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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철 러시아 동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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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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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71>

가을처럼 상쾌한 계절이 또 있을까.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들이 상쾌하다 못해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강한 욕구가 인다.

하늘은 또 어떤가.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은 구름이다. 자기 그리고 싶은 데로, 그리고 싶은 것만 마음대로 붓을 놀린다.

러시아에서는 지금 쯤 각 동네마다 20킬로가 넘는 수박들이 남쪽에서 올라와 산처럼 쌓여있고 황금색의 럭비공 같이 생긴 “드냐“라는 중앙아시아 멜론도 넘쳐난다. 드냐도 20킬로 넘으니 크기와 무게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박은 아예 쇠창살로 된 창고에 쌓아놓고 화물을 재는 저울로 킬로를 재서 판매한다.

우리는 예전에 수박 맛을 보려면 삼각으로 구멍을 내주었는데 러시아에서는 사각으로 홈을 파서 손님에게 맛보게 한다. 즙도 많고 달아서 9월 초에는 러시아 사람들의 훌륭한 간식이다. 그리고 드냐는 필자도 무척 좋아하는 과일인데 정말 그 맛은 환상적이다. 드냐의 달콤하고 입에 달라붙는 맛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가격이 수박보다 훨씬 비싸서 그렇지 가을 과일로는 최고인 것 같다. 식사 후에 드냐를 쭉 썰어 먹으면 소화까지 거뜬했다. 20킬로가 넘는 드냐를 상상 해보시라! 그리고 씨없는 포도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건포도를 만드는 ”키시미시“인데 작지만 달기로는 살인적이다.

러시아에서 주말이면 동네에 장이 선다. 특히 가을이면 여름에 다차(별장)에서 가꾼 감자, 양파(자주색과 흰색), 양배추, 당근, 토마토, 빨간 무, 사과, 피망, 고수, 마늘, 오이, 가지. 우쿠릅(향신료).....을 비롯하여 모든 농산물들이 총 출동하는데 물량도 어마어마하다. 고기도 나오고 수조 차에 갓 잡은 물고기도 있으며 없는 것 없이 다 있으며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들도 많이씩 팔고 산다.

특히 필자가 잊을 수 없는 것은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온 계란이다. 어느 구석에서 바구니에 달걀이 담겨 있으면 금세 그 자리에서 동이 나버린다. 가격도 시장 가격의 2배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니까 달걀이 언제 자리를 잡고 팔지 타이밍을 잘 살펴봐야 한다. 러시아 사람들의 자연 사랑은 대단하다. 별장에서 키운 닭에서 나온 달걀이 싱싱해서 몸에 좋다 라는 인식이다. 뿐 만 아니라 별장에서 나온 농작물과 소나 양에서 짜온 우유도 훨씬 잘 팔린다.

러시아 사람들은 몸에 닿는 섬유도 굉장히 중요시한다. 꼭 면이나 마 등을 선호하고 형편이 좋은 사람들은 실크를 애용한다. 갓난아이들에 모자를 씌울 때는 꼭 면으로 만든 스카프로 머리를 한 번 두르고 그 위에 털모자를 씌우는 것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이러니 몸에 좋다는 것은 인스턴트보다 땅에서 직접 재배한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물론 외국에서 수입하는 농산물들도 많지만 주로 남쪽에서 직접 가져온 싱싱한 것을 구매한다.

필자도 토요일이면 늘 동네 시장에 가서 좋은 물건을 고르고 특히 마늘을 많이 사서 겨울 김장 준비를 한다. 자주색 양파는 샐러드용으로 사고 물고기가 먹고 싶으면 살아 있는 물고기를 사서 김치를 깔고 찜을 해먹었다. 러시아 사람들도 겨울나기를 위해 농산물을 비축하고 모든 것을 소금에 절이는 염장법을 애용한다.

이렇게 멋진 가을날의 동네 시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흥청대서 한바탕 장에서, 그야말로 보통 러시아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 같아 즐거웠다.

가을 철 러시아 동네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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