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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의 컬처톡톡]달달 시대와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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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인선 문화마케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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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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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의 컬처톡톡]달달 시대와 불감증
부토(舞蹈)란 무용은 어쩌다보니 일본에서 탄생했다. 반성과 죽음이 테마다. 미친 군부와 극우파, 부화뇌동한 일본인들이 아시아인 2천만 이상을 죽음으로 이끈 패륜으로 그들도 2차 대전에 거의 500만이 죽었는데 자기들 그 죽음이 꽤 아팠던 모양이다.

부토는 일명 죽음의 춤, 암흑의 춤이라 불린다. 무용수들이 흰색 분장을 한 시체처럼 나오고 동작도 흐느적흐느적 좀비같이 춘다. 노와 가부키도 스며들었다. 처음 보면 질겁하고 두 번 보면 저것이 왜 시작됐을까? 생각하게 되고 세 번 보면 일반 무용이 심심해 보이는 중독성이 있다. 1959년 무용수 히스카다 다쓰미가 만들고 1980년, 낭시 연극제에 오노 가즈오가 본격 소개됐다. 1970년에 창단한 산카이 주쿠 공연단은 파리에 본부를 두고 활동 중인데 공연은 늘 매진이라 한다. 클래식 무용에 타격을 가한 두 사건이 맨발의 이사도라 던컨과 바로 이 부토라고도 한다.

드물지만 한국에서도 간간히 공연이 있다. 일전에 홍대 앞 지하 바에서 마침 부토 공연을 하고 있는데 한 커플이 들어왔다. 강남 클럽에나 맞을 법한 여자는 시종 얼굴을 돌리고 있다가 결국 “구역질 나” 뱉고 나가버렸다. (그녀만이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데) 그녀는 두 개의 불감증을 드러냈다. 하나는 추한 아름다움에 대한 불감증이고 또 하나는 부토의 역설적 역사에 대한 불감증이다. 이 불감증은 물론 아직 젊은 그녀 탓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다른 누군가가 배후에 있다. ‘정크&스위트’ 문화산업 자본들.

물론 그들 자본 덕분에 우리는 ‘아바타’ ‘스타워즈’ ‘설국열차’ ‘태양의 서커스’ 같은 초대형 걸작을 보게 되었다. 그건 좋은 것이다. 그런데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문화 자본은 역사의식을 희석시켰고 달달한 문화를 편식하게 했고 달달한 정크 푸드에 길들여지게도 했다.

가난한 시대에 젊었던 우리는 꼬린 내(꼬린 내 구두 속 막걸리 문화 우-), 쓴 맛, 신 내 나는 오징어나 오이지 소주 신 김치부터 독재나 슬픈 역사 따위를 씹어 결국 단 맛을 뽑아내는 승리(?)를 경험했는데 요즘은 애시당초 달달한 햄버거, 달달한 치킨과 설탕 피클, 달달한 콜라, 팝콘과 초콜릿과 31가지 맛 아이스크림, 허니, 조미료, 달달한 팝 아트, 달달한 스마트, 달달한 ‘섹스&더 시티’… 이런 게 많아졌다. 그러니 작은 승리의 경험조차 별로 없다.

글로벌 자본은 애당초 달달 문화의 달인들이다. 역사 이래 가장 파렴치한 전쟁(아편전쟁, 1840-1842)이 아마도 그 원조일 것이다. 내가 20대 무렵에, 클리프 리처드나 레이프 개럿 따위 꽃미남 외국 가수가 한국에 왔을 때 10대들이 김포공항에서부터 일부 실신하고, 공연이 끝나고 청소를 하니 팬티에 생리대가 한 트럭이라고 보수언론들이 ‘한국의 수치고 교육의 실패’라며 거품 물던 기억이 나는데… 달달하기만 한 것은 그래서 어린 것이라고 역사는 말해준다. 달달함은 중독성이 꽤 강하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단속평형설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풀하우스’에서 다음처럼 기술한다.

“우수성은 특정한 점이 아니라 넓게 퍼져있는 차이들이다. 그 범위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 중에는 우수한 개체도 있고 덜 적합한 개체도 있다. 우리는 변화로 가득한 각각의 자리에서 우수해지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끊임없이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획일적인 평범함으로 이전의 빼어난 것들이 가졌던 풍요로움을 대체하려고 한다… 이러한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진화하는 시스템에는 필수적인 원료인 다양성과 변이를 보존해야.”

달달함은 고통으로 발효된 문화들과 섞여야 다채롭고 깊이 있어진다. 달달 빅 브라더인 미국에서 소울과 재즈가 태어났다는 건 아프리카 노예의 비탄이 달달함과 섞인 100년의 발효 때문이다. 공부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 달달함은 처음이 아니라 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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