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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시행령 수정권' 확보…'전가의 보도' 빼앗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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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배, 하세린, 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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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5.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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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상보) 법률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 국회가 수정 요구 땐 정부 처리 의무화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그동안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사실상 '수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의 가장 강력한 권한 가운데 하나인 행정입법 권한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국회 요구 땐 정부 시행령 수정 의무화

국회는 29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법률 취지에 맞지 않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수정 요구를 받은 기관은 이를 처리토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244명에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2명이었다.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의 시행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소관 부처 장관 등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 또는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 또는 변경 요구를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같은 개정안 통과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협상을 통해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수정 등을 위해 국회가 시행령 수정권을 확보하는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여야는 국회 상임위가 시행령 등의 수정 또는 변경을 요구할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이를 '지체없이' 처리토록 한다는 문구를 포함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리검토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을 고려해 운영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지체없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법사위에서는 새누리당 김도읍·김진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이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처리에 반대했으나 결국 원안대로 본회의로 넘겨졌다.

여야 합의 당시 국회 운영위에는 이미 국회가 시행령 수정을 요구하거나 시행령을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계류돼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인 이춘석 의원이 2012년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 등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상임위원회가 해당 부처 장관에게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민병두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3년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 시행령에 대해 본회의에서 그 효력을 상실토록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두 법안 모두 행정입법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재량권'을 견제하려는 취지다.

기존 국회법 제98조2에 따르면 정부는 법률에서 위임한 시행령, 훈령, 고시 등을 제·개정할 때에는 반드시 10일내 국회 해당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상임위는 만약 이 행정입법들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이를 정부에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이에 대한 처리 계획을 지체없이 해당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이 같은 처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국회로서는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헌법 107조는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되는지 대법원이 최종 심사할 수 있지만, 이는 위헌 또는 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국회가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법률이 너무 구체적이면 현실과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 등은 현실을 고려해 마련하도록 행정기관인 정부에 재량권을 준 것"이라며 "시행령 등 정부의 고유한 행정입법까지 국회가 견제한다면 권한이 국회로 과도하게 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미국·영국·독일 등 의회 '시행령 견제권' 확보

이날 여야가 전격적으로 시행령에 대한 수정권 확보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한 것은 야당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파견토록 한 대목이다.

새정치연합은 가장 핵심적인 보직인 조사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앉힐 경우 특조위의 독립성이 침해되고 진상규명 활동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며 시행령 수정을 요구해왔다. 야당은 또 시행령에 특정 공무원 파견을 명시한 점이 상위법인 세월호특별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특별법 21조는 특조위 위원장이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공무원의 파견근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원장이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논리다.

이에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을 요구하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당 원내지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이를 수용키로 하면서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 확보 법안 처리가 일사천리로 이뤄지게 됐다.

한편 미국은 연방의회가 행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정부는 시행 60일 전에 의회에 행정입법안을 제출해야 하며 만약 의회가 거부하면 시행할 수 없다. 독일은 연방의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동의권 뿐 아니라 수정권과 폐지권까지 갖고 있다. 영국은 일부 행정입법에 대해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의회가 행정입법을 무효로 만들 수 있는 권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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