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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구조 경찰관의 눈물 "살릴 수도 있었을 거란 괴로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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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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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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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캅③]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 대장 전득주 경위

[편집자주] 경찰의 업무는 단순히 교통 단속과 도둑 잡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는 날마다 '신종·지능'의 수식어를 단 새로운 범죄를 낳고 있으며, 경찰도 사회 각 분야에 정통한 전문 수사관들을 육성·배출하며 범죄보다 '한 발 빠른' 진화를 꿈꾸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다양한 분야의 대표 전문 수사관들을 통해 일선 경찰들의 '전문화' 노력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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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득주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 대장(가운데)이 구조대 소속 의경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
#2010년 12월 말 오후 6시쯤. 5명의 등반팀이 서울 도봉산에 나타났다. 히말라야 원정을 앞두고 훈련을 위해서였다. 그들은 험한 코스만 골라 발걸음을 옮겼다.

한 여성이 발을 헛디뎌 30m 아래 협곡으로 추락했다. 다른 팀원들은 다급하게 구조신고를 했다. 전득주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 대장이 대원들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여성의 상태는 나빴다.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졌고, 입과 코, 귀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 대장은 서둘러 응급조치를 실시했고, 이윽고 도착한 소방산악구조대에 여성을 인계했다. 다행히 목숨은 붙어 있었다. 전 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산 중턱에 있는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날 자정 무렵 "부상자가 끝내 숨졌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전 대장은 낙담했다. 살려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목을 옥죄었다. 더 큰 충격은 사인(死因)이 저체온증이었다는 것. 체감온도가 섭씨 -30도까지 내려간 추운 날씨가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 대장의 머릿속은 '체온 유지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이라는 후회로 가득 찼다. 꼬박 3일을 잠들지 못했다.

지난 5일 오전 9시쯤 서울 도봉산 자락에서 만난 전 대장은 기자에게 가장 먼저 이 사연을 들려줬다. 2008년부터 햇수로 8년째 산악구조대로 활동하며 조직에서 가장 이름난 산악 전문 경찰관이지만, 그의 뇌리에 가장 깊숙이 박힌 사건은 수많은 목숨을 살린 성공의 기억보다는 한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실패담이었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힐링'과 '치유'의 공간으로 여기는 산. 그러나 전 대장과 같은 경찰산악구조대에겐 누군가의 목숨을 살릴 수도, 때로는 놓칠 수도 있는 치열한 일터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계기였기 때문이다.

도봉산 경찰산악구조대는 경찰관 3명, 의경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찰관은 3교대며, 의경들은 상주 근무한다. 이들의 핵심 임무는 구조다. 연간 100여건 이상을 처리한다. 암벽추락 사고가 30~40건으로 가장 많고, 등반 중 넘어져 다치는 낙상도 30건 정도 된다. 이외에도 급성 심장마비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고가 발생한다. '경찰' 신분인 탓에 일상적인 치안활동이 더해진다. 변사자·실종·절도 등의 사건만 해도 연간 70여건이 넘는다.

5년 전 사건 후 전 대장은 구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을 남겼다. 각 사건의 원인은 물론 처리 과정에서의 아쉬운 점, 개선방안 등을 적었다. "일종의 사건 보고서"라는 게 전 대장의 설명이다. 시간이 흐른 뒤 구조한 사람의 안부를 묻는 습관도 들였다. 부상자가 추후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데이터베이스(DB)를 축적하기 위해서다.

전 대장은 구조 일기와 사후 DB를 통해 산악 내 사건을 보다 폭넓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었다. 그는 "사고 신고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만 들어도 헬기를 불러야 할지 말지 감이 온다"고 말했다.

사고 취약 지점을 여러 차례 답사하고 계절 등에 따른 환경 변화에 익숙한 탓에 머릿 속에는 그만의 '도봉산 조난 지도'가 만들어졌다. 신고자가 '주변에 이렇게 물이 흐르고 저렇게 생긴 나무가 있어요'라며 막연하게 말해도 사고 지점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고, 혹여 신고자가 당황해 자신의 위치를 착각해 틀리게 말해도 주변 지형지물만 알면 올바른 지점을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일선 서보다 업무가 고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 대장은 "체질"이라고 웃어넘겼다. 그는 "경찰 생활 초기에는 승진 등에 매달린 적도 있지만, 산에 들어온 이후로는 덧없는 집착이 사라졌다"며 "업무가 고된 것은 사실이지만 산에서 일하며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자평했다. 또 이보다도 더 큰 행복은 "박수받는 경찰"이라는 평소 소신을 맘껏 실천하고 있다는 것.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이들에게 내미는 전 대장의 손길이 누구보다도 '스페셜'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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