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청문회장 맞아? 때아닌 '지역' '말투' 논란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12일 오후 4시30분. 증인신문이 한창이던 청문회장이 때아닌 '지역주의' 발언과 '말투에 대한 논란'으로 시끄러워졌다.

이 후보자의 성남시 분당구 소재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증인을 몰아세웠고 증인 역시 지역주의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등 사안과는 동떨어진 발언을 여러차례 하면서 증인을 코너에 몰았다.

"친구(이완구 후보자) 돕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건지. 하긴 그건 새누리당 의원이 걱정하실 일이지."-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충청도에서 총리(후보자)가 나와서 좋아하는데 호남분이 자꾸 그렇게 말하잖아요."-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

"여보세요."-유 의원

"속상하니까 그런 겁니다. 보니까 다 호남분 같던데요."-강 명예회장

"참 형편없는. 그말 취소하세요."-유 의원

"취소합니다. 죄송합니다."-강 명예회장

한선교 위원장은 양측의 공방에 "증인이 또 실수하셨다. 유성엽 의원도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 적절하지 않습니다"라며 급히 상황을 수습하려 애썼다.

유 의원은 앞서 "친구 이 후보가 잘못되길 원하십니까? 지금 강희태씨 태도와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이완구 후보자가 훌륭하다고 보겠습니까 아니면 저런 사람이랑 사귀면 문제가 된다고 보시겠습니까"라는 등 증인을 비꼬는 발언으로 위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강 명예회장은 진선미 의원과도 공방을 벌였다. '(땅을 팔 때) 얼마로 계약했느냐'는 진선미 의원의 질문에 강 명예회장은 "그걸 일일이 다 기억해야 됩니까. 의원님은 젊으니까 15년 전 일을 다 기억해도 제 나이 되면 기억 안 납니다"라고 답해 진 의원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

한선교 위원장은 "강 회장께서 힘을 쭉 빼고 툭툭 내뱉는 언어습관이 있는데 더 진지하고 정중한 자세로 답해달라"고 주의를 줬으나 사태 수습엔 역부족이었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강 명예회장의 '젊으니까' 발언에 대해 '그건 맞는 말'이라고 거들어 눈총을 샀다.

강 회장의 느긋한(?) 답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증인을 너무 몰아세우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증인이나 참고인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오신 분들이다. 국회의원들이 존중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증인들에게 큰소리로 억압하는 것 옳지 않다. 이분들 여기 와서 혼날 분들 아니고 사실대로 말씀하시면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도 "야당 간사와 위원장님이 계속 증인에게 거짓말 하면 처벌받는다고 말씀하셨는지 마치 증인들 거짓말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계셔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이 증인을 빼돌렸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의혹제기에 "이게 합리적 의심이라면 대체 야당이 여당을 뭐라고 인식하는 건가. 의혹제기를 해서 증인이 들어오셨다. 근데 이 중요한 의혹제기를 아무 근거 없이 전략전술로 하시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결국 청문회는 상당 시간을 강희철 명예회장을 둘러싼 양당 의원들의 '기싸움'으로 점철된 채 오후 5시쯤 정회됐다. 핵심 쟁점인 이 후보자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들을 수 없는 가운데 '말싸움'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