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는 정년보장 정규직…잡셰어링 거부감 줄었다"

신한은행 상담창구에서 전일제 근로자들과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이 함께 고객과 상담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도입에 대한 사내 공감대가 제일 중요합니다. 시간선택제는 정년까지 근무가 보장된 정규직입니다."(신한은행 인사담당자)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간선택제 신규채용 근로자 임금 보전(50%, 1년간), 시간선택제 전화시 전환장려금·간접노무비·대체인력 인건비 지원(1년) 등 정부의 지원도 쏠쏠하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아직도 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모습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신한 Mom-pro 프로그램)를, 2013년 신규채용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를 도입한 신한은행도 도입 초기 비슷한 고민에 몸살을 앓았다. 질이 낮은 일자리로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든지, 사측이 기존 정규직(전일제) 직원을 강제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정년까지 근무 가능한 정규직이라는 점을 못박았다. 전일제 근로자와 동일한 과정의 연수도 진행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기존 근로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교육했다. 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메일을 발송해 시간선택제에 대해 소개하고,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영업점 소속 직원으로 정식 발령, 실적에 기여하도록 해 소속감을 고취시켰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선택제를 선택한 근로자들에 대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업무처리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입출금 창구 직무를 우선 시간선택제 직무로 선정했다. 시간에 따른 일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해 '퇴근'을 놓고 생기는 갈등을 줄였다. 영업점 배치 후 진행되는 연수는 은행업계 최초로 재택 사이버 연수제도를 도입, 가사시간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했다.


신한은행은 이후에도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시간선택제 직무범위를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배치된 전국 영업점을 방문하고, 전화상담과 전자설문을 수시로 실시, 업무적응에 어려움을 파악, 해소하고 있다.

기존 전일제 근로자에 대해서는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이 채용시부터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임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는 "기존 임시직원인 파트타이머나 피크타임텔러와 달리 근무하는 영업점에 소속돼 실질적으로 영업점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전일제 직원과의 화합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370여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두고 있다. 영업점 창구에서 유동성 예금업무와 공과금, 신용카드 업무 등에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이 대거 투입돼 있다. 이중 350여명은 시간선택제로 신규 채용됐다. 육아와 가정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새 일자리까지 찾은 것이다. 나머지 20여명은 전환형 시간선택제 근로자다. 기존 전일제 근로자들 중 시간선택제로 돌아선 인력들이다.

시간선택제 근로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다. 가사와 육아를 위해 일자리를 떠났던 여성이 양질의 일자리를 다시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아온 남성 인력들과 경쟁해야 한다. 고학력여성일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직능원 연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경력단절 후 복귀 과정에서 일자리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정규직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수혈로 효율적 근무시간 활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조직 내에 인력의 효율적 운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일자리를 나누는 '잡쉐어링'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었다. 채용규모를 늘릴 수 있고, 경력단절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선택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구성원들간 공감대 형성"이라며 "한국 사회서 처음 도입된 일자리 형태인 만큼 제도 도입 이전에 시간선택제가 왜 기업에 꼭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