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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있잖아. 아기 그만 좀 안아줘" 아내와 실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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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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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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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vs 여 '육아혈투] 4. 유모차 태우기

[편집자주] '아기를 낳고 나서 부부사이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요. 물론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힐까,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갈등이 하나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은 각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도 육아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편 편'은 남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여자 편] 유모차 운전하며 커피? 영화 같은 일

아린이의 유모차 첫 시승식. 처음이자 거의 마지막이 된 이날 유모차 타기는 아빠의 끔찍한 딸 사랑 때문에 유모차는 아직도 창고에 먼지만 수북이 쌓인채 세워져 있다.
아린이의 유모차 첫 시승식. 처음이자 거의 마지막이 된 이날 유모차 타기는 아빠의 끔찍한 딸 사랑 때문에 유모차는 아직도 창고에 먼지만 수북이 쌓인채 세워져 있다.
"유모차 가지고 가자" vs "그냥 가자"

외출 때마다 나는 유모차를, 남편은 힙시트만 가지고 나가자고 실랑이다. 아린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유모차를 타본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몇 번 되지 않는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나도 한 손으로 '유모차 운전'을 하면서 나머지 한손엔 커피를 들고 산책도 하고, 쇼핑도 즐기며, 놀이터에서 다른 엄마들과 수다도 떠는 여유를 누릴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더라.

아기는 유모차에 가만히 누워 있지도, 잠들지도 않았는데, 이게 다 아기를 끔찍이 여기는 '딸바보 아빠' 때문이다.

유모차에 있던 아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해 하거나 울기라도 하면,

"아기야, 어디 불편해? 아빠가 안아줄까?"

하면서 번쩍 들어올린다. 안아주지 말라고 말려도 내 말은 듣지 않는다. 1주일에 한번 만나러 오니 얼마나 물고 빨고 하고 싶을까 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유모차 타는 것도 습관이 돼야지. 자기는 주말에 와서 잠깐 안아주고 가면 그만이지만 나는 당신 없는 내내 안아줘야 된다고.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내 생각도 좀 해줘"

딸내미가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야 엄마인 나도 굴뚝 같지만 '손 타면 힘드니까 자주 안아주지 말라'는 어른들 말을 많이 들어온 나로서는 남편의 이 '번쩍 번쩍'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내가 우겨서 겨우 유모차를 가지고 마트에 나온 날은 10분만에 '쇼핑카트'로 전락하기 일쑤다. 유모차에 아기는 없고 생필품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하면 '아기야, 다른 애들은 유모차에서 잠도 자고 아이쇼핑도 하고 장난감도 빨면서 잘 타고 다니던데 너는 왜 그러니?' 원망스런 마음도 든다.

'첫 아이니까 평생 후회 안하게 있는 힘껏 안아주자'고 생각하지만 오늘도 10kg이 넘는 아이를 안고 있자니 먼지만 태우고 있는 유모차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아린아, 이제 걸을 수 있으니 엄마 아빠랑 손잡고 다니자~'

[남자 편] "아기한테 '중고유모차'가 불편해보여"

어느새 아기에게 유모차는 '타는 것'이 아닌 '끄는 것'이 돼 버렸다.
어느새 아기에게 유모차는 '타는 것'이 아닌 '끄는 것'이 돼 버렸다.
'아빠 아빠, 유모차가 너무 불편해요. 엉덩이도 삐뚤어지는 거 같고 덜컹거리고 빨리 저 좀 안아주세요'

유모차에 누워있는 아기가 물기를 촉촉히 머금은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고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이 소리가 안 들리나보다. 안아주지 말라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얼굴로 이 아빠에게 푹 안긴다. 두 손을 벌리고 있는 힘껏 내 어깨를 꽉 부여잡는 아기의 의지가 느껴질 때, 이 순간의 느낌은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이 오묘하다.

우리 집 유모차는 최소 7년은 된 '중고 유모차'다. 조카가 타던 걸 물려받았는데 최신식 유모차와는 너무나도 먼 디자인에 시승감도 영 불편해 보인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밖에 나가면 다른 집 유모차에 자꾸 눈길이 가는데 부럽기도 하면서 씁쓸해진다. 유모차계의 벤츠라는 둥 등 받침대가 180도 젖혀진다는 둥 별의 별 기능을 탑재한 할리우드 맘들이 끌고 다닐법한 큼지막한 바퀴의 유모차에 편안하게 누워 엄마와 눈을 맞추고 방긋방긋 웃고 있는 아기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아린이도 '새 걸 사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무리 수입 유모차가 한국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긴다 해도, 몇 십 만원에서 몇 백 만원하는 유모차를 사봤자 몇 년 못쓴다는 주변의 얘기를 들어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수 있는게 부모 마음이지 않은가. '우리도 새 유모차 살까?' 아내와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선뜻 구매하지 못한 미안함과 이런 것 하나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가장으로서의 무능함에 아직도 마음 한켠이 아리다. 하지만 이내 '내겐 슈퍼맨처럼 튼튼한 팔 다리가 있지 않냐. 나중에 후회 안하게 원껏 안아주자'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계속 안아줄거 아니면 안아주지 마."

아내의 반협박성 멘트에 보채는 아이를 잠시 두고 보지만 금세 아기에게 지고 만다.

"우리 아기 불편해하는데 불쌍해. 내가 계속 안아줄거니까 당신은 신경 쓰지마."

이제 조금 있으면 안아준다 해도 아이 스스로가 거부하는 날이 오겠지.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 아이가 어느새 훌쩍 커 버리면 내 품을 떠나게 될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까봐 벌써부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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