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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보호' 강조했던 대법원, 대법관 다양성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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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배 기자
  • 이태성 기자
  • 양성희 기자
  • 황재하 기자
  • 한정수 기자
  • 2015.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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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76>]'외부인사는 자질 없다'는 대법원…민변 "오만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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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접견실에서 열린 민일영 대법관 후임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자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오는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기택 서울 서부지방법원장이 추천됐습니다. 이 후보자는 민법과 지적재산권 분야의 법원 내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무자의 필독서로 꼽히는 ‘주석 민법’과 ‘주석 신민사소송법’ ‘주석 민사집행법’ 등을 집필하는 등 실력 면에서 그야말로 뛰어난 법관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법관 인사를 놓고 또다시 대법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후보자는 ‘엘리트 법관’의 길을 걸어온 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입니다. 그동안 유지돼 온 대법관 임명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현재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고려대를 졸업한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입니다. 또 검사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과 변호사 경험이 있는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14명 가운데 12명이 순수 법관 출신으로 대법관의 구성 자체가 매우 획일화돼 있습니다.

대법관 자격은 '판사'만 갖는다?

법원조직법은 판사 외에도 검사, 변호사, 변호사 자격을 가진 교수나 공공기관 종사자 등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그동안 대부분의 대법관을 서울대 출신 판사로 채웠습니다.

'2014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대법관 구성 분석내용을 보면 이같은 사실이 계속 반복됐던 것으로 드러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38명 가운데 임명 당시 서울대 법대 출신은 32명, 법관 출신은 36명입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비율입니다.

법원은 그동안 변호사가 과연 연간 수천건의 판결을 제대로 내릴 수 있느냐며 '능력'을 의심하거나, 밖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유로 '청렴성'을 문제삼아 법관 출신을 노골적으로 선호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법관 밑에 100여명의 재판연구관들이 보좌한다는 사실, 상고사건 상당수가 심리 전에 기각된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법관들이, 심지어 대법관마저 퇴임 후 '전관'딱지를 달고 돈을 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외면됐습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법관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를 배제했습니다. 위원회는 "외부인사 가운데 자질 및 능력과 함께 청렴성과 도덕성을 모두 갖춰 대법관으로서 적격인 분을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후보에 오른 변호사 5명은 졸지에 자질이나 도덕성 면에서 부적격자가 됐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에 대해 "비법관 출신 인사들에 아무 근거 없이 자질과 능력, 청렴성,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관이 아니면 대법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오만이 도를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대법원 '소부' 선고의 의미

대법원은 사법부의 최고 기관입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재심이 이뤄지지 않는 한 판결을 확정하고 유사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판례가 됩니다.

이처럼 중요한 대법원의 판결은 일반적으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이뤄집니다. 이 소부에서 선고가 내려지기 위해서는 4명의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돼야 합니다. 일치되지 않으면 전원합의체로 회부됩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의 다수결에 따라 결과가 나옵니다.

최근까지 논란이 됐던 대법원 소부 선고를 살펴볼까요. 대법원 소부는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 △과거사 피해자가 진실규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없다 △긴급조치가 당시로서는 유효한 법규였던 만큼 이를 따른 공무원의 직무행위가 곧바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라는 등의 판결을 내놨습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을, 대법관 4명이 일치된 의견으로 내리고 있는 셈입니다.

양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사법부의 중요한 사명'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판결만 보더라도 대법관이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의 권리는 일부 국민들의 생각과 굉장히 괴리돼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다양한 가치관을 우리나라 최고 법원의 판결에 담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그동안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이 없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번번히 외면했습니다.

현재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며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책 법원화의 가장 기본적 전제는 대법관들이 국가와 사회의 변화·발전의 다양한 흐름을 파악하면서 그에 적합한 사법정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다양성이 배제된 대법원은 편향적인 방향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다양성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법원이 되겠다는 대법원의 주장에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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