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슬프도록 아름다운 <4월>앞에

보라색의 예쁜 봄꽃을 선물 받았다. 화병에 고이 꽂아 둔다. 짙은 향기가 코를 찌른다. 그렇게 즐기기를 며칠. 꽃병의 물을 갈아주려 화병에서 꽃을 빼낸다.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을 한다. 꽃에 대고 다시 냄새를 맡아본다. 여전히 꽃에서는 향기가 난다. 악취가 나는 줄기와 향기가 나는 꽃. 참으로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지만 이 둘은 함께 공존한다.

악취를 품고도 향기를 잃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공허하고 슬픈 얼굴을 한 채 화사한 꽃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바로 천경자 화백의 그림 속 모습이다. 꽃, 나비, 여자를 주제로 그린 그녀의 그림은 너무도 아름답고 몽환적이지만 그 안에는 짙은 슬픔과 애수가 묻어난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녀가 그려내는 자화상엔 수많은 감정이 섞여있다. 공허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그녀의 작품 중 <4월>이란 그림이 있다. 화사한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꽃의 화려함과 어둠이 짙게 깔린 여성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이 그림에서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내면의 갈등이 대조를 이루는 듯 함께 어우러진다.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꿈과 사랑의 추구는 곧 행복의 추구이기에 나는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한 말이다. 행복할 것이다가 아닌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에서 울컥 가슴이 메어온다. 그녀는 아마도 고통이 꽃으로 승화되길 바랐을 것이다. 사랑의 아픔을, 고독의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그리고 또 그렸을 것이다. 우리가 그녀의 그림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런 내면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고 희망을 져 버리지 않는 그녀의 강인함 때문일지 모른다.

‘한낱 거품’같은 ‘생애’라 말하면서도 사랑, 꿈, 그리고 모정을 삶의 동력으로 꼽으며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리겠다던 화가. 이 봄, 눈부신 4월에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술관으로의 나들이를 계획한다. 자신의 ‘분신’을 통해 살아갈 것이라 했던 그녀이기에, 그림 앞에 서면 그녀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그려내는 인간의 본질 앞에서, 어쩌면 뜻밖의 ‘나’를 발견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