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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왓슨’ 의사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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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크M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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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1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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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데이터 분석과 활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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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왓슨’이 전 세계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 나섰다.

IBM은 5월 ‘모바일 헬스 서밋 유럽 2015’에서 스마트폰 앱 ‘당뇨병 구루’를 활용해 선천성 당뇨병(1형)을 관리한 사례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에 혈당기를 연결하고 혈당수치를 앱에 입력하면 일정 시간마다 앱에서 혈당을 측정하라는 알림을 보낸다.

위험수치에 다다르면 경고 신호를 보내 혈당 수치에 따라 인슐린 주사를 맞도록 안내한다. 이를 위해 IBM은 당뇨병과 관련된 500여 권의 의학서적과 잡지, 2300만 개의 기사 등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해 의료정보를 분석했다. 여기에 IBM은 개인건강관리 앱과 환자정보가 담긴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연동해 개인 맞춤 치료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슈퍼컴퓨터 왓슨이 가진 데이터가 의사를 대신해 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셈이다.

왓슨 의사의 등장은 국내 의료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문제가 걸려있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국내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열쇠를 쥐고 있다.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는 전 세계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자랑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 자료 수만 1조 5669억 건(2014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보통 한 달 진료내역 데이터만 100기가바이트(GB)로 1년이면 2테라바이트(TB)가 훌쩍 넘는다. 전 국민의 건강보험 관련 데이터만 수십 TB의 빅데이터가 쌓여있는 셈이다.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 전문연구위원은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는 세계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며 “단일보험 의무가입 체제다보니 비급여 항목을 제외한 전 국민의 병원 이용정보가 모두 들어있다. 5000만 명의 행위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들어오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데이터 키 쥔 건보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2013년 표본코호트DB를 구축해 지난해부터 일반 연구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표본코호트DB는 자격 및 보험료, 건강검진자료, 장기요양 정보, 진료 상세내역, 환자등록 정보 등이 들어있는 국민건강정보DB에서 전 국민의 2%인 100만 명을 추출해 12년간(2002~2013년)의 자료를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정제한 것이다.

공단의 빅데이터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가공돼 서비스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인’ 사이트에서는 로그인을 하면 건강검진 기록과 최근 1년간 진료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건강정보’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건강정보를 한 곳에 모아 필요할 때마다 확인하고 관리하는 개인건강기록(PHR) 서비스다. 건강검진 기록의 경우, 최근 5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일반건강검진,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암검진) 및 자녀의 영유아 건강검진 결과와 최근 2년 내 문진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확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선 건강검진결과에 따른 맞춤 건강정보와 관련 건강관리 정보를 이메일로 제공한다. 또 공단은 진료정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결합해 감기, 눈병, 식중독,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국민건강 주의 알림 서비스’도 운영한다.

공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환자 의료 이용지도 ‘헬스맵’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일종의 의료 내비게이션으로, 숫자로만 있는 빅데이터를 공간 정보화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연구다. 환자의 집과 병원의 이동거리를 산출해 지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때 최단 시간이 걸리는 병원은 어디인지, 택시를 탔을 때 도로 체증을 따지면 이동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의 기능을 넣는 것이다. 공단은 올해 일차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박 연구위원은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에 스마트기기로 기록하는 PHR이 더해지면 보다 정확한 추적관찰이 가능해진다”면서 “법적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나중에는 유전자 정보와 접목한 서비스도 나올 수 있다. 다양한 건강 관련 데이터가 공유된다면 보다 완전한 이력관리를 할 수 있고 이는 개인 맞춤형 건강 서비스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 뇌졸중 확률이 높은 사람이 일상에서 과음이나 흡연을 하거나 고기를 과하게 먹었을 때 갑자기 혈압이 높아진다면 과거 병원기록과 연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병원을 방문하게끔 하는 것이다. 개인 유전정보, PHR, 건강보험 데이터, 진료내역 등 데이터가 결합됐을 때 가능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국내서도 ‘왓슨’ 의사 볼 수 있을까?
건강 데이터 공유되면 맞춤형 서비스 가능
국내 주요 병원들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를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료 차트를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 중대형병원에 불어온 전자의무기록(EMR) 바람으로 환자들의 진료내용은 모두 컴퓨터에 데이터로 저장했고, 병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병원정보시스템(HIS)을 구축한 상태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2004년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를 도입한 이래 각종 임상데이터를 빠르게 추출해 분석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 시스템을 통해 300개 이상의 의료 서비스 질 관련 지표, 환자 만족도 지표, 환자 안전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 관리하는 도구로서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한다. 대형병원들은 자회사를 통한 IT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 설립한 헬스커넥트, 연세세브란스병원과 KT의 후헬스케어가 그것이다.

시스템과 솔루션 개발과 더불어 데이터 속의 의미를 읽어내려는 노력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국내 연구중심 병원들의 경우 개인별 맞춤 치료를 위한 필수요소인 유전정보 분석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초로 유전체맞춤암치료센터를 개소했고,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도 유전자 및 유전체 분석을 통한 암 치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람이 가진 유전자 특성에 따라 정상세포와 암세포들이 조금씩 다른 변이를 일으키는데,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관찰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암 치료 유전자 데이터 연구는 주로 폐암, 유방암, 간암 등 발병률이 높은 암을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 요도암과 방광암 등 점차 연구 대상 범위도 넓어지는 분위기다.

자체 연구센터뿐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기관들과의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서울대병원과 연구협약을 통해 개인별 맞춤 암 치료를 위한 엑솜시퀀싱 데이터 해석 기법을 개발한다. 이현주 GIST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유전자 데이터 분석은 단순히 데이터만 조금 분석한다고 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면서 “병원과 연구진이 서로 분야가 다르다보니 시각 차이가 있어 협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질병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암 환자에게 표적 치료를 제공하는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 데이터 활용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법적 제약을 받는다. 국내 의료기관들의 환자 진료정보는 의료법상 온라인을 통한 의료정보 송수신이 금지돼 있고 개인정보보호 및 취약한 보안기술 문제 역시 풀어야할 과제다. 게다가 기존 병원들이 구축한 병원정보시스템 역시 단일 병원 내에서만 운영될 뿐 데이터가 제각각 기록돼 호환되지 않는다. 심지어 같은 병원 계열에서도 쓰는 시스템이 다른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형 왓슨 의사의 등장은 당분간 등장하기 어려운 상태다.

IT기업들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의료 영리화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해 섣불리 사업을 키우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서비스와 솔루션은 사실상 영리화와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오해를 많이 받았다”며 “개인에게 수집하는 정보는 신장, 체중 정도인데다 병원들의 의료정보시스템과의 연동 역시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데이터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체중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 대표 역시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익명 처리가 되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매칭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가 수집하는 데이터조차도 소비자가 폐기를 원하면 바로 폐기하고, 동의 시 5년 정도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선 개인의 의료정보나 유전자 분석정보의 악용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학회나 공공성을 담보한 연구에 한해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제약사와 같은 사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일 경우에는 데이터 제공을 하지 않는다. 공공을 위한 연구라 할지라도 개인정보를 완전히 지운다.

대형병원들이 갖고 있는 환자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외부 대학과 연구협약을 맺어 유전자 데이터 분석을 할 경우, 데이터의 주인공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의 데이터를 전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병원은 여러 산업들과 융합해 점점 더 스마트해지고 선진화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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