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 회복 시작의 신호탄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함께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 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런데 현재 금융시장의 우려대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정말로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일까? 그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글로벌 경제성장 선순환의 첫 고리로 보는 게 맞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시점과 폭, 기간의 문제이지 금리인상이 곧 시작될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 예상하고 있다. 이제 0%대인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언제 시작하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미국의 추가 확장 정책을 기대하는 의견들도 있었으나 추가 확장을 진행하기엔 미국의 자산 가격이 부담스럽다.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부동산 가격이 서브프라임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주식시장은 이미 2013년에 2007년의 고점을 돌파하고 2015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상승한 상태다.

소비 역시 양호하다. 전체 소매판매액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으나 유가 하락으로 인한 가솔린 판매액 감소 영향이 크다. 가솔린 판매액을 제외한 소비는 전년 대비 4~5%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만 보면 추가 확장 정책보다 출구 전략을 실행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머징 국가에 투자했던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며 초래할 이머징 국가의 금융부문 혼란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이머징 국가에서 이탈했음에도 이들 국가의 금융부문의 혼란은 그리 심각하지 않다.


한국의 경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 이후 7조 원 이상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졌고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더욱이 글로벌 자금의 이동은 미국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오히려 그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이동은 자산 가격 변동을 예상한 선재적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들이 금리인상 전에 금리인상에 따른 자산가격의 변화를 예상하고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므로 금리 인상이 폭과 속도 면에서 예상대로 진행되면 추후에 추가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최근의 급격한 자금 이동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된 이후에는 자금 이동이 크지 않을 것임을 말해준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높아진 금리로 인해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결국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 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금리인상으로 달러화의 구매력이 상승해 소비가 개선될 가능성이 더 크다.

고용 개선은 향후 가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완화됨을 의미하므로 그 자체만으로도 소비에 우호적인데,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해 구매력 마저 올라가면 소비가 개선되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일이 된다. 따라서 금리인상 이후 미국 경제는 소비 회복에 기초한 견조한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3번의 미국 금리인상 기간 동안 미국의 1인당 GDP는 금리인상 이전보다 오히려 성장률이 높았다. 참고로 미국의 실업률은 5%대로 이미 연준의 목표수준 이하로 하락했고 고용지표 또한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 게다가 구인 수치가 크게 증가해 향후 고용전망도 밝다.

이같이 미국의 소비가 회복된다면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 회복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이머징 국가의 성장 둔화의 근본 원인이 글로벌 수요 부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소비를 기초로 성장했다. 2000년대 중국의 고성장 역시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을 통해 달성됐다. 그러나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이어진 금융위기로 선진국 소비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최종 소비마저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의 경제는 2010년 이후에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는데, 이는 소득이 개선된 중국이 소비를 확대하고 중국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최종 소비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인프라 투자와 원재료 비축을 지속하며 관련 국가들은 높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최종 소비 확대가 제한적인 가운데 단행된 중국의 투자는 과잉투자로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국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나타났고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보여왔던 관련 국가들의 경제 성장률마저 둔화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가 회복한다면 중국의 과잉투자 문제는 해소가 가능하다. 중국의 과잉투자 문제 해소는 중국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중국 시장에 의존했던 관련 국가들의 성장도 회복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의 수요 회복은 글로벌 2위 경제인 중국경제를 회복시킴으로써 전반적인 글로벌 경제의 성장성 개선을 이끌 수 있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을 우려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금리인상을 통해 글로벌 경기 회복이 시작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