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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부모 "그렇게 키우면 바보 된다" 소리에…

머니투데이
  •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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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9.16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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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캠페인]'루저' 없는 사회-성공의 기준을 바꿔요⑧악동뮤지션 길러낸 이성근·주세희 부부&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편집자주]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누구나 고통스러운 입시전쟁, 스펙경쟁, 취업경쟁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룬 이는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이른바 '루저(loser, 패자)'로 전락합니다. 도대체 왜 대한민국에는 이토록 루저들이 넘쳐나는 걸까요. 머니투데이는 오랜 시간 해법을 고민한 끝에 우리 사회 '성공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때마침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같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에 머니투데이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뜻을 모아 '성공의 기준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강지원 변호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히 인터뷰를 통해 소중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이성근, 주세희 부부와 방승호 교장. 이들은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동안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이성근, 주세희 부부와 방승호 교장. 이들은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동안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을 강조했다.
지난 2월, 노래하는 오누이 '악동뮤지션'의 부모 이성근(45)·주세희(43)씨와 '3집 가수' 방승호(54)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이 전국을 돌며 강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고개가 '갸우뚱' 했다. 딱히 공통점이 없는 두 팀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궁금했다.

강연을 주최한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부터 설명을 듣자 의문이 해결됐다. 방승호 교장은 '행복한 부모, 행복한 아이', 이씨 부부는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를 강연 주제로 내걸고 대전, 부산, 광주의 부모들을 만나왔다.

방 교장은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반계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아현고의 교장일 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자유학년제 학교 '오디세이학교'를 총괄하는 교장이기도 하다.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를 상담하면서 아이들의 적성찾기에 관심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본인 역시 음원을 내고 가수로 활동 중이다.

이씨 부부는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수현 오누이를 몽골에서 홈스쿨링으로 키운 점이 부각돼 유명세를 탔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마리북스)'를 출판하는 등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부부다.

이들에게 머니투데이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진행 중인 '루저없는 사회-성공의 기준을 바꾸자' 캠페인의 내용을 전하자 "우리가 늘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며 반가움을 표했다. 세 사람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행복한 부모, 교사 밑에서 자란 아이가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평소 학생, 혹은 자녀에게 강조하는 성공의 기준이 있나요.
▶주세희(이하 '주'): 저는 성공의 기준 1순위가 '본인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부모는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 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얼마 전 찬혁이가 제게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전 아들에게 '네가 행복하면 시골에 가서 같이 살아줄 수도 있다'고 대답했죠. 농부가 된다 해도 실패한 인생은 아니잖아요.

▶방승호(이하 '방'): 저도 동의해요. 고등학교에서 성공의 기준이라고 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건데, 우리 학교 친구들 중에는 인문계 고교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학생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부 대신 다른 분야에서 무한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한 번은 게임 중독인 학생들이 낮밤이 바뀌어서 학교에 지각 하길래, 학교에 아예 게임장을 설치해 줬어요. 그랬더니 졸업 무렵엔 아예 게임 프로로 데뷔를 하더라고요. 성공의 기준만 바꾸면 버릴 아이들이 없습니다.
방승호 교장. /사진=박찬하 인턴기자
방승호 교장. /사진=박찬하 인턴기자


-우리나라 부모 중엔 자녀가 뭘 하면 행복한 지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성근(이하 '이'): 부모 역할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행복이 뭔지 자꾸 고민하게 하고, 그 답을 갖고 살아가도록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자녀에게 기회를 주고 마음껏 칭찬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저는 사춘기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제게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덕분에 하고 싶은 것은 주저없이 할 수 있었고요. 저 역시 찬혁이 나이 때 작곡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금세 접었죠. 옆에서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반면 찬혁이는 저와 아내가 열렬히 칭찬한 것이 창작의 동기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방: 사실 꿈을 갖게 되는 기회는 아주 우연히,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제가 기타를 처음 배우겠다고 결심한 건 중학교 때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동네 형들이 부르는 '나 어떡해'를 보고 난 후였죠. 이런 우연을 발견하고 필연으로 만들려면 항상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여야 합니다. 부모와 싸워서, 성적이 안 나와서 상처받은 아이들은 혜안이 흐려져 자신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없게 돼요. 그래서 전 제게 상담 온 아이들에게 명상이나 산책을 권합니다.

-악동뮤지션이나 아현고 학생들 모두 졸업 후 자신의 일을 찾아 바로 사회로 진출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적성찾기에 눈을 뜬 것으로 보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적성을 찾아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방: 먼저 아이들과 대화를 트고 생각을 묻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부모도 학생의 눈높이가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우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험상담'이란 걸 해요. 아이들에게 재밌는 놀이과제를 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열게 하는 상담기법이죠. 이 과정에서 제가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호랑이 탈을 쓰고 유치해지기도 하죠. 제가 먼저 저를 내려놓으면 아이들도 저를 보는 눈이 달라진답니다. 나중엔 학생들이 먼저 고민도 털어놓고요.

▶이: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재능을 찾게 놔두고 기다려 준 게 다였어요. 찬혁이가 처음 곡을 쓴 것도, 제가 홈스쿨링이고 뭐고 다 포기한 이후였고요.(웃음) 홈스쿨링을 시작한 건 경제난 때문이었어요. 학교 보낼 돈이 없어서 아이들을 집에서 공부시킬 결심을 했죠. 한 1년은 시간표도 빡빡하게 계획해 짰고요. 그러다 아이들과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서로가 힘들어지면서 홈스쿨링을 그만 뒀습니다. 홈스쿨 대신 '언스쿨' 교육을 시작한 거죠. 그런데, 그러고 6개월쯤 있으니 찬혁이가 작곡을 시작하더라고요. 교회에서 형들이 노래부르는 걸 봤다며 처음 써온 곡이 '갤럭시'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폭발적인 응원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몇십 곡을 한꺼번에 쏟아내더라고요.

▶주: 사교육 기관에 기대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점이 다른 학부모와 달랐던 점인 것 같아요. 찬혁이는 어렸을 때 그림을 참 잘 그렸어요. 주변 미술학원 선생님들이 학원에 보내라며 권하기도 했죠. 그런데, 저는 미술학원을 하는 제 친구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전혀 흔들리지 않았어요. 친구는 '학원 아이들 중 재능 있는 학생은 딱 한 명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비 때문에 학원에 다니라고 학부모를 부추긴다'고 했거든요.

저는 '집을 학원처럼 만들어 주리라' 결심했어요. 당시 출판사에 다니는 남편에게 전단 인쇄용지를 가져오라고 해서 거실 바닥에 종이를 쭉 깔았어요. 그러고선 아이에게 마음껏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네댓 시간을 종이 위에서 놀더군요. 이후 색칠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하는 같아서 학교 방과후교실 미술반에 보냈더니,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그마저도 한 달만에 그만두게 했어요.

주세희, 이성근 부부. /사진=박찬하 인턴기자
주세희, 이성근 부부. /사진=박찬하 인턴기자
-사교육을 안 받는 게 우리나라에선 쉬운 일이 아닌데요.
▶주: 저는 찬혁이와 수현이를 낳으면서 교육에 대해 배운 바가 아무 것도 없었어요. 다만 '어렸을 때는 놀아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서 학원을 보내지 않았죠. 이 결심도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서 흔들리더라고요. 주변에서는 '그렇게 애들 키우면 바보된다'는 소리를 종종 하곤 했고, 괜히 다른 엄마들이 절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고민도 됐죠. 결국 엄마들과의 교류를 최소화하고 아이들에게 집중했어요. '친구들이 학원에 있으니 보내달라'며 아이들이 조를 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놀아줬어요. 시장 돌아다니며 수다떨고, 비가 오면 빗물 튕기며 함께 놀았어요. 3·1절에는 태극기를 만들어서 산을 오르고, 정상에선 '야호' 대신 '대한민국만세'를 외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줬죠.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아이를 믿어 주세요. 찬혁이가 홈스쿨링을 하면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제가 옆에서 보니 공부량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아이는 "충분히 공부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좋은 점수를 받아서 시험에 통과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제가 아들의 능력을 무의식 중에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는, 부모도 자식에게 용서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찬혁이가 사춘기 시절을 보낼 때 한창 말다툼을 하며 서로를 상처입힌 적이 있었습니다. 1년 정도 그런 시간이 지속되니 서로가 괴롭더군요. 결국 제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고백했습니다. '우리의 고통이 모두 너 때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가 원인이었어' 하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저를 용서했고 거짓말처럼 관계가 회복됐어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입니다.

▶주: 부부가 먼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부부가 싸우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 가서 행복하라 말하는 건 어패가 있어요. 부모가 배운 게 많이 없어도 행복한 걸 보면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방: 제 노래를 많이 들었으면….(웃음) 살아보니, 세상은 재능보다는 용기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밀고나갈 용기가 없으면 안 돼요. 아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려면 부모가 아이에 대한 헛된 기대와 욕심을 먼저 버려야 합니다. 대신 그 바람을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내 욕구가 먼저 충족되면 남에 대한 기대도 줄어들고 관대해지더군요.

/인포그래픽=모두다인재 이주영 편집기자
/인포그래픽=모두다인재 이주영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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