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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좀 꺼" 아기와 리모컨 두고 다투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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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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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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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vs 여 '육아혈투] 5. 리모컨 쟁탈전

[편집자주] '아기를 낳고 나서 부부사이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요. 물론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힐까,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갈등이 하나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은 각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도 육아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편 편'은 남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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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TV속 광고를, 다음엔 뽀로로 노래 동영상을, 그러더니 지금은 '타요 버스'에 혼을 빼앗긴 아기. 내 경험상 울던 아이 울음을 멈추게 하는 건 호랑이가 아니라 '타요 버스'더라!
[여자 편] '무한도전' vs '타요' 주말마다 난리

출산 전에는 아이와 남편이 리모컨을 가지고 싸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몇 년 전 친정엄마로부터 조카와 아빠(그러니까 이 둘은 손녀와 할아버지 사이다)가 TV를 앞에 두고 매일 다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할아버지니까 그럴수도 있지' 이해하고 넘겼는데 그게 설마 내 남편이 될 줄이야!

속칭 '무도빠'('무한도전' 열성팬을 일컫는 말)인 남편은 금요일 퇴근해서 일요일 잠자리에 들기까지 무한도전 재방송을 찾아 채널을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다가, 그 마저도 시원찮으면 VOD 다시보기를 시청한다. 나도 그만큼이나 '무도'를 좋아하기에 평소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으나 자기 딸과 시청권을 놓고 다툴때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TV 좀 꺼. 아린이가 '타요' 틀어달라고 징징대잖아. 아빠가 애랑 TV 두고 싸워야겠어?"

내가 어렸을때 '꼬마자동차 붕붕'에 빠졌을 때처럼 요즘 아이는 '타요 버스'에 푹 빠져있다. 타요 노래가 나오면 '와아~' 탄성을 지르며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즐거움을 표현하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걸 뻔히 알면서 엄마에게 '타요'를 틀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에게 '안돼' 라고 뿌리치는 마음이 좋을리 없다. 혹여 매번 거절당해 아직 2살밖에 안된 아이가 '난 뭘 해도 안돼' 하는 좌절감이나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두 돌때까지는 TV를 보여주지 말라'는 육아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최소한의 시청만을 허락하는데 아빠가 집에 와서 TV를 켜니 대책이 없다.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땐 설거지는 해야겠는데 바지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를 달랠 때, 도저히 아이와 놀아줄 힘이 없을 때, 정말 내 양심이 허락하는 상황에서만 최대 시청시간 1시간이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라디오나 동요를 들으며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으면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일주일에 한번 보는데 나도 TV 좀 보자. 무한도전은 꼭 봐야 돼."

본인은 밤늦게까지 TV 보면서 아들한테는 방에 들어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더라는 지인의 얘기와 남편의 변명을 동시에 떠올리며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말을 남자들은 진짜 모르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건지 묻고 싶다.


[남자 편] "아이들도 TV를 통해 의사소통을 배운다고."

겨울철 실내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TV를 보여달라는 아기와 실랑이 할때가 부쩍 많아졌다. 하루빨리 따뜻해져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길. 'TV 안으로 들어가겠네~ 아기야 이제 그만 보자'
겨울철 실내활동 시간이 늘어나면서 TV를 보여달라는 아기와 실랑이 할때가 부쩍 많아졌다. 하루빨리 따뜻해져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길. 'TV 안으로 들어가겠네~ 아기야 이제 그만 보자'
'이번주 무한도전은 OO특집이래', '그래? 재밌겠다. 지난주에 박명수가 몸개그 했을 땐 정말 웃겼는데', '에이~ 이번주 방송은 별로겠다'

토요일이 되면 1주일동안 기다려왔던 '무도'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아내와 저녁에 방송될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으며 한 주간 쌓였던 스트레스도 풀고 회사에서 쌓였던 긴장감도 살짝 내려놓는다. 아기를 낳기 전 우리 부부는 토요일에 외출했다가도 저녁 6시가 되면 서둘러 들어왔고, 방송 전에 꼭 저녁 준비를 마쳤으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본방사수를 못했을 때는 VOD가 올라오는 밤 9시 이후까지 기다렸다가 보고 자야 유재석을 비롯한 5명의 멤버들과 의리를 지킨 것 같은 일종의 의무감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내 유일한 낙이 자주 위협받고 있다. 강력한 적인 '타요'의 등장으로 채널 선택권이 박탈되거나 시청권을 빼앗길 때가 부지기수다.

'아이에게 TV를 자주 보여주면 안 된다', '책을 자주 접하게 해줘야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란다'는 아내의 말도 물론 맞다. 하지만 얼마 전 두 살 미만의 아이들도 TV를 통해 의사소통을 배운다는 미국의 연구결과가 있었고, 1주일에 TV보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크게 문제될 것 같지도 않다. 또 TV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다. 어른들도 스포츠나 드라마, 예능프로를 보며 일상에 지친 피로를 풀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듯이 아이에게도 얼마나 좋은 프로그램을 선별적으로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TV 중독이 나쁜 것이지 TV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타요 좀 틀어주자~ 아린이가 보고 싶대. 아니면 TV를 끄던가."

"안돼. 아빠랑 무한도전을 같이 보면서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거야."

내가 보기엔 오히려 아내가 유난을 떠는 것 같다. '타요'를 틀어달라고 아이가 징징대는 것도 잠깐, 이내 다른 장난감에 몰두하거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며 다른 흥밋거리를 찾는다.

또 아이가 원하는 걸 항상 들어줄 수는 없다. '거절', '실패'의 경험도 쌓아야 성장하면서 건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데 엄마가 매번 알아서 해결해주니 혹여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의식이 부족한 아이가 될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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