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에 가려진 김무성 대표의 연설 키워드 '세대'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증세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한 것도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정작 김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증세 논쟁'에 묻혀 다른 내용은 부각되지 못했다. 주변에선 김 대표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고 한다. 바로 '세대' 이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세대 이슈를 계속 언급해왔지만 이번 연설에선 더 체계적으로 이를 강조해려고 했다는 게 측근 그룹들의 설명이다. 김 대표의 앞으로 정책 행보를 가늠해보는데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공무연연금, 복지, 일자리(노동), 안보 등 핵심적인 이슈들의 근저에 세대 이슈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증세 얘길 꺼낸 이유도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세없이 복지를 늘리다 나라 곳간이 거덜나고 결국 후세에 큰 짐을 줄 수 있어 세대간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세금을 더 내고 복지 수준을 높이는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의 경우 나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이웃, 나라의 문제라고 넓혀서 생각하는 역사의식을 가지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공무원연금개혁이 세대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모범사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자리 부분에서도 "아버지는 정규직, 아들딸은 비정규직으로 표현되는 '일자리 양극화'를 겪고 있다"며 "아들딸, 손자손녀의 장래를 생각해 일자리를 나누는 양보와 배려의 정신을 통해 노사정 대타협의 성공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세대 갈등에 주목한 것은 이번 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 출마선언 당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세대간 갈등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양극화와 세대간 갈등을 해소해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 사는 '안민부방(安民富方)'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며 세대간 갈등 해소를 위해선 고통분담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대타협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사회적 대타협의 목표는 '공존-공영의 나라' 건설"이라며 "그 범위는 복지, 연금, 노사, 산업, 정치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타협 운동을 제안한 이후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국민대타협기구 출범 등의 성과도 이뤄냈다.

이번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독일의 경우 '세대 간 형평성위원회'를 둬 예산을 편성할 때 세대 간 형평성을 검토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리도 미래 세대를 위해 이 제도의 도입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또다른 구체적 제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측은 "사실 증세 관련 언급은 평소에 이야기 톤과 큰 차이가 없었다"면서 "앞으로 세대 갈등 이슈에 대한 김 대표의 문제 의식과 해법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