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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 40% 불과…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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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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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대표단 꾸려 제조사와 일괄타결" vs 제조사 "민사소송에 따를 것"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2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가 의무를 외면한 가습기살균제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News1 정회성 기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2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국가 의무를 외면한 가습기살균제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News1 정회성 기자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30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140명이라고 23일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자 530명 가운데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이들은 221명(41.7%)에 불과하다. 나머지 309명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것은 입증되지만 피해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피해조사를 신중히 하고,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는 피해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지 만 4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태산이다. 피해자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제조사와 피해보상에 대해 일괄타결할 것을 원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제조사와 피해자 및 정부의 입장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피해자들은 1,2등급을 받은 피해자에 대해서만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해 줄 것이 아니라 3,4등급을 받은 이들도 똑같은 피해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3,4등급은 지원금이 전혀 없고 다만 5년간 건강모니터링을 지원할 뿐이다.

1차 피해조사를 진행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2차 피해조사를 진행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폐손상 여부에 따라 등급을 나눠 판정을 내리고 있다. 그 결과 530명 가운데 거의확실(1등급) 157명, 가능성높음(2등급) 64명, 가능성낮음(3등급) 61명, 가능성 거의없음(4등급) 240명으로 판정했다.

가습기살균제로 3살짜리 딸을 잃은 백승목 씨는 "피해 정도가 경미하다고 해서 피해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며 "잠복기를 거칠 수도 있고, 폐 이외의 다른 장기를 손상받을 수도 있는 등 여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1,2등급과 똑같은 피해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환경부가 폐손상 이외 장기 질환과 태아의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백 씨는 "다른 질병을 앓던 한 환자는 가습기살균제가 촉매제가 돼 사망한 사례도 있고, 심장이나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은 피해조사 대상자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산모 몸속에 있는 태아의 경우 산모가 사망한 경우는 태아 피해를 인정해줬지만, 산모가 생존한 경우에는 대부분 태아의 피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폐 이외 장기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 3월부터 연구에 들어갔지만 폐 이외 장기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있어 인과관계 규명이 쉽지 않다"며 "태아 피해는 8건에 대해 등급을 통보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제조사와 민사소송을 벌여 보상을 받는 현 상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소송비가 없는 피해자들은 보상받을 길이 요원하다는 문제와 법 미비로 피해를 입은 사회적 문제인데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는 모순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30명이지만 현재 소송에 참여한 유가족은 100여명 수준이다. 피해자 1명당 최소 유가족이 2명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900여명의 유가족은 소송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소송 비용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다.

소송을 진행했더라도 대부분 제조사와 피해자가 합의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백 씨는 "법원이 화해권고결정을 내리면 제조사는 재빠르게 원고에게 연락해 1~2억원 주는 선에서 합의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조사에게 사과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피해자들은 대표단을 구성해 제조사와 피해보상에 대해 일괄타결할 것을 원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 백 씨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사회에 알려졌을때 정부가 중재에 나서 일괄타결로 갔어야 했는데 이미 4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적 관심이 적어지자 제조사도 나몰라라 한다"며 "오는 26일 토론회를 열고 일괄타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제조사들은 피해보상은커녕 정부가 대신 지급하고 있는 의료비와 장례비 지원조차 외면하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13개 제조사를 상대로 30억1000만원에 대한 구상권 청구소송을 지난 1월 제기했다. 구상권 청구금액이 가장 큰 기업은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 제조·유통한 한빛화학과 옥시레킷벤키저로 총 16억원이 청구됐다. 뒤를 이어 '홈플러스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사에게 6억6000만원이 청구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4년말까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30억1000만원은 물론 올해 의료비와 장례비로 지급될 25억원도 추가로 제조사들이 내야 한다"며 "일단 30억1000만원에 대해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올해 지급한 비용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소송결과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유통한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피해보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이미 밝혔고, 개별적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는 소송 결과에 따라 대응하는 게 당연하다"며 "재판 결과에 맞춰 보상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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