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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시? ‘양치기 소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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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 양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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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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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80억원 제출→14억원 확보…'인프라 부실하고 자격 논란'까지, 유네스코 약속 지킬 수 있을까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마련된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마련된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예산 미확보, 장서량 평균 미달, 도서관 인력 매년 감소….

국제 행사를 준비하는 도시의 현재 얼굴이다. 오는 4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인천시의 ‘2015 세계 책의 수도’ 행사가 개최 3개월을 앞두고 좌초 위기에 빠졌다.

80억원을 확보하려던 사업비는 현재 14억원에 그쳐 ‘국제 행사’가 ‘동네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줄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사업비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예산 확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책의 수도’는 지난 2001년 시작된 국제 행사로 유네스코가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기념해 국제출판협회(IPA), 국제도서관협회(IFLA), 국제서점연맹(IBF) 등과 함께 매년 개최 도시를 심사해 발표한다.

첫 수도인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해 태국 방콕, 인도 뉴델리 등 현재까지 14개 도시가 독서·출판 진흥과 저작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인천시는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만에 2013년 7월 우리나라 도시 중 처음으로 책의 수도로 최종 선정됐다.

행사는 오는 4월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등이 참석하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6년 4월22일까지 1년간 이어질 예정이다. ‘모두를 위한 책, 책으로 하나 되는 세상(Books For All)’을 슬로건으로 책 읽는 문화 생활화, 창작·출판 활성화 등 비전을 성취하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구상이다.

하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하루도 아닌, 1년의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제 행사에 사업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자체가 국제 망신감”이라며 “인천시가 행사에 대한 의지나 비전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 부채비율 40% 인천시, “일단 지르고 보자”식 무리한 강행

송영길 전 시장 재임 당시 인천시는 '2015 세계 책의 수도'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인천시
송영길 전 시장 재임 당시 인천시는 '2015 세계 책의 수도'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제공=인천시
유네스코는 인천시가 당초 유치 제안서에서 밝힌 아시아 지역 도서 나누기, 북한 어린이에게 책 보내기, 도서기증 및 책 추천 릴레이 등 프로그램의 구체성과 시민의 독서 장려 운동 등 활동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는 이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까. 그간 ‘책의 수도’ 행사를 치른 해외 도시들은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80억원 정도를 들였다. 인천시가 확보한 사업비는 1월 현재 시비 14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책의 수도’ 선정 직후 국비와 시비 각각 40억을 더해 80억 규모로 사업비를 조성하려고 했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했다. 지방자치단체가 10억 이상 드는 국제행사 예산을 국가에 요청할 경우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인천시가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아 국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한 탓이다.

더욱이 부채비율이 40%에 육박할 만큼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시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하기도 벅찬 게 현실이다. 공공기관 전체에 50~70% 규모의 예산 감축을 주문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시가 국제 행사에 많은 예산을 배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목표 금액을 절반으로 줄여 국비 20억원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을 삭감해 끝내 국비 확보에 실패했다. 시의회에서도 시비 예산 추가 확보 방안이 무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총 사업비 80억원의 20% 수준인 15억 가량만 확보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시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업비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기업체의 참여와 후원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도서관 예산·인력·장서량 ‘수준 미달’…‘책의 수도’ 자격 있나

2015 인천 세계 책의 수도 로고. 인천시는 "무한대로 펼쳐지는 책을 형상화 해 책의 무한한 가능성과 인천의 상징인 바다 물결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인천시
2015 인천 세계 책의 수도 로고. 인천시는 "무한대로 펼쳐지는 책을 형상화 해 책의 무한한 가능성과 인천의 상징인 바다 물결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인천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3 공공도서관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의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예산액은 11억4700만원(2009년)에서 8억7000만원(2012년)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시민 1인당 도서수(장서량)는 2012년 기준 1.06권으로 전국 평균치인 1.53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심각한 것은 도서관 인력이다. 인천 시내 공공도서관 1관당 평균 정규직 인력수는 평균 12.2명(2009년)에서 10.5명(2012년)까지 감소했고, 비정규직 인력수 역시 평균 7명(2009년)에서 5.7명(2012년)까지 내려왔다. 학교 도서관 사서 190명 중 무기계약직 50명을 제외한 140명이 모두 비정규직이다.

인천시내 총 49개 공공도서관 중 11곳은 사서 수가 법적 기준에 못 미쳐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에 등록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행 도서관법은 도서관 건물면적이 330㎡(100평) 이하인 경우 사서 3명을 두게 돼 있으나, 11개 도서관은 사서가 전혀 없거나 1~2명에 불과한 채 운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서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천시가 세 번 도전 끝에 따낸 귀한 국제 행사를 통해 책 생태계의 어떤 변화를 성취하려는지, 어떤 유산과 긍지를 남기려는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장기적인 인프라를 통한 시민 향유 기반보다 몇몇 사람끼리 잔치처럼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 ‘전시성 이벤트’ 행사로 끝날 우려…‘시민없는 국제행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마련된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마련된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추가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 프로그램 전체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돼 당초 유네스코와 약속한 부분을 이행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거나 국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동네 잔치 수준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앞으로 배정될 예산이 개·폐막식 등 이벤트성 행사에만 집중될 것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최종 프로그램은 미확정 상태지만 예정된 행사들을 살펴보면 ‘국제아동교육도서전’ ‘유네스코와 한국의 기록문화전’ 등 일회성 전시프로그램들이 큰 축을 이룬다.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전시성 프로그램보다는 책 인프라를 정비하고 독서 증진 환경을 만드는 등 시민들이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시민단체 해반문화사랑회 이명운 운영위원장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는 행사는 성공하기 힘들다”며 “행사의 의미와 목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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