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활동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까?

머니투데이

김재훈 사우스캐롤라이나 클래플린 대학 경영학 조교수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2011년 9월 17일 미국 뉴욕시 월가에 위치한 즈카티 공원에 소규모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소규모의 집회가 11월 15일 강제해산될 때까지 장장 60일간 지속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SNS의 도움 등으로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던 월가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는 자본주의의 총아인 미국에서, 그것도 금융경제 한복판인 뉴욕 맨하탄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간의 큰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시위에서 사용된 '우리는 99%다 (We are the 99%)' 라는 구호는 이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부의 불균형 정도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통적으로 재무학에서 말하는 기업의 목표는 주주가치의 극대화이다. 따라서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신경을 써야 하는 대상은 해당기업의 주주들이었다.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그들의 고용인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의 엔론, 월드콤 같은 대기업의 회계 스캔들이 터지고, 2000년대 후반들어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불거지면서 이같은 기업목표의 정당성에 의구심을 들게 했다. 그 결과 단순히 주주만이 아닌 고객, 직원, 투자자, 관계당국, 회계감사인, 시민단체, 지역사회 등 기업과 연관이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 (Stakeholders)을 포괄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사회공헌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해관계자중의 하나인 주주 입장에서는 과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주식시장에서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지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된다. 만일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면 이런 기업들에 투자함으로써 일거양득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주가 상승에 따른 금전적인 이득이다.

그런데 2009년의 한 재무학 연구에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주주가치를 훼손시키진 않지만 그렇다고 주가에 이렇다할 플러스 효과를 주지 못한다고 보여줬다.

이에 반해 2013년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광고지출이 높은 (=고객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객인지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오히려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유의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분석대상기업을 포춘지의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 (America’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에 근거한 기업평판에 따라 세분했을 때 보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사회공헌활동 및 홍보가 기존의 기업명성과 부합하는 경우에만 그런 활동들이 주주가치를 창출시켰고, 기존의 평판이 낮은 기업의 경우에는 사회공헌활동에 따른 즉각적인 효과를 얻는 것이 어려웠다. 오히려 그런 활동은 진실된 것으로 비춰지지지 않아서 심한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단순히 광고나 홍보를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기업가치로 즉각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광고나 홍보도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또한 눈 뜬 장님이 아니기에 기업이 단발성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경우엔 금새 표가 나기 쉽다. 그리고 본말이 전도돼 기업성과가 낮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힘쓴다고 해서 갑자기 기업성과가 좋아질 수도 없다.

국내에서도 요즘 제품 광고가 아닌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하는 대기업의 TV광고 등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또 나아가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게 이들 광고의 의도이다. 하지만 위의 연구들에서도 밝혔듯이 단순히 사회공헌활동을 한다고 모든 기업들이 좋은 재무적 성과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옥석의 구별이 쉽지는 않지만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 중 꾸준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좋은 투자대상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나쁜 평판을 가진 기업은 아무리 TV광고로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