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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정부 지원, 재창업 확대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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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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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지원 수혜자 늘었지만 ‘보여주기’식 한계 지적도

늘어나는 정부 지원, 재창업 확대로 이어질까?
IT벤처기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A씨. 스마트 프로덕트 지원사업을 통해 재창업을 시도했지만 주위의 반응은 차가웠다. ‘다시는 사업하지 마라’,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며 주변에서 A씨를 뜯어 말렸다. 반대를 무릅쓰고 벤처캐피탈(VC)과 엔젤투자자를 찾아 돌아다녔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VC들은 1억 원을 투자하면 10억 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업에만 관심을 보였다.

엔젤투자자들은 ‘엔젤’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A씨의 아이템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A씨는 “사실상 엔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재도전 기업에게 정부 지원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A씨가 재도전하던 시기에는 정부 지원도 녹록지 않았다. 많은 정부 지원사업 중 ‘재창업자’를 위한 사업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정부 지원사업은 A씨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2013년부터 정부가 ‘재도전 친화적 창업 생태계 조성’을 추진해온 덕에 지원을 신청할만한 프로그램이 몇 개 나타났다.

여전히 곳곳이 재창업 지뢰밭
결국 A씨는 미래창조과학부의 ‘ICT 재도전 단계별 지원사업’을 통해 회사를 다시 일으켰다. 정부가 지원해 준 창업컨설팅을 통해 사업타당성을 분석 받아 사업화를 마치고 시장에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다. A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인이 평균 2.8회 창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인이 평균 2.8회 창업한다. 사업에 실패해도 좋은 경험이나 경력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한 번 실패한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 실패 경험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창업환경은 다르다. 한 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찍힌다. 국세청 사업자현황보고에 따르면, 2013년 기준 IT 관련 및 연구개발업에서 폐업을 신청한 기업이 9421곳이다. 많은 기업이 문을 닫지만, 이들을 보호하고 다시 일으켜줄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모든 VC와 엔젤이 재창업자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의 ‘브라보! 리스타트’ 지원 프로그램은 재취업이나 재창업에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붐 세대에 초점을 맞췄다. SK플래닛 오픈이노베이션팀은 재창업자까지 포함해 모든 벤처기업인을 지원한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나이나 사업경력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아이템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VC, 엔젤과 만나는 재창업자들은 대부분 큰 벽을 절감한다. 앞에서 언급한 A씨가 정부 출연자금을 쉽게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재창업자이기 때문에 정부 출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체납했거나 신용불량자여서 지원자격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기업 경영자가 쉽게 파산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제도와 환경을 바꾸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국내 창업 구조를 바꾸려면 무엇부터 개선돼야 할까?

미래부와 중소기업청이 2013년 하반기에 발표한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재도전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자금난, 창업실패에 따른 신용불량자 전락 위험, 복잡한 회생절차, 실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꼽혔다. 이밖에 교류 부족도 재도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가까스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한 벤처기업 대표는 ‘동업 공포’라는 말을 꺼냈다.

그는 “동업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창업은 원래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가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기업인을 연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전속기업가 제도(EIR: Entrepreneur in Residence 기업에 상주하며 기업을 성장시키는 전문가)가 일반화돼 있다.

그 중 MIT의 ‘EIR네트워크’는 총 3단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는데, 첫 단계가 ‘피어투피어(Peer-to-peer)’다. 비슷한 상황의 기업인 또는 학생들을 연결해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적절한 멘토링의 부재도 재창업을 어렵게 하는데 한 몫 한다. 해외에서는 성공한 창업가, 기업인 출신이 멘토로 나서 현장에서 직접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자금지원보다 중요한 게 멘토링”이라며 “재창업 자금을 지원받아도 돈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면 또 다시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2013년 중소기업 재도전 종합대책 발표 이후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창조경제박람회에서 “마음 놓고 창업하고 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뒤 올해 들어 지원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00억 원 규모의 ‘재도약자금’을 도입했다. 기존의 ‘재창업자금’을 개선해 재창업 관련 금융지원 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구조개선전용자금, 사업전환자금, 재창업자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재창업자금은 일반자금과 융자상환금조정형자금으로 나눠진다.


늘어나는 정부 지원, 재창업 확대로 이어질까?

성실실패 기업인에 한해 재창업자의 융자상환금 일부를 탕감해주거나 상환금을 조정하는 융자상환금조정형자금은 200억 원 규모로 지원되며, 2월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미래부는 지난해 ‘재도전 창업사업화 지원’을 통해 30개 팀을 선발하고 21억 원을 지원했다. 미래부는 이를 통해 새로 법인을 설립한 기업인도 있어 고용 창출 효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기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협약을 맺고 ‘재도전기업인 무료 법률구조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 260만 원 이하면서 중기청 재도전종합지원센터의 무료법률구조확인서를 받은 기업인에 한해 개인회생과 파산·면책신청, 상행위와 관련된 민사 및 행정사건과 관련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경영개선 건강관리(구 구조개선 건강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보증 지원을 받기 어려운 109개 기업을 지정, 보증심사에서 경영진단 서비스를 제공했다.미래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한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은 올해 규모가 더 확대될 예정이고, 50억 원 규모의 신규 지원사업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창업 정부 지원 확대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역신용보증재단과 협력한 ‘성실 실패자 재도전 지원 특례 보증제도’를 지난해 상반기부터 실시했다. 신용불량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재도전 기업인을 위해 특례 보증을 해줬다.

자금을 지원 받아도 자금의 올바른 사용방법을 모르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중기청은 재창업자들이 다시 실패하지 않도록 지난해 5월 ‘재도전 종합지원센터’를 개소했다. 법무부, 신용회복위원회, 법률구조공단, 공인회계사협회 등 여러 기관에서 전문가를 파견해 분야별 상담을 시행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48명의 재도전 기업인이 방문했고, 651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또 올해 신설될 예정인 ‘재도전 성공패키지’는 심리치유에서부터 보육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별도로 ‘리스타트 캠프’를 진행해왔다. 20~45세의 창업에 실패한 기업인 중 재기 가능성이 있는 50명의 기업인을 선발해 VC와 연계해 맞춤형 멘토링을 제공했다. 교육 수료 후 경진대회를 열어 20명의 기업인을 선발하고, 1년 간 서울시 청년창업센터에 입주시켰다. 지난해에는 입주기업 중 2곳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월 11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ICT 재도전기업 사업화 컨설팅 성과공유 워크숍에 참가한 기업 대표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br />
2월 11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ICT 재도전기업 사업화 컨설팅 성과공유 워크숍에 참가한 기업 대표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자금지원과 창업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기업인 간 교류다. 미래부는 ‘재도전 컴백 캠프’를 열어 강연과 소모임을 통해 ICT 재기 기업인들의 협력의 장을 형성했다. 지난해 총 8회에 걸쳐 진행된 캠프에는 매 기수마다 약 70명의 기업인이 참가했고, 약 10명 정도의 전문가가 멘토링을 실시했다. 캠프 후반부에 10팀 정도가 창업 아이템을 발표했고, 우수팀을 선정해 3000만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했다.
정부는 직접적인 지원 외에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성실실패 가이드라인’을 올해 상반기에 만들 계획이다. 기업에 대해 마구잡이 지원이 되지 않도록 지원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을 맞추는 개념으로, 실패기업이라도 성실실패 기업으로 인정되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재도전을 돕는 취지다.

실패 기업인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프로그램도 여러 차례 방영됐다. 정부는 방송을 통해 실패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직접 개입에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창업 생태계를 죽일 수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여주기식’의 화려한 지원이 아니라 민간이 알아서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자금이나 사무실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보다는, 경험·지식·네트워크 등의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지원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재창업한 벤처기업 대표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오아시스와 같다”고 말했다.

이 벤처기업 대표는 “창업 생태계가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도록 천천히 구조를 바꿔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구조가 바뀌는 동안 재창업자들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동식 기자 임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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