“매달 월세가 밀리고, 생활비 때문에 카드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데 당연히 보너스를 받아야지.”
“그래도 몇 년을 같이 일했던 동료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나도 애들 대학등록금이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할 수 없어.”
“그렇지만, 그 사람도 복직을 못하면 생활이 안 될 텐데. 나는 아무리 목돈이라도 도저히 인간적으로 돈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아.”

팀원 중 한 명이 장기간 병가로 인해, 적은 인원으로 업무를 진행하던 부서원들에게 팀장이 사장의 지시를 받고 직원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제안을 한다.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크게 업무에 지장이 없으니, 그 직원을 복직시키지 않고 업무를 하면 거액의 특별 보너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거액의 보너스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동료의 복직을 받아드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팀원들은 한 명 빠진 상태로 몇 달간 일했지만 특별히 인원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불황기에 갑자기 예기치 않았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행운이 찾아 온 것이다.

위의 사례는 이달 국내 개봉한 세계적인 명장 감독 다르덴 형제가 공동으로 시나리오, 연출, 제작을 맡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원제 two days, one night)’의 내용을 각색한 것이다. 병가를 낸 뒤 복직을 앞뒀지만 동료들의 투표로 복직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산드라(마리옹 코티아르)가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복직을 부탁하는 이틀 간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그린 수작으로 평가받는 영화다.

병가를 끝내고 복직을 앞둔 산드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회사 동료들이 투표를 통해 그녀와 일하는 대신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투표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제보 덕분에 이틀 후 재투표를 하기로 결정된다. 일자리를 되찾고 싶은 산드라는 이틀 동안 16명의 동료를 찾아다니며 설득해 보지만, 힘든 살림살이의 동료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포기하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처음에는 돈을 선택했다가 마음을 바꿔 그녀를 지지해주는 동료들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쪽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돈이냐 인간이냐. 햄릿의 딜레마다. 불합리한 회사의 결정을 번복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주인공은, 투쟁의 대상이 회사가 아닌 자신의 동료들이기에 마음이 너무 무겁다.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직장동료들에게서 상처를 받고 복직을 포기하려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일부 동료들의 격려와 설득으로 다시 용기를 얻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성별이해지능(Gender Intelligence) 전문가들에 따르면, 남자들은 결과에 대해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남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들어간 노력이나 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 나오는 남자 팀장은 자신의 목표인 휴직했던 사원의 복직을 막기 위해 다른 직원들에게 공갈과 협박 등 비인간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회사의 남자 최고경영자 또한 휴직했던 사원의 복직을 허락하는 대신 다른 직원의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인원을 줄이겠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최고경영자와 팀장은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직원들의 사기나 갈등은 관심이 없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그 결과를 얻기까지 거쳐 왔던 도전들을 알아줄 때 인정받는다고 느끼고 뿌듯해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큼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도 중요시 한다.

산드라는 극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복직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만, 자신의 복직을 위해 다른 사람이 대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스스로 그토록 원하던 회사의 복직을 포기한다. 대신에 자신의 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일부 동료들의 격려와 지원을 받은 것에 만족하고, 자신의 목표는 과감히 차버린 것이다.

가장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순간, 산드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인간을 선택한다. "우리 잘 싸웠지? 나는 행복해"라며 아주 밝은 표정을 지으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분명 실패한 여정이었지만, 그것이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산드라가 동료들과의 만남을 통해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고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문제를 정의하면, 다른 이슈들은 곧바로 배제시키고, 최대한 빠르게 문제의 범위를 좁히고 최단시간 내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남자들의 이런 빠른 접근방식이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수많은 또 다른 문제점과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여자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더 많은 개선 기회를 찾고 다채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자들의 접근방식은 해결책을 찾는데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다루고 너무나 긴 소요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또한 조직이 원하는 솔루션은 될 수 없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남녀가 서로의 해결책을 존중하며, 각각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잘 파악해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잘 결합시켜야만 최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결과와 과정이 조화롭게 하모니를 이뤄야 할 것이다.

냉엄한 현실세계에서 산드라의 ‘위대한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투쟁과 대립이 아닌, 대화하고 상호 협력하는 조직문화는 얼마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슬프지만 아름다운 산드라가 사라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