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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취업' 독일도 '대학行'에 골머리…"韓처럼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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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렌(독일)
  • 베른(스위스)=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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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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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취월장!-②]금융위기 이후 대학생 25% 늘어.."고소득직종 선호, 이민자 교육열 등 영향"

[편집자주] 대학을 졸업하고 치열한 스펙싸움을 벌여도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머니투데이가 10회 기획시리즈 ‘청년,일취월장!’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문제와 그 해법에 접근하고자 한다. 성장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일취월장’은 ‘일찍 취업해서 월급받고 장가(결혼)가자’란 새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획시리즈는 먼저 독일과 스위스의 일학습병행 시스템, 호주의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시스템 조명을 시작으로 국내 현장과 정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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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알렌직업학교 전경/사진=우경희 기자
"독일에서도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후면 한국과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일서 가장 수준 높은 기업 내 직업교육 아카데미를 보유하고 있는 마팔(MAPAL)사의 직업교육 최고책임자 우베 헤슬러 씨는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보고 근심어린 눈으로 말했다.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독일의 직업교육제도인 듀얼(Duale Ausbildung)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막 마친 터였다. 가장 좋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독일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점차 표면화되고 있는 고소득 직종 추종 현상은 발 등의 불이었다.

EU(유럽연합) 통합 후폭풍과 글로벌 금융위기 광풍 극복의 힘이 고전적 직업교육에서 나왔다고 믿는 독일이기 때문에 현지의 우려는 더욱 심각하다. 직업교육 이후 수여되는 자격, 일종의 학위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교육과 산업의 시스템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이 독일 직업교육의 최대 장점이다. 바꿔 말하면 이 톱니가 어긋날 경우 사회 전체의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수치를 보면 현지의 우려가 체감된다. 그간 200만명 아래로 유지됐던 독일의 대학생 숫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가 제공한 독일 연방통계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01만명이던 독일 내 대학생 숫자는 2008년 204만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늘어나 2012년에는 251만명에 달했다. 불과 4년만에 대학생 숫자가 4분의 1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른 집계를 보면 2014년엔 대학생이 262만명으로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독일의 교육시스템을 감안하면 고졸 학생들이 곧바로 대학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독일 교육의 대전제 중 하나는 "교육의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졸 후 취업을 선택했다가 얼마든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갖고 일하다가 대학으로 넘어가는 학생들이 통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대학생의 숫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직업교육생들의 숫자가 같이 줄어든다는 점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같은 통계를 보면 2006년 209만명이던 직업교육생은 2008년 215만명까지 늘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9년 211만명으로 꺾여 2012년에는 결국 198만명까지 줄었다. 결국 공고했던 독일 학생들의 직업교육 선호 분위기가 대학교육 선호 쪽으로 방향을 틀고있다는 결론이다.

독일 정부도 원인 분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독일 교육현장은 대학 진학 증가 현상의 원인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고소득 직종에 대한 선호 △터키 등 개도국 출신 이민자들의 교육열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공고하던 독일 경제가 멈칫한 시점에서 교육제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역시 대학 졸업자들은 고졸 취업자보다 많은 임금을 받는다.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독일의 기능공 서열은 고졸 초임자인 숙련공에서 기능공을 거쳐 마이스터에 이르는 체계다. 마이스터의 바로 윗 단계가 엔지니어다. 엔지니어는 장비 설계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인데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해당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다.

헤슬러 씨는 "엔지니어는 마이스터와 비슷한 연봉을 받는다. 초임에서부터 최고수준 기술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라며 "경제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고임금 직종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독일 사회구조에서 원인을 찾는 분석도 있다. 김영진 한독상의 과장은 "독일인들이 글로벌화되면서 자녀들이 화이트칼라가 되기를 원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또 독일로 이주해 와 주로 3D 업종에 종사하던 이민자들이 자녀들의 신분상승을 열망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열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구조가 비슷한 주변국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스위스연방직업능력원(EHB)의 에릭 슈월츠 시니어 연구원은 "과거 직업교육 희망자와 대학진학 희망자 비율은 7대3 정도로 직업교육 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요즘 들어 대학 진학 희망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다만 추후 직업에 상관 없이 진로교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어떤 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에릭 슈월츠 EHB 연구원이 취재진에게 스위스의 직업교육제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에릭 슈월츠 EHB 연구원이 취재진에게 스위스의 직업교육제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독일의 고학력자 증가는 주변국의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헤슬러씨는 "스위스 기업의 최고 책임자들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매니징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현지 전문가들은 결국 ‘직업교육 시장에 정답은 없다’로 의견을 모았다. 상황에 맞게 정부가 정책을 설계하고, 이 과정에서 기술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 제반의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취업시장에 정답은 없다는 말로 치환될 수 있다. 독일과 스위스의 일학습병행 시스템, 도제식 교육 시스템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 정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독일과 스위스의 교육정책을 보면 각 나라마다 특수한 상황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무조건 선진국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한국식 교육제도로 잘 손봐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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