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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출근하는 아내…"잔소리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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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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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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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vs 여 '육아혈투'] 1. 주말근무

[편집자주] '아기를 낳고 나서 부부사이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요. 물론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힐까,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갈등이 하나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은 각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도 육아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편 편'은 남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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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아이가 '요로 감염'으로 입원했을 때 엄마 아빠는 최대 고비를 맞았다. 아이 퇴원시키고 우리가 입원할 뻔. 퇴원 몇시간 전 링거를 뽑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컨디션을 회복한 아이가 병원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여자 편] "애는 나 혼자 낳았어?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오늘은 일요일 근무다. 한 달에 1~2번 있는 주말 근무를 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남편에게 20개월 된 아이를 전적으로 맡기고 나와야 하는 미안함이 절반, 엄마가 같이 있어주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나머지 반이다.

현관문을 나서기 전 폭풍 같은 잔소리를 시작하니 남편이 또 짜증이 났나보다.
"알았으니까 빨리 가! 아린아, 엄마 오지 말라고 할까?"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신문사 특성 때문에 공휴일도 주말도 당번을 서야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이 '엄마 기자'는 두 명에게 죄인이 된다. 모든 워킹맘들이 그러하겠지만 육아의 위기는 항상 시도 때도 없이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찾아온다.

지난해 4월 1일, 1년만에 복직한 나는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첫 위기를 맞았다. 아이가 '요로 감염'으로 입원을 해야 했기 때문.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린이가 입원해야 되는데 자기 휴가 내면 안돼? 난 복직한 지 얼마 안돼서 얘기하기 좀 그런데."
"안돼."
남편의 단박 거절에 부아가 치밀었다.
"나 혼자 낳았어? 자기 애 아니야? 진짜 너무하네.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한바탕 싸우고 나서야 하루 이틀씩 휴가를 내는 것으로 겨우 조정이 됐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링거 때문인지 아이는 자는 시간 빼고는 24시간 내내 칭얼댔고, 피가 굳어 막힌 링거를 뚫을 때마다 하루에도 여러번 자지러졌다.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 관계로 시도 때도 없이 설사를 해댔으며, 밥은 입에 대지도 않아 분유 200~400ml를 겨우 먹일 수 있었다. 병원이 낯설어서인지 쉽게 잠을 자지 못했으며 졸음에 못이겨 졸도 직전까지 가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물론 위기 때마다 시련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분명 나는 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입원치레를 하고나니 아이의 웬만한 짜증이나 수면장애는 끄떡도 없는 득도의 경지에 올랐다. 아직도 초보맘이지만 육아에 자신감도 생겼다. '아이는 아프면서 큰다'는 말처럼 우리 아린이도 분명 아픈만큼 자랐겠지! 예전에 없던 여유도 생겼다.

이제 퇴근까지 몇시간. 집에 가자마자 아린이 목욕시키고 어린이집 가방 챙기고 내일 아침에 먹일 콩나물 좀 무쳐놔야겠다. 빨래도 개키고 남편한테는 쓰레기 분리수거 하라고 해야지…. 아니 아니, 그전에 후딱 밥부터 먹자!


[남자 편] "아, 옛날이여!" 우리집 아내는 '박부장'

조막만한 손등에 링거를 꽂은 채 아빠 품에 안겨 겨우 잠든 모습. 본인의 사진이 나가면 '고소하겠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모습은 최대한 편집했습니다. 남편, 이정도는 괜찮겠지?
조막만한 손등에 링거를 꽂은 채 아빠 품에 안겨 겨우 잠든 모습. 본인의 사진이 나가면 '고소하겠다'고 주장하는 남편의 모습은 최대한 편집했습니다. 남편, 이정도는 괜찮겠지?
아침부터 아내가 분주하다. 딱히 하는 일도 없이 방과 거실, 또 방과 화장실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 '가만히 좀 있어. 정신 사나워'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안그랬다가는 또 짜증 낼 텐데….'

"아린이 밥이랑 약 챙겨 먹이고 낮잠도 재워. 고구마도 쪄놨으니까 같이 먹고…. 내 말 듣고 있지? 건성건성 듣지 말고."

밥 먹은지 얼마 됐다고 또 잔소리다.

"알았어. 빨리 가. 아린아, 엄마 빠이빠이 하자."

아내가 일을 나가는 일요일엔 늘 머리가 아프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할 텐데 꼭 이것저것 지시하고 말이 많다. 우리 집에서 아내는 '박부장'이다. 어떤 일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늘 꼬치꼬치 지적하고 명령이다. 마치 회사 상사가 집에 있는 것 같다. 집에 와서는 좀 쉬고 싶은데 아내는 내가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게 못마땅한가 보다.

이놈의 '박부장'은 아내가 설거지 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세탁기에 있는 빨래 널어라, 청소기 밀어라, 장난감 정리 좀 해라, 목욕물 받아라, 아이랑 놀아줘라 등등. 손은 설거지를 하고 있지만 머리는 뭐 또 시킬게 없나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씩은 아내가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봄엔 아내가 전화해서 다짜고짜 내일부터 휴가를 내란다. 아이가 '요로 감염'으로 입원해야 된다면서 지금 당장 서울로 올라오라고 성화다. 회사에 알아보고 얘기하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졸지에 나는 아이가 아파도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적인 '나쁜 아빠'가 돼버렸다.

급하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그날 오후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 손에는 벌써 링겔이 꽂혀 있고 병실도 배정받았지만 아내와 아이는 복도에 나와 있었다. 계속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6인실에 있기 곤란했던 아내는 아이를 안고 병실 밖으로 나오는 걸 택한 것 같다. 그날 밤 아이 옆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해졌다. 출산 후 180도 변해버린 아내의 성격에 잠시 잊고 살았던 천사 같은 모습도 보였다.

아내가 집에 도착하기까지 한시간. 이제 잠시 후면 숨 좀 돌릴 수 있겠지. 아내가 오면 바람도 쐴 겸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나가야겠다.

<꿀 팁- 요로감염의 증상, 치료법은?>
아이가 소변을 볼 때 힘들어하거나 별다른 증상 없이 열이 날 때에는 '요로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입원시 항생제 치료를 하며 염증이 방광이나 신장으로 번지지 않았는지 신장초음파나 CT검사, 핵의학 검사를 병행하기도 한다.

박은수 기자 utopia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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