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 성과?…청년 일자리 창출은 낙제점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그동안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많은 성과가 나왔다.”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조신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밝힌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구축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 속에는 총 375개에 달하는 창업·중소기업 지원과 299억 원의 투자 유치, 962건의 시제품 생산 등 화려한 내용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성과를 들여다보면 고작 75명 신규 채용이 전부다. 지난 1년 여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챙기고 17개에 달하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이 모두 참여해 수조 원의 자금을 쏟아 부어서 겨우 이 정도 성과를 냈다면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낙제점도 한참 낙제점이다.

조 수석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본격적인 성과는 5~10년 후에 나올 것”이라며 창조경제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가 지금과 같다면 5~10년 후에도 어떤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 수석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거둘 성과를 지원 대상 기업의 매출액, 이익,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 볼 것”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에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빠져 있다.

아무리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앞으로 2년 간 5000개 이상의 창업·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어도 일자리 창출 없는 창조경제의 성과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당초 청년 일자리 창출이 창조경제의 주요 목표였다면 지난 1년 간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고작 75명 신규 채용 성과만 거뒀을까?


# “스케일업 키우기에 보다 집중하면 미래 세대까지 상당수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영국의 창업가이자 엔젤투자자인 쉐리 쿠투(Sherry Coutu)는 『영국 경제성장의 스케일업 리포트(The Scale-up Report on UK Economic Growt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영국 정부가 (수천 개의 일자리와 수십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스케일업을 키우는 데 보다 초점을 기울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관련기사: “스타트업 수천 개 만들면 뭐하나...”)

이 보고서는 미국의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처럼 작은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많은 반면, 영국은 벤처투자가들이 투자금 회수에 더 골몰하고 창업가들은 기업 인수·합병에 더 급급해 스케일업으로 성장시키는 데는 관심이 적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스케일업 기업 수를 1%만 늘려도 향후 3년간 24만 명의 일자리와 380억 파운드(약 62조원)의 총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가 단순히 스타트업 만들기와 창업가 치켜세우는 데만 열심이지 말고 더 많은 스케일업이 자랄 수 있도록 벤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3월 영국 런던에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구글캠퍼스가 오픈하는 날 영국의 재무장관도 구글캠퍼스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신(新) 성장 및 번영을 이끄는 중심지가 되기를 기원했다. 그곳이 단순히 창업 공간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

24일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대기업 회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17명의 재계 총수들은 일제히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성과와 계획을 소개하며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 성과나 계획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다양하고 많은 거창한 계획들이 발표됐지만 정작 이것들이 어떤 일자리 창출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에게 소개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도 고용을 10명에서 100명으로, 200명으로 늘린 스케일업의 모범적인 성장 사례가 아닌 한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였다. 또한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에게 당부한 것도 '더 많은 모범적인 인수합병 사례’이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스케일업 성장 사례는 아니었다.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창업에서 성장, 회수,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스케일업 키우기(=성장)를 빼 먹으면 창조경제의 성공은 국민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뒤늦게 부랴부랴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조고용’이니 하며 적극적인 청년채용을 당부하고 있지만 너무나 뒷북치는 얘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