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다 퍼뜨린다"…141번 환자 제주 여행 배경은?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 펜스에서 한 관계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141번 환자는 이 병원 응급실 밖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뉴스1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증상이 의심된 상태로 3박4일간 제주도 가족여행을 떠난 141번(42·남) 환자의 이해할 수 없는 지난 행적이 화제다. 그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격리된 한 병원에서 폭언을 쏟아내며 탈출한 사실이 확인된 것. 141번 환자는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뒤 증상이 나타나고도 제주 여행을 감행했다는 의혹이 있다.


18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41번 환자는 지난 5~8일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당시 이 환자는 메르스 증상을 이미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141번 환자가 역학조사 당시 9일부터 발열이 있다고 밝혔지만 그가 제주도 여행 당시에도 기침을 하는 등 증상이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분류된 제주에는 비상이 떨어졌다. 141번 환자는 대한항공 국내선 여객기를 이용해 서울에서 제주를 오갔으며 현지에서는 제주 신라호텔에 투숙했다. 아내와 아들, 친구 부부 등 8명과 함께 제주 현지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횟집과 승마장 등 관광지와 식당을 방문했다. 이 기간 141번 환자의 접촉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주도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는 신라호텔의 폐쇄회로TV와 호텔 직원 진술 등을 통해 현재까지 34명의 밀접접촉자를 파악하고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신라호텔 직원 31명에 대해 자가 격리하도록 통보했다. 또 신라호텔 측에는 영업을 자제해달라고 통보했다.


한편 141번 환자가 지난 12일 메르스 의심환자로 격리된 강남세브란스 병원을 탈출한 이력도 확인됐다.

당시 141번 환자를 진료한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검사용 객체만 채취한 뒤 그를 병원 외부에 마련된 '선별진료실'에 격리했다. 하지만 141번 환자는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난동을 부린데 이어 격리실 걸쇠를 부수고 탈출했다가 14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같은 '무개념' 행동 탓에 141번 환자가 제주를 방문했을 당시 메르스 증상을 일부 인지하고도 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41번 환자가 제주로 떠난 지난 5일은 그가 지난달 27일 방문한 서울삼성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141번 환자 본인이 메르스 감염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당시만 해도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에서의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응급실 외 다른 구역을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1번 환자는 응급실 외 지역에서 감염됐으며 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