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장관 첫 서민 부동산대책도 "빚내서 사세요"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6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후 첫 부동산대책인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주택기금의 대출금리와 임차보증료 인하 등으로 서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국토부는 전·월세대출 금리인하가 오히려 전·월세 가격인상 등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럼에도 기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이유는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초로 1.75%로 낮추면서 금리인하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2금융권 등 서민들이 배제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서민 금융지원대책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 것도 이번 기금 대출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위 소속 새누리당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이번 방안에 대해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된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주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기금 대출금리 인하 서민 주거불안 되레 가중"
국토부의 이번 방안으로 당장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오히려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금 대출금리 인하가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을 더욱 악화시켜 전세나 반전세의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금리인하는 전세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시장 흐름을 왜곡시켜 부정적인 효과만 나타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도 "이번 방안은 전·월세시장 안정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금리 인하나 보증 확대가 전세수요를 부추겨 전세난만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위험수준에 다다른 가계부채도 문제다. 특히 서민가계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기 때문에 대출 중심의 주거대책은 자칫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전·월세시장 안정화 없는 금융지원만으론 서민 가계부실만 키울 수 있다는 것.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가계부채가 크게 늘면서 소득 하위 20%인 1분위 부채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12년 45.3%에서 지난해 68.7%로 23.4%포인트나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인 5분위 부채가구의 DSR은 20.5%에서 23.1%로 2.6%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금융지원만으론 한계, 전·월세상한제 등 특단 대책 필요"
따라서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서민주거안정을 꾀하기 위해선 금융지원과 함께 전·월세상한제 도입이나 전·월세전환율 인하 등 직접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기금 대출금리 인하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했던 것이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며 "전·월세상한제 등 직접적인 대책없이 금융지원만 늘린다면 오히려 서민주거불안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는 "차라리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전·월세가격을 직접 규제해 효과적일 수 있다"며 "정부가 거래활성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대출 중심의 '수박 겉핥기' 식의 대책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월세상한제와 전·월세전환율 인하 등 정부의 직접적 시장개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진 않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키고 임대주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되면 공급이 줄어 중장기적으로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승섭 부장은 "지난 2년간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 중심의 부동산대책만 내놓으면서 전·월세 가격은 이미 서민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랐다"며 "지금은 금융지원, 공급확대 등과 함께 전·월세상한제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