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대기업 '갑질'만 줄여도 중소 일자리 창출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노동개혁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고용정책은 주로 일자리 나누기에 집중돼 있다. 일자리 나누기는 저성장하의 고육지책으로 보다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골고루 성장해야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경제에 뿌리박힌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현상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모든 사업체 중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9.9%나 되며 중소기업 종사자 수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87.5%에 달한다. 그러나 2014년 1인당 월평균임금은 중소기업 284만원, 대기업 468만원으로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1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대기업만큼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기준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29.6% 수준에 그친다. 추가 수익이 발생하여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현재의 대기업-중소기업 하도급 구조하에서는 어려운 현실이다.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실시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 실태조사를 보면 2년 전에 비해 제조원가는 6.2%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는 오히려 1.4% 하락,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완화를 위한 원·하청간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상생협력기금 및 근로복지기금에 세제와 재정지원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장기적인 노동정책 프레임으로 정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직원 2만2000여 명이 임금 인상분의 10%를 내고 회사가 10%를 부담해 올해 임금 인상분의 20%를 협력사 직원 4000여 명에게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협력사에 지원되는 규모는 약 66억 원 정도다. 매우 이상적인 상생협력의 모습이지만 지속하기 어렵고 또 모든 기업에 적용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급한 건 공정거래 정착이다. 그러려면 먼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가하는 ‘갑질의 연쇄고리’를 끊어야 한다.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전체 사건 접수 4010건 중 하도급법 위반이 1638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중소기업이 수익을 낸다 싶으면 하도급 가격을 깎거나 중소기업이 하던 일을 대기업의 내부화로 만들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2015년 상반기 하도급 대금 지급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이 못받은 하도급 대금이 1384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661억 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대금 지급이 늦거나 미지급이 발생하면 중소기업은 부도 위기에 몰리게 된다. 대기업의 갑질 행태만 없어도 중소기업은 안정적인 수익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생산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전제로 산업이 발전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