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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그 소리없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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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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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7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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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3년만의 15집 '뉴 디렉션'…'공백과 절제의 아름다움' 빛나는 질리지 않는 맛

7일 13년만에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낸 가수 이문세. /사진제공=KMOONfnd
7일 13년만에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낸 가수 이문세. /사진제공=KMOONfnd
명징했다. 선율도 구성도 가창도 모든 것이 명확한 꼭짓점에서 출발해 다시 제자리로 안착했다. 4월7일 13년 만에 발표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이 나오기 전까지는.

흐릿했다. 멜로디도 가창도 곡의 순서도. 9곡이 담긴 새 음반은 우연의 일치인지 센 음악에서 여린 음악으로 점점 그 세기가 줄어든다. 전반부 곡들은 세고 밝고 희망차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박자가 느려지고 우수와 애상의 흔적을 보이지 않는 깊이로 촘촘히 박아넣었다.

음의 고저가 또렷하고 각인 효과 넘치는 후렴구를 ‘이문세표 음악’이라고 여겨온 하나의 상징도 새 음반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크림빵 대신 바게트로 포장한 식단이고 다방 커피가 아닌 아메리카노로 짠 후식이다.

새 음반은 ‘소리없는 아우성’ 같다. 여백 하나 남겨두는 것이 죄인 양 죄다 컴퓨터 양념 소스로 발라놓는 최신 유행 음악에 노련미 넘치는 뮤지션이 영리하게 소리없이 ‘지적질’하는 듯하다.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15집 음악감상회에서 이훈석 프로듀서는 “테크닉에 목매지 않고 감정 전달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가창의 테크닉도 뛰어난 이문세 씨가 이번에는 노래에 맞는 감정을 살리는데 포인트를 뒀다. 가창력의 획일화 시대에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가가 관건이었다.”(이훈석)

새 음반에서 두 곡을 작곡한 조규찬은 “요즘 음악을 들을 때 여백도 남겨두지 않는 치열함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문세의) 새 음반은 공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쉼의 음악’”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소리가 거세돼도 아우성은 남았다. ‘작곡자의 변화’를 통한 아우성, ‘편곡의 확장’을 통한 아우성, 그리고 ‘가창의 절제’를 통한 아우성이 그것이다.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15집 음악감상회에서  이문세는 전자기타를 들고 타이틀곡 '봄바람'과 '러브 투데이'(Love Today)를 연달아 불렀다. /사진=이정호 인턴기자 direct119@<br />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15집 음악감상회에서 이문세는 전자기타를 들고 타이틀곡 '봄바람'과 '러브 투데이'(Love Today)를 연달아 불렀다. /사진=이정호 인턴기자 direct119@

이문세는 트렌드와 스타일에 뒤지지 않으면서 아날로그 향기를 베어 문 작곡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룹 ‘러브홀릭’ 출신의 강현민에겐 타이틀곡 ‘봄바람’을, 세련된 팝과 재즈에 솜씨가 뛰어난 조규찬에겐 ‘그대 내 사람이죠’와 ‘무대’를, 오랜 벗이자 피아니스트인 노영심에겐 ‘그녀가 온다’를 각각 맡겼다. MBC 라디오 방송을 비롯해 이문세 공연 영상 멘트 작업을 도맡으며 10년 세월을 함께 한 정미선 작가에겐 5곡의 작사를 부탁했다.

고 이영훈 작곡가와의 작업으로 굳어진 ‘팝’과 ‘발라드’의 이미지는 ‘새로운 방향’(New Direction)으로 바뀌었다. 작곡가가 달라지니, 브리티시 록과 댄스 록의 시도가 불쑥 튀어나왔다.

영국 가수 미카의 동명 곡인 첫 곡 ‘Love Today’는 깔끔한 기타 톤을 자랑하는 팀 피어스(Tim Pierce)를 앞세운 브리티시 록 장르로, 대중에게 ‘로커’ 이문세를 소개하는 서두다. 이어지는 타이틀 ‘봄바람’은 가장 ‘핫’한 미국 록밴드 마룬5의 결이 연상될 만큼 대중적이고 그루브(groove·리듬감) 넘친다.

이 곡에서 ‘우우~/아아~’하는 하모니 리프(riff·반복선율)는 조용필의 ‘바운스’에서 보여준 리프의 형식을 빼닮았다. ‘Love Today’와 ‘봄바람’은 조용필의 ‘헬로’와 ‘바운스’의 바통을 잇는 대중적 록으로 각인될 듯하다.

조용필이 음반 전체를 ‘록’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일원화한 반면, 이문세는 이후부터 다양한 장르를 실험한다. ‘그대 내 사람이죠’에선 보사노바로 시작해 맘보, 차차차로 이어지는 라틴 리듬의 종합선물세트가 포진됐고, ‘꽃들이 피고 지는 게 우리의 모습이었어’ ‘무대’ 같은 곡들에선 한국적 감성을 얹은 재즈를 전면에 내세웠다. 팝적인 선율을 재즈로 대거 편곡하는 확장성 역시 이 음반이 지닌 ‘새로운 방향’의 한 지점이다.

파란색 정장 차림을 한 이문세는 20대 못지 않은 열정과 의욕으로 15집 음악감상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 색깔은 달라졌지만, 건강한 웃음과 식지않은 유머, 따뜻한 음색 등은 예전 그대로였다. /사진=이정호 인턴기자 direct119@<br />
파란색 정장 차림을 한 이문세는 20대 못지 않은 열정과 의욕으로 15집 음악감상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 색깔은 달라졌지만, 건강한 웃음과 식지않은 유머, 따뜻한 음색 등은 예전 그대로였다. /사진=이정호 인턴기자 direct119@

후반부에 몰려있는 발라드 장르를 소화하는 그의 가창은 대부분 툭 내뱉는 식이다. 선율을 쥐고 요리하는 이전의 방식에서 탈피해, 흘러가는 리듬에 맞춰 몸을 맡긴다고 할까.

체념의 끝에서 목놓아 부르는 듯한 ‘사랑 그렇게 보내네’가 담담한 슬픔의 본보기라는 사실은 그의 ‘버리는 듯한’ 가창을 통해 확실히 입증된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처연한 음색과 한숨 섞인 절제는 이문세 가창의 끝을 보는 듯하다.

‘무대’와 ‘그녀가 온다’ 두 곡의 가사를 쓰기도 한 이문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홈레코딩’ 방식을 이용해 컨디션이 최상일 때, 보컬을 입혔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행복하게 녹음한 음반”이라며 환히 웃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집에서 음악을 다시 들으니, 그 맛이 완전히 달랐다. 무대라는 공개 장소에선 가볍게 넘기던 아주 소소한 기법이나 장치들이 이어폰 안에선 소용돌이처럼 맴돌아 심장을 철썩철썩 두드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들어도 작은 감동의 메아리들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바게트와 아메리카노의 진가는 그렇게 나타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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