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사장이 말하는 아깝다! 이책<14>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손호영의 로하우=손호영 지음/동아시아

출판인에게는 숙명적인 사명이 하나 있다. 출판 역시 산업이고 문화적 흥행과 밀접한지라, 독자의 니즈와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책을 만들지만, 항상 ‘지금,여기’의 지식과 문화에 기여하고 나름의 역할을 다하려는 사명감에 쫒기고 있다.

그것은 모국어로서 한글로 생산되는 텍스트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해마다 순수 단행본의 경우에도 번역서가 40%를 점유한다. 한국어 외의 60억 인구가 만들어낸 검증된 텍스트를 번역 출간하는 것이니 텍스트의 순도도 당연히 높다. 특히 서구 혹은 영미의 축적된 지적 생산물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내 저자 발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학문과 문화의 주체와 독립의 척도이며 정치 경제 등의 어떠한 가치와도 변별되는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손호영의 로하우'는 그래서 각별하다. 갓 20대에 판사로 임용된 손 판사는 자신의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반추하며 그 시기의 후배들에게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법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류 공통의 치열한 논리적 결과물이며, 모두가 함께 사는 이치를 규정한 합리적 판단 기준임을 말하려 했다. 그래서 쉽고도 재미있게 썼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애매한 사례들을 앞에 놓고 논리의 과정을 보여주거나, 우리가 어떻게 수용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재미있게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대로 하자’란다.

20대에 ‘영감님’으로 첫발을 딛는 그를 응원하는 이유는, 그가 이런 저술 활동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 청백리 법조인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작가란 무엇인가=파리 리뷰 인터뷰/ 다른

부쩍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아지고, 또 잘 팔리고 있다. SNS의 시대, 누구나 글을 쓰고 읽고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그러나 어디 글쓰기가 그리 쉬운가. 책 몇 권 읽고 수미일관한 논리를 전개하고 맛깔난 문장을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도 필요하지만 긴 시간의 읽고 쓰는 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글이란 기술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삶에서 느끼는 진솔한 느낌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 등이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글이란 삶에서 배우는 것이다.

'작가란 무엇인가'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고, 글쓰기라는 자신의 일을 대하는지, 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그들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인터뷰집이다.

여기에는 헤밍웨이, 하루키, 스티븐 킹, 에코, 나보코프, 보네거트와 같은 세계적인 작가 36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문학잡지 '파리 리뷰'의 인터뷰가 원전으로, ‘소설의 기술(The Art of Fiction)’이라는 이 인터뷰에 응한 소설가만 해도 60년 동안 250여명 가량이며 한 명의 작가를 짧게는 일 년에서 십 년까지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고 한다.

따라서 책은 ‘세상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과 삶의 내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36명의 작가들의 각기 다른 삶과, 그 삶에서 투영된 글쓰기를 연결시켜 본다면, 누구나 글은 곧 삶이라는 큰 전제에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글을 쓸 때, 어떤 기술적 요소보다도 더 큰 질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따라서 글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하며 무엇을 써야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