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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험은 이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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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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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한반도의 지정학(3)

▲한택수 이사장
▲한택수 이사장
오늘날의 국제 사회는 우리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이미지와는 전혀 달리 만인에게 공평하고 질서 있는 사회가 아니다.동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여전히 소수 국가의 힘과 패권과 이해관계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는 원시(原始)사회의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본다. 동물의 세계에서 몇 백 만년이상을 거쳐 간신히 진화해 온 인간들이 근대화 이후 불과 몇 백년간의 노력만으로 완전한 문명사회로 넘어갈 수 있는 DNA를 갖추게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역사의 격언에 “가장 위험한 국가는 바로 이웃나라”라는 말이 있다.
한반도에 원시형태의 국가가 출현한 이후 몇 천년이 넘는 과거를 되돌아보아도 한반도에서 볼 때 중국 및 일본은 언제나 가장 위험한 이웃이었다.
최근 들어 우리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도 역사상 우리를 침략하고 복속국가인 번속(藩屬)으로 취급하며 자주권을 억압하려고 했다.우리와 형제의 우의를 나누려는 의도를 가진 나라는 결코 아니었다.

중국의 역사왜곡

중국 정부가 50년 이상 비밀로 관리하던 공문서를 몇 년 전에 공개했다.이 공문서에 따르면 1950년 6.25전쟁 때 중국은 북한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등 중국수뇌부가 파견되는 중공군 명칭을 놓고 심각한 논쟁을 벌였다.
지원군(支援軍)과 지원군(志願軍)이라는 한글 표기로는 똑같지만,의미와 뜻이 전혀 다른 두 가지 명칭을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志願軍으로 결정했다. 이는 진실과는 전혀 다르고 역사를 180도 왜곡하는 명칭이다.
당시 파견된 중공군은 92만6천명이나 됐다. 그때 UN군과 한국군의 숫자를 다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중국 군인들이 支援軍이 아닌 자발적 志願軍 신분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하였다는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3월에 이루어진 경기도 파주의 적군묘지에 묻혀있던 중국공산군 437구의 유해를 송환하는 행사에서 버젓이 志願軍이라는 왜곡된 명칭이 그대로 사용됐다.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이후 양국 협의를 거친 것이어서 어안이벙벙하다.
중국은 이미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이른바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중국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연구 작업을 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2015년4월3일,중국 지린(吉林)성 공산당 기관지인 지린일보는 한국 학자들이 고구려와 발해를 민족이기주의적 관점에서 한국 고대사의 일부로 보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 라인은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하여는 상당히 강경한 자세로 대하여 왔다.ㅘ지만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하여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중공군 참전으로 인한 피해보상은 별 문제로 하더라도 적어도 6.25전쟁 참전이 중국공산당의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사과라도 중국정부로부터 받아내려는 외교적인 노력을 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최근 중국의 비약적인 군사력 확장 추세를 보고 있노라면 최소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중국이 과거와 같이 한반도에 군사개입을 자행하는 위험한 이웃나라는 결코 되지 않겠다는 구두 약속이라도 받아두어야 조금은 안심이 될 것 같다.

한중일 삼국지(三國志)는 없다

2000년대 이후 동북아시아는 한반도가 빠진 채,미국 일본 중국의 3국 시대를 맞이했다.우리 국내 시각으로 볼 때 동북아시아는 당연히 한중일 3국시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정치 질서를,‘세력을 중심으로’ 객관적으로 냉정히 살펴보면 한중일 3국 시대라고 부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시각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의 시각에서 한국은 동북아 지역 국제정치 질서 상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간주되고 취급되고 있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자신의 국력에 비하여도 형편없는 대접을 주변국들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실력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항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우리는 신용등급을 평가받는 입장에 있을 뿐 신용등급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유럽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벨기에와 마찬가지로 AAA가 유지되었을 것이다.또 우리의 군사력을 감안하면 이탈리아 대신 G7 정상회담의 회원국 되어 있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국제정치 역학관계와 지정학적 제약요건 등으로 인해 우리의 국력에 비해 항상 낮게 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자 과제이다.
그런데 최근 기존의 세력균형에 변화가 발생하고 새로운 질서를 향한 충돌의 물결이 거세게 밀려오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에도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미중(美中) 협조관계가 이미 대립과 충돌의 관계로 바뀌고 있는 것과 동시에 중일(中日) 관계가 변화의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을 증대시킬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 대응할 경우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엄청난 후폭풍을 겪게 될 위험도 대단히 높다.

中日 300년 세력균형이 무너지다

일본은 세계 최강군인 몽고의 일본 침략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중국 대륙세력에 대해 스스로 대등한 외교 관계를 견지하여 왔다.또 임진왜란 이후 최근까지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에 대하여 상대적인 우월감을 지켜 왔다.
중국의 한 역사학자도 이 기간 동안 중국은 일본에 대하여 상대적 열세를 느끼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과거 300년 동안 유지해온 일본의 비교우위가 이미 비교열세로 역전됐다.더욱이 일본은 앞으로의 상황도 일본에게 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따라서 일본이 중국에 대하여 불안감과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일본이 현재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다툼이 걸려 있는 조그만 섬의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면서 일본은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하여 성의껏 금전적(?)으로 열심히 경제협력을 하면 그 대가로 국가안보는 미국이 해결해 준다는 생각으로 일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는 과연 미국이 일본을 위해 중국과의 전쟁도 불사하면서 자신의 안보를 지켜 줄 것인지에 대해 불안과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중국과의 영토분쟁이 격화되어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하면서부터다.

불안한 일본, 흔들리는 일본

처음에는 미국도 영토분쟁에 관하여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여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마치 중립을 지킬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미국 내에서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계속하는 이른바 ‘양다리 외교’의 입장을 일본이 계속할 것으로 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만일 미국이 중국과 충돌하게 되는 상황에서 과연 일본이 미국편을 들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미국의 정계를 감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아시아 실정을 잘 모르며 아시아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은 결코 아니다.일본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일본사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한편, 일본 측도 미국의 속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 미일 관계를 되돌아보아도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유럽 대륙이나 아시아가 가령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특정 국가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가장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왔다. 따라서 일본의 국력이 크게 신장되던 과거에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하여 오히려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확대하여 왔으며 중국과는 오랜 세월 동안 전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장제스(蔣介石) 정부 시절 항일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미국이 제공했다. 중화민국을 유엔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 인정해 준 것도 미국이다.미국은 소련과의 냉전시대에도 공산국가인 중국과 가장 먼저 비밀리에 관계회복을 추진했다.
일본은 그동안 미국의 대중(對中) 태도에 대해 불안과 의심을 가져 왔다. 혹시나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미국이 직접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본의 안보환경이 하루아침에 돌변할 가능성에 대하여도 과민하다고 할 만큼 끊임없이 의심을 품어왔다.
왜냐하면 일본은 그동안 핵무기는 제조하지 않고 또한 보유하지도 않으며 일본 내로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3원칙을 견지하는 대신,일본의 안보는 전적으로 미일안보조약에 기초한 “미국의 核억지력에 의존하게 되어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아베정부의 고민

일본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하나는 중국에 사실상 굴복하여 중국과의 무력충돌이나 전쟁을 회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과 협력하여 자국의 영토를 무력을 사용하여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이 중국과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협력할 것인가의 선택임과 동시에 전쟁을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집권자민당의 입장에서는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의 공산주의가 유지되는 한 중국을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로 인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전쟁을 감수하자니 국민들의 반대가 두려운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전후(戰後) 일본 국민들은 평화주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배워왔다. ‘전쟁은 싫고 평화가 좋다’는 의식은 보수 계층의 국민들에게도 만연해 있는 현상이다.
보수 세력의 정치가들도 선거구민들에게 안보 운운해 봐야 득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감표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점이 바로 우리나라의 보수 계층과 일본의 보수 계층 간의 결정적 차이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아베정권의 지지도가 높다고 해도 만일 논쟁이 잘못 가열될 경우 정권의 안정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아베 수상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압박과 아베정부의 선택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과의 군사력 조직화에 쫓기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일본 및 한국 등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지면서 한국의 변심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적어도 일본 만큼은 확실히 동맹의 끈으로 묶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구 13억의 중국과 군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 독자적 방위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결국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한다.
지난 4월 일본은 미국과 新방위지침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이번에는 미일간의 군사협력으로 가상의 적인 중국을 억제한다고 하는 구체적인 방향성이 암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거 1997년에 제정된 방위지침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이 합의에서 일본은 지역과 장소를 불문하고 미군과의 합동 군사작전을 수행해야할 의무와 미군에 대한 보급 등 협조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지금 일본은 미국과의 합의사항을 법제화하기 위한 소위 안보관련 법안통과 과정에서 적지 않은 민심의 동요를 겪고 있다.
일본정부가 일반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미일간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며 일본의 방위 분담의무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것은 다음과 같은 대가(代價)를 얻기 위한 것이다.미국이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이 있는 조그만 섬에 대하여 만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일안보조약에 근거하여 이를 공동 방위할 것이라는 방침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히는 것 말이다.

일본자민당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부총재는 2015년6월22일, 중국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중국과 군비경쟁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변명이지만 동시에 일본의 어려운 속사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속내와 속사정이 어떠하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일관계의 변곡점(變曲點)에서 일본이 향후 중일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방향으로 주사위를 던진 것이다. 화살은 이미 활시위를 떠났다고 봐야할 것 같다.(계속)


* 한반도의 지정학변화와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안이란 주제로
1. 우리외교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국제상황에 대한 판단능력 부족과 전략부재에 대하여
2. 한반도의 지정학 변화요인
(중·미·일 각국의 외교 및 안보전략과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생각과 관점)
3.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미래를 내다보는 그리고 우리의 대응방안에 관한
전망까지 약 10회 연재합니다


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30여 년 동안 국제금융과 경제는 물론 각국의 군사동향 및 국제정세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국제문제 전문가로 일반 국민들의 시선으로 세계정세를 소개해 줄 수 있는 신인 컬럼니스트 / 1950년 서울 출생 / 서울고, 서울대 경영학과, 보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 행정고시 11회, 재무부 은행과장, 주일대사관 재무관, 재경원 국고국장,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역임 / 現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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