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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벤처인의 고뇌 "日에 특허 팔아 편하게 사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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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8.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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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이코노믹스]<10>손상익하(損上益下)와 박시제중(博施濟衆)…국내 부품소재산업 육성하는 법

[편집자주]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일본 기업에 특허를 제공하고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김홍중 코베리(www.kovery.com) 대표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나노급 리니어 모터’를 개발해 5년 전에 창업했는데, 양산 설비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물론 운전자금마저 구하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자본 참여를 하려는 곳은 싼값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욕심을 보이고 은행에 대출을 신청해도 매출이 적어 대출해주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을 때마다 “왜 이런 고생을 하는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고 털어 놓는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문부성 장학금을 받아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히타치(日立)연구소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2009년 말에 귀국을 결심하고 2010년 초에 코베리를 창업했다. 이유는 이랬다. “초정밀 리니어 모터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일본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에 200개 이상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럴 때마다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손기정 씨를 많이 생각했다. 히타치에서 세 번이나 일본귀화를 권유받았지만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조국에서 더 좋은 연구를 해서 국가산업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싶었다.”

한 벤처 창업가의 절규; “기술 있는데 양산설비 투자할 돈이 없네요”

하지만 그의 이런 열정은 고통으로 뒤범벅되고 있다. 귀국해서 창업한 지 5년이 지나면서 일본과 유럽 등지에서 특허를 취득하고 일본의 THK 히타치사업소 스미토모(住友)모터 등과 함께 공동개발도 하는 등 기술적으로는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자금조달, 지적자산에 대한 가치평가, 후발 주자의 신제품 진입장벽 등에 절망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김 대표의 어려움을 들으면서 ‘화려한 꼬리 깃털을 갖고 있는 공작 수컷’을 떠올린다. 공작의 화려한 꼬리 깃털은 늑대 같은 포식자의 눈에 쉽게 띠어 잡아먹힐 위험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공작 수컷은 화려한 꼬리 깃털을 뽐낸다. 공작 수컷은 무엇을 위해 죽음의 위험조차 감수하는 것일까?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컷 공작의 행태는 ‘핸디캡 이론(Handicap Theory)’으로 설명된다. 이스라엘의 동물생태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vi) 박사는 ‘아라비아 노래꼬리치레(Arabian babbler)’라는 새의 무리를 관찰한 뒤 ‘핸디캡 이론’을 제시했다. 작은 무리를 이뤄 사는 ‘꼬리치레’는 천적인 매가 날아오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가장 높은 가지에 앉아 보초서는 일을 서로 맡으려고 경쟁한다.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망을 보는 것은 매에게 잡혀 먹힐 위험이 가장 높지만 ‘최고는 남들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핸디캡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 적용되는 핸디캡 이론은 사람 사회에서 강조되는 지도계층의 책임을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와 연결된다. 사회에서 부(富; 물질적 재산)와 귀(貴; 입신양명)를 얻은 사람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성원과 협력 덕분에 그런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에,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솔선수범해서 실천해야 한다. 외적이 침입해서 국가가 위태로울 때 자발적으로 참전해서 나라 지키는 일에 목숨을 바치고,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자신의 재산으로 난국을 헤쳐 나아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공작 수컷의 화려한 꼬리 깃털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잘 설명하는 것이 『주역(周易)』의 42번째 풍뢰익(風雷益)괘다. 익괘의 단사(彖辭)는 ‘손상익하 민열무강(損上益下 民說無疆)’이라고 설명한다. ‘위를 덜어 아래를 도우면 백성의 기쁨이 끝이 없다’는 뜻이다. 『서경(書經)』 에도 ‘만초손겸수익(滿招損謙受益)’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물은 한껏 차면 자만심이 생기므로 손실을 초래하고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는 뜻이다.

재물은 물과 같다. 한 곳에 고여 있는 물은 썩어 쓸모없어지지만 흐르는 물은 대지를 적시고 만물을 키워낸다. 돈과 재물도 개인이나 소수 계층에 모여 있으면 재산분쟁(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고 집단 사이에 투쟁이 생겨 본인도 불행해지고 사회적 부의 크기도 줄이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흘러 들어가면 투입된 돈보다 수십 수백 배의 재산을 만들 수 있다. 나눠주는 본인은 물로 도움 받은 사람과 사회 전체가 모두 행복해지는 마술이 일어난다.

공자는 『논어(論語)』 에서 ‘박시제중(博施濟衆)’을 강조했다. “백성들에게 널리 베풀고 능히 구제하는 것”은 요순(堯舜)도 박시제중 하지 못하는 것을 병으로 여길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損上益下와 博施濟衆으로 부품소재 산업 자립

나노 시대의 총아가 될 수 있는 리니어모터의 원천기술을 갖고 제품개발에도 성공했으면서도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일본에 다시 돌아갈까를 고민하는 김홍중 코베리 대표. 그에게 10억원 정도의 마중물을 제공할 수 있는 손상익하(損上益下)와 박시제중(博施濟衆)을 실천할 수 있는 ‘그 사람(其人)’은 정말 없을까.

광복절 70주년을 맞았지만 부품소재의 독립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어렵게 국내에서 싹을 틔운 ‘나노급 리니어 모터 기술’이 한국에서 활짝 꽃피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공자의 손상익하와 박시제중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DNA를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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