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앞호텔법'이 대한항공 특혜법? 진짜 수혜는 '해운대'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일원에서 열린 '부산 수퍼컵 국제요트대회’에서 참가 선수단들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뉴스1

'대한항공 특혜법'으로 알려진 이른바 '학교앞호텔법'(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실제로는 대한항공보다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부근에 관광호텔 건립을 준비 중인 현대산업개발 등이 더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학교앞호텔법은 학교 정문으로부터 반경 50~200m 떨어진 지역인 상대정화구역에 100실 이상 규모의 관광호텔을 건립할 경우 학교환경정화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한항공이 곧장 경복궁 주변에 관광호텔 건립 사업에 착수하기는 쉽지 않다.

관광호텔을 지으려면 학교환경정화심의위원회의 심의와는 별개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이 필요한데, 대한항공의 경우 경복궁 지역을 관할하는 종로구청이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당장 호텔을 짓는 것이 어렵다.

반면 현대산업개발 등 7곳이 참여하는 아이파크마리나의 관광호텔 사업은 소관 지자체인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의 지지를 받고 있어 법안 통과시 곧장 공사 착수가 가능하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경기가 열렸던 곳이다. 아이파크마리나는 2003년 "1623억원을 들여 2014년까지 요트경기장을 재개발하겠다"고 지자체에 제안했다. 그러나 아이파크마리나가 요트경기장 재개발과 더불어 관광호텔 및 상업시설을 짓겠다고 수정안을 내면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해운대 요트경기장 부지는 해강초등학교 정문에서 96m, 직선거리로는 71m 떨어진 곳에 있어 상대정화구역에 속한다. 해운대교육청은 지난해 6월 학교환경정화위원회를 열어 아이파크마리나의 호텔 건립안을 부결시켰다.

아이파크마리나는 관광호텔 건립을 위해 행정소송을 이어가고 있지만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이파크마리나는 "학교정화구역 내에 호텔을 지을 수 있게 해달라"며 해운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지난달 23일 패소했다. 아이파크마리나는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을 통해 생산유발 효과 2조1337억원, 부가가치유발 8196억원, 수입유발 2190억원, 고용유발 1만7524명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전망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아이파크마리나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부산시는 국회에 계류 중인 학교앞호텔법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의 반대는 거세다. 해강초등학교가 학부모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8%가 호텔 건립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편국자 참부모학부모회 부산지회장은 "호텔 관계자는 유해한 호텔이 아니고 유흥업소도 설치 못하게 된다고 하지만 또 규제를 풀고 편법을 써서 어떤 유해한 시설이 들어올지 장담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로 호텔 객실이 모자란다면 해운대 해변가에 즐비한 오래된 호텔 하나를 매입해서 리모델링 하는 등 방식을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학교 앞에 호텔을 짓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