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만 봐도 찰칵' 유승민은 카메라에서 사라질까

국회법 개정안 표결을 앞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세연 의원이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은 유 원내대표의 핸드폰 (제공=헤럴드)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거취 유지 여부가 결정되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모든 행동이 주목받는다. 한숨을 쉬면 한숨의 의미가, 웃음지으면 웃음의 속내까지 헤집을 태세다.

건조하게 오간 동료 의원과의 문자메시지에서 그를 둘러싼 긴박한 상황이 읽힌다. 6일 오후 국회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에게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유 원내대표의 대학 후배(서울대 경제학과)이자 측근으로 꼽히는 김세연 의원은 이날 유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퇴나 거취 여부와 관련한) 어떤 입장 표명조차 없이 가는 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사퇴를 주장하는) 저쪽에서 자리에 연연한다고 마타도어 중이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의원들이 거취를 정해 주시면 겸허히 이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본회의 이후 반드시 밝힐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자신의 휴대폰 메시지가 한 언론사(헤럴드)의 카메라에 잡힌 뒤 유 원내대표는 곧바로 회신을 하지는 않고 본회의에 집중했다. 측근 의원까지 그런 조언을 한 만큼 사퇴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그에게도 생각의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사퇴 압박의 발단이 된 국회법 본회의 통과(5월29일) 당시에도 유 원내대표는 휴대폰을 보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에는 표결 사진을 찍어두라고 모 의원에게 주문했고 이를 바탕으로 찬반 표결 결과를 꼼꼼히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사실 유승민 원대대표는 본인의 사진만으로 카메라 셔터의 주인공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를 뜻하는 이니셜 알파벳 한글자(Y)만으로도 위력적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월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힌 자신의 수첩을 보고 있다.(뉴스웨이 제공) 2015.1.13/뉴스1

청와대 비선 조직의 국정 개입 의혹인 '십상시 논란'이 터졌을 때인 올해 1월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에 그가 등장한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라는 메모가 적힌 수첩을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K는 김무성 대표, Y는 유승민 원내대표라는 것이 정설로 굳어졌고 양 대표가 격렬히 반발하면서 청와대 관계자가 사퇴하는 선에서 봉합이 됐던 적이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는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결정된다. 새누리당은 사상 처음으로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사퇴결의안을 의총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게 된다.

유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 도중에 회의장에 나와 의총이 소집된 경위를 설명하고 "의총 결정에 따르겠다"고 다소 몸을 낮췄다. 의원총회의 논의가 마무리될때까지 유 원내대표의 모든 행보는 주목을 받게 된다.

결과에 따라 그가 여전히 이슈메이커가 될지, 잠시(또는 상당기간) 카메라기자들의 주목대상에서 사라질지도 달라진다. 시간은 하루도 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