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식생활 개선 없이는 올바른 당뇨 치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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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으면서 당뇨병 고친다”는 허황된 문구를 봅니다. 당뇨병을 불러온 나쁜 식습관을 유지한 채 약만으로 당뇨병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설사 그렇게 해서 혈당이 잡힌다고 해도 결과는 위험합니다.


몸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영양분(칼로리)을 계속 섭취하면 몸을 그걸 처리하기 위해 그야말로 혼신의 노력을 다합니다. 일단 배의 지방으로 남는 영양분을 다 빨아들여 저장해 복부비만이 되고, 남는 공간이 없어 지방을 핏속으로 방출하여 고지혈증에 걸립니다. 그래도 영양분이 넘치면 간에 지방을 저장해야 하니 지방간이 됩니다. 그러다 결국 당뇨병이 찾아옵니다.

이럴 동안 몸은 가만히 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몸도 나름 적극적으로 방어합니다. 영양분(당과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넘치면 세포로 들어간 당과 지방은 유해해져 세포의 기능을 못하게 방해합니다(영양독). 그래서 어느 정도 이상의 영양분이 자신에게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 합니다. 그중 혈당과 지방을 많이 쓰는 장기인 골격근과 심장근육은 특히 과다한 혈당에 취약합니다. 포도당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근육 사이에 지방이 끼고 기능에 문제가 생겨 당뇨성 심근증에 걸려 심부전에 빠집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과식하지 않고 식사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과식하면 세포 스스로 혈당이 들어오지 못하게 변해야만 합니다.

어떻게 변할까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포도당을 연료로 쓰지만 인슐린이 없어도 포도당을 거의 맘대로 쓸 수 있는 뇌가 있는 반면, 극단적인 반대의 경우로 인슐린이 먼저 세포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올 수 없는, 인슐린에 대단히 의존적인 장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심장근육과 골격근육은 인슐린이 있어야 포도당을 쓸 수 있습니다(인슐린 없이 근육수축에 의해서도 되기는 합니다). 그래서 심근과 골격근은 과한 영양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립니다. ‘인슐린의 말을 듣지 말자!’입니다. 인슐린이 작동해야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데, 영양이 너무 과해서 유해하면 인슐린 작용에 저항함으로써 포도당이 세포로 아예 못 들어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합니다. 보통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을 일으키고 예견하는 나쁜 징후로 알려져 있지만, 애초에는 과다한 영양분으로 부터 세포를 보호하려는 시도인 것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과다한 당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경비병


그러나 이런 의도와 달리 결과가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몸의 주인이 잠깐 과식하다가 나쁜 것을 알아차려서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하는 등 정상생활로 빨리 복귀하면 인슐린 저항성도 풀리고 만사형통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먹고 운동은 하지 않는다면 인슐린 저항성은 고착화됩니다. 그래서 식후 혈당의 70%를 흡수해주는 골격근과 심장근육이 계속 포도당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공급은 계속되는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피에 포도당이 넘쳐나게 됩니다. 70%의 포도당을 사주는 고객이 갑자기 받아주지 않으면 그 많은 포도당으로 인해 혈당농도가 올라가고 나중에 넘쳐서 소변으로 당이 배출됩니다. 이것이 당뇨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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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나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약을 복용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일단 많은 인슐린이 한꺼번에 덤벼드니까 심장근육과 골격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이 굴복합니다. 그러면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고 혈액 입장에서는 당이 없어지니까 “와~ 혈당이 내려간다. 성공이다. 당뇨병이 조절되고 있다!”고 환호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것은 오직 혈액의 입장에서만입니다.

심장근육과 골격근육의 입장은 어떨까요? 너무 많은 당이 쏟아져 들어와 세포에 독이 되어, 좀 적게 들어오게 하려고 인슐린의 말을 듣지 않고 문을 잠갔는데 인슐린들이 떼로 몰려와 강제로 문을 연다면? 몸의 주인이 좀 각성해서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해서 칼로리 오버로드를 줄여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고 계속 먹는다면? 인슐린 저지선이 뚫린 근육은 당을 억지로 많이 먹게 되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심장근육의 인슐린 저지선은 골격근보다 약해서, 인슐린 저지선이 무너지면 먼저 심장근육에 포도당이 과하게 유입됩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심장근육은 쉽게 포도당독에 빠져 제 기능을 상실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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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저항성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교정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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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잘못된 식습관과 유전적인 이유로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당뇨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혈당을 조절해야 합니다. 혈당을 방치하면 눈, 콩팥, 신경 등의 미세혈관 합병증이 발생합니다.

혈당을 조절한다는 것은 (간이 혈당을 조금 만들게 하는 동시에) 근육이 혈당을 흡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육은 높은 혈당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저지선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왜 생겼습니까? 통제되지 않은 혈당의 증가, 즉 과식과 운동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고, 더 많은 인슐린을 투입하거나 췌장에서 더 많은 인슐린을 나오게 하는 약을 써서 강제로 인슐린 저항성을 정복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처럼 일단 인슐린 저항성의 저지선이 뚫리면서 당이 근육 내로 들어가니 혈당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에 근육의 저항은 여전할 테고, 그 결과 몸 주인은 인슐린을 계속 올려야 할 것입니다. 인슐린에 저항도 할 수 없는 엉뚱한 경로가 더 활성화되어 동맥경화증이 생길 것이고, 근육보다 약한 심장이 먼저 망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몸에서 인슐린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맙니다.

교화하고 순치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교화하고 순치하는 방법은 바로 식생활 개선입니다. 과식하지 않고 운동하면서 세포에게 가해지는 칼로리를 줄이면 세포가 인슐린에 저항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은 풀리고 혈당은 떨어지며 인슐린 요구량도 줄어 동맥경화증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습니다.

“세포를 편하게 해주세요! 과식하지 말고 운동하세요!”라고 하는 몸의 말이 들리지 않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